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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계명의 현장

제7회 교양도서 독후감 경시대회 최우수작

「논어」를 읽고

논어라는 책은 사실 철학책이기에 웬만해서는 갓 대학을 들어온 새내기 학생들은 읽지 않는 책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나도 서점에서 집어 들었다가 다시 놓았던 책이기도 했다. 대학생이 되어 얼핏 지나가면서 보았을 때는 ‘윤리 시간에 배운 논어 책이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을 하면서 무심결에 집어 들어 한두장 넘겨보았다.

고등학교 때처럼 한창 윤리에 대하여 공부하고 있었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의 나로서는 지루함 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곧 집어넣고 발걸음을 재촉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교수님께서 이 책에 관해 설명해 주시던 날 우리에게 ‘논어라는 책을 보면 무엇이 떠오르느냐’ 고 하셨다. 그때에는 가장 중점이 되는 인물인 공자와, 공자의 나라인 노나라, 인. 의. 예, 지 등 학문적인 이야기 밖에 나오질 않았다.

그래서 교수님께서는 고리타분함은 느껴지질 않느냐고 말씀 하셨다. 내가 느꼈던 그 지루함과 고리타분함이란 것이 상반된 것이 아니었기에 쉽게 수긍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생각나지 않았던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편협한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읽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까닭이 있다면 아마 유교 자체에서 풍겨져 나오는 그 고리타분함이나 이 책의 명성이 주는 위압감이었을 터인데 우리는 너무 학문적인 것에만 치중하여 논어라는 책을 빗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아무나 서슴없이 말하지 못했었던 건지도 모르겠고 또 쉽게 떠오르지 않았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번 읽기 시작하니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냥 가볍게 읽을 만한 그야말로, 하나의 생활 지침서이자 필독서였다. 아직은 유교 사상이 완연히 사라지지 않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개화의 문물이 적혀있는 다른 여타의 서적보다 오히려 더 바르고 정직하게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놓은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논어는 유가의 성전(聖典)이라고 한다. 비록 공자가 직접 집필하여 쓴 내용이 아니지만, 그 유지를 이어받은 제자들이 광자와의 대화를 여러 편에 걸쳐 옮겨 적어 놓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어른을 공경하고, 거짓말을 하지 말고,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고, 친구와 친하게 지내라는 등등 어른들로부터 정결한 가르침을 받아왔다. 그것의 총망라가 논어에 담겨있었다. 공자께서 제자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집주해 놓은 ‘논어’를 통해서 말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하고, 또 가장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세 사람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세 사람이 길을 간다면, 그 가운데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느니라.

그 중 선한 사람의 장점은 취하여 배우고, 선하지 못한 사람의 단점은 가려내어 나의 허물을 고칠 것이니라.” 라는 부분이었다. 과연 나는 친구를 가려 사귀지 않았던가. 또 남의 잘못된 점을 단지 비판하고 나무라기에 급급하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필요하거나 이익이 되는 친구만을 좋아하며 나를 위해 사귀며, 타산지석이라는 옛 조상의 지혜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건 아닌가.

처음 이 구절을 들었을 때 ‘아!’ 하고 시쳇 말로 영구 박 터지는 소리를 냈었다. 웃고만 넘길 문제가 아니라 나조차도 남의 장점이나 단점을 나에게 적용해 보기위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목적으로 보고 취급하고 처음 친구를 사귈 때에 품고있던 그런 순수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해보게 되었다. 친구란 친할 친(親)에 옛 구(舊) 이다. 오랫동안 가깝게 사귀어 온 사람이란 뜻이다.

포프라는 사람이 남긴 유명한 명언인 “내 친구는 완벽하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나 잘 맞는다.”란 말이 있다. 공자의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다. 스승이란 의미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그렇겠지만 학력이 높고 박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터이다. 그러나 스승이란 단지 그런 선생님이나 교사뿐만이 아니라 내가 배울 것이 있고 그 점을 깨달을 수 있게 해준 사람이란 뜻을 내포 하는 것 같다.

인격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높은 사람이 아니라도 충분히 우리 인생의 스승도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는 세 살 먹은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모든 구절 하나하나에 스스로 읽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교훈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훨씬 더 맛깔스러워도 보인다.

또 다른 부분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3년 동안은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고치지 않아야 효라고 이를 수 있느니라.” 라는 부분이었는데 그 말이 매우 가슴 깊게 다가왔다. 평소 생각지도 못하고, 몰랐을 때에는 왜 삼년상을 하였을까. 아무리 부모님에 대한 효가 중요시 되는 사회였다 하더라도 매우 비효율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3년이란 시간이 그리 짧지 않기 때문에. 그러나 그 이유를 들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기가 열 달 어머니에 뱃속에서 살다 나와서, 또 자기가 위험한 것을 인지하고 세상을 자기 발로 걷고 부모님의 손을 타지 않기까지의 시간이 약 3년이라고 했다. 물론 그 후로도 부모님의 손길을 필요로 하겠고 그것을 갚는다 하더라도 그것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겠지만 그것을 보답하기 위한 기간이 3년 상인 것이다.

