• 맑음동두천 -7.1℃
  • 맑음강릉 0.0℃
  • 맑음서울 -3.6℃
  • 맑음대전 -4.3℃
  • 맑음대구 1.0℃
  • 맑음울산 1.2℃
  • 맑음광주 -0.4℃
  • 맑음부산 2.0℃
  • 맑음고창 -5.0℃
  • 맑음제주 3.9℃
  • 맑음강화 -5.3℃
  • 맑음보은 -3.8℃
  • 맑음금산 -6.5℃
  • 맑음강진군 0.2℃
  • 맑음경주시 -4.4℃
  • 맑음거제 -0.6℃
기상청 제공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되는 역사가 진정한 역사

제19회 교양도서 독후감 경시대회 최우수 작품 (역사란 무엇인가 - 에드워드 카 저)

<1104호에서 계속>

그러나 여기까지가 내 한계였다. 사실 이렇게 부분 부분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 책을 통틀어 에드워드 카가 궁극적으로 무슨 말을 하고자 한 건지는 도무지 알기 어려웠다. 역사가 꼭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런 것을 말하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고 느꼈기에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내가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헷갈렸다. 진정 역사란 무엇일까? 훌륭한 사가들은 미래를 생각하든 생각하지 않든 그들의 뼛속 깊이 미래를 느끼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가는‘왜’라고 질문하는 외에도 ‘어디로’라는 질문을 한다.” 라는 서술을 통해 나는 에드워드 카가 말하는‘현재’는‘미래’를 염두에 둔 현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훌륭한 역사는 무엇이고, 어떤 것을 보고 역사라고 하는지, 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어떤 것이고, 역사가 우연인가 필연인가에 대한 해답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복잡한 머릿속을 애써 정리하며 책장을 넘겼다. 책을 읽다보니 “몸젠이 로마공화정의 몰락 이후 시대에까지 역사적 서술을 계속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독일에서 강력한 인물이 출현하지 않아서였다(p.50).”고 적혀있고, “그 문제가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었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무언가 심오한 것 같아 읽고 또 읽었지만 기초지식이 부족하여 도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또다시 역사 수업에서 여쭈어보니,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등장과 연관한 설명은 흥미로웠지만 내 목소리로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하니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서 다방면으로 역사를, 즉 입체적으로 역사를 공부해야 된다고 하는데, 왜 역사를 입체적으로 공부해야 하나 어떤 것이 입체적인 공부인지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최근 논란이 된 국정교과서 문제를 상기해 보니 이 책에서 말하는 다방면의 역사, 입체적인 역사공부가 무슨 뜻인지 비로소 조금이나마 이해되었다. 결국 역사는 해석문제이므로 같은 사건이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시각을 독점하여 가르치고 배운다면 그것은 지식폭력이 아닐까?

또, 133쪽의 “어떤 사건도 그것의 적절성과 중요성이 인정되기만 하면 역사적 사건의 지위로 승격될 수 있다는 것이다.”는 문장도 내 눈을 멈추게 했다. 이와 관련한 묘한 경험 하나가 있는데, 횡단보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떤 할머니 두 분이 누구누구집 아들이 사기죄로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녀석이 유치원 때부터 거짓말을 하던 것이 사기꾼 기질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기억은 다소 불분명하지만, 문제는 그 거짓말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단순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사기꾼’의 유년 시절의 단순한 거짓말과 문제가 된 그 사기혐의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만일 그가 사기꾼이 아니라 도덕군자가 되었다면 유년의 거짓말은 역사적 사건이 되지 못했거나, 설령 다소 문제가 되었다 하더라도 누구나 으레 겪을 수 있는 성장통 쯤으로 정리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끽연가인 로빈슨의 죽음에 대한 서술(p.135)도 흥미로웠다. “어떤 사람들은 로빈슨이 담배가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로빈슨은 길을 건너지 않았을 것이고 치어죽지도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담배에 대한 로빈슨의 욕구야말로 그의 죽음의 원인이었다고 이야기 하는데 물론 로빈슨은 끽연가이었기 때문에 죽었고, 역사에 있어서의 우연이나 우발적 사건을 믿는 자들이 하는 말은 매우 진실하고 완전히 논리적이다.”라는 말장난 같은 이야기를 통해 진정 역사가 필연인가 우연인가는 문제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더불어 카가 왜 ‘실증’을 문제시 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 수업에서 배웠던 일제식민사학자들의 연구방법, 실증을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한국사를 왜곡한 그 역사학 방법이 왜 무서운 것인지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서술이었다. 즉 터무니없는 왜곡은 금방 들통 나지만, 실증에 기초한 본질왜곡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만을 말하면서 궁극적인 본질은 왜곡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최고의 거짓말 기법이란 이야기가 떠올랐다.

역사에서 “국가를 형성한 민족들만이 우리들의 관심을 끈다.”고 한 헤겔의 유명한 말은 한 형태의 사회 조직에만 배타적 가치를 부여하고 가증스런 국가숭배의 길을 열어놓았다는 받아 마땅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헤겔이 말하고자 한 것은 원칙적으로는 옳으며, 선사시대와 역사시대 사이의 차이와 같은 그런 보편적 이치를 나타낸다고 해놓았다.(p.164) 이 문장을 읽자 뭔가 책을 읽었는데도 안 읽고 쓰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건지, 결론을 도출해낸 것이 없다. 다 읽고 나니 더욱더 복잡하고 심오해서 사실 허무하기 까지 하다.

하지만 그 허무함이 완전한 공허함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다. 앞으로의 삶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문장은 16쪽의 “정확은 의무이지 미덕이 아니다”(이 표현은 에드워드 카의 주장이 아니라 하우스만의 표현을 인용한 것임)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실증’, 즉 “사실만을 말하면서 본질을 왜곡하는 거짓말 기법”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자체부터 왜곡하기를 밥 먹듯이 하는 우리 사회의 병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와 관련하여 며칠 전 <한국의 역사와 문화> 수업 때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고려사』 최승로 열전의 ‘5조정적평’이 다시 떠올랐다. 서구식 근대역사학에 매료되다보니 동양의 역사학에 대해서는 구세대 적이고 진부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전근대 동양역사학의 가르침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는 수업 내용이 귓가에 선하다. 왕조국가의 관료이면서도 전대 다섯 왕의 정적을 이야기하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잘한 것은 잘했다 하고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자세. ‘5조정적평’과 바로 이 책 『역사란 무엇인가』는 언뜻 보면 태생부터 다르지만, 역사적 진실추구를 위한 역사학 방법은 너무도 닮아있다. 그래서 나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에 동감하면서도 절대로 “실증은 의무이지 미덕이 아니다”는 말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비판하고 찬양하는 것에는 나름의 논리적 근거가 필요한데 최근에는 비판을 위한 비판, 찬양을 위한 찬양만 있는 것이 안타깝다. 나름의 실증이 바탕이 되고 그런 뒤에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되는 역사, 그것이 바로 진정한 역사가 아닐까 싶다.

관련기사





[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