옛 조상들의 그 깊이 숨겨진 뜻이 나에게도 새겨 질수 있고 또 바른 몸과 마음가짐을 가지게 만드는 근본이, 토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DJ들이 사연을 읽으며 청취자들에게 아버지의 발을 씻겨 드려 본적이 있는지 물어 본적이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아버지의 발을 씻겨 드리면서 생채기가 많고 굳은살이 박혀있는, 아버지가 딸에게 내보이기 싫어하는 발을 말했었다. 사연인 즉, 교수님께서 과제로 아버지의 발을 씻겨드리고 느낀 점을 써오라는 것이었는데, 그 때 내어 보이신 교수님의 깨끗한 발과 비교를 해 보았을 때 마음이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 라디오에서 자세한 이유는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첫 번째 이유는 한 평생을 살아오신 당신의 발이 너무 초라했기 때문에, 그러나 정치인도 아니오, 대통령도 아니오, 법조인도 아니오, 그 어떤 멋진 명성과 명예를 가진 아버지는 아니지만, 그 발로 자식들을 위해 뛰어다니고 헌신하신 당신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에 라는 두 번째 이유가 함축적으로 마음이 울컥했다는 그 말에 담겨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라디오를 듣고 멍하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태껏 아버지께 발을 씻겨드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니 언제라도 아버지의 발조차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본적이 있었던가. 부모님께서 나에게 한없이 해주신 것은 많으나 난 피곤에 지친 당신의 어깨를 시원하게 주물러 드린 일도 많지 않았다. 부끄럽기도 하고, 또 컸기 때문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으로.......

그리고 아버지께서 꼭 새겨 읽으라고 강조하시던 부분도 있었다. “유야, 너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 주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 라는 부분이었는데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갖지 않고 살아간다고 하셨다. 한다는 것은 부풀려서 매우 잘 아는 것처럼, 모르는 것을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아는 것 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허다하다고 하셨다.

소위 말하는 허풍선. 난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지식을 쌓았으며,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나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거기에 따라 최대한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기도 했고, 또 남들이 보기에 내가 지적이거나 유식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내 사고방식 자체가 허풍선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지식은 빙하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간과한 채로. 물론 다른 사람들도 무의식중에 그런 것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사고방식을 단 한 번에 깨드릴 수 있는 멘트가 저것이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 훌륭하다고 여겨진다는 사실 말이다. 자기과시욕의 전신을 꼬집는 내용인 것이다. 어릴 적의 나는 어린만큼의 그 치기어린 욕심에 많은 것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현재에도 덜 큰 탓인지 많은 것을 배우고, 알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매사에 욕심만 있고 노력이나 그에 따른 성과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만족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는 하지 않고 내가 잘하고 능숙한 것만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이런 내 경험을 통해 지금 나타나 있는 이 말이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되, 모르는 것이 곧 아는 것이 될 수 있도록 하라는 공자의 숨은 뜻을 읽어 내어야 한다고. 그것이 참으로 아는 사람의 태도가 아닐까하고 느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은 경험하려 하지도, 접해 보려 하지도 않고 마냥 두려워하고 피해 다니기만 했던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글귀였다.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모든 것을 담은 것 같은 논어에서 내가 받아들인 부분은 솔직하게 이것보다 훨씬 많았다. 효뿐만이 아니라 예의범절과 같은 부분에서도, 그리고 자만하지 말라는 이야기까지도, 곁에 두고 탐독하여 내 삶의 중요한 지침서로 삼을 일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인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仁)이 모든 근원이어서 그 근원을 올바르게 실천해야 다른 모든 것들을 잘 갈고 닦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아마 바로 그것이 공자의 핵심사상, 후세의 제자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교훈일 것이다. 또 공자 또한 “사람이 인하지 못한데 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말을 하였다.

그러니, 그 누가 이 말을 의심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과연 이 말만이 정설일까. 나는 아무리 성인군자라 하여도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믿는다. 난 좀 더 다르게 생각하고 싶어서 논어를 통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시야를 조금 틀어보았다.

다른 부분에서 조금씩 채워나가야 완벽하게 인(仁)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말이 조금 핀트가 어긋날지도 모르겠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공자의 말을 가볍게 뒤집는 말이겠지만, 큰 부분을 위해서는 작은 부분부터 챙겨나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논어를 읽고 각각 자신이 수용하고, 또 받아들이는 부분은 다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어떻게 관점을 달리 하느냐에 따라 한 구절 한 구절을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뜻이다.

모든 사람들의 개성과 성격, 외모가 다른 것처럼,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나와 상반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시작점이 논어라는 책으로 같다면 우리는 어쩌면 다 같은 정점에 도달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철학적이지만 가슴 따뜻한 논리로 이루어진 이 책의 장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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