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계명문화상 시 부문 당선작입니다.
당선자: 김재현(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ㆍ1)
벵골의 호랑이 사냥
벵골의 호랑이 사냥꾼이 되고 싶었다.
갠지스와 브라마푸트라의 물줄기가 쌀을 익히는 저녁,
어딘가에서 노을처럼, 핏빛의 포효가 숲을 적시면
사냥꾼들은 엽총 한 자루를 쥐고 일어섰을 것이다.
호랑이의 두 눈은 긴 세월, 날카롭게 벼려진
달의 색채로 번들거렸고
몸을 뒤덮은 호반은 벵골만 나무의 뿌리처럼
호랑이의 노란 털을 가로지르고 있었을 것이다.
강이 땅으로 스며들어 곡식을 키우듯,
체액에 젖은 근육으로 두려움이 스밀 때
몸 속에선 한 떨기의 날카로운 열기도 고개를 들었다.
사냥꾼들은 그것을 용기라 불렀을 것이다.
사람들은 사냥꾼들의 용기를 사랑했을 것이다.
우리가 벵골의 호랑이 사냥꾼이 되었다면, 오늘은
갠지스와 브라마푸트라의 물줄기가 땅을 적시는 저녁이었고
황금빛으로 번진 벵골만의 쌀을 추수하는 날이었겠지만,
벵골 호랑이는 멸종했고, 우리는
오직 한 자루의 펜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호랑이가 있을 숲도, 호랑이도 없이
세상에는 이제 사냥꾼들의 총 드는 습관만 남았다.
호랑이가 없었으므로, 총은 겨누어선 안 될 곳을 향했고
우리는 유약해서 우리끼리의 펜을 들고 싸운다
강이 땅으로 스며들어 곡식을 키우듯, 체액에 젖은
근육으로 두려움이 스며, 한 떨기 열기가 피어났지만
우리는 그것을 용기라 부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갠지스와 브라마푸트라의 물줄기가 흘러도 지금은
敵 없는 敵意가 호반처럼 세상을 더럽히는 저녁,
벵골 호랑이 사냥꾼의 총 뽑는 습관만이 남아 있는 저녁,
사람들의 몸 위로 벵골 호랑이의 호반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나
호랑이를 사냥하는 그 뜻만을 유전 받은 우리는
벵골만을 지키기 위해 한 편의
詩따위를 쓰는 것밖엔 할 수 없는 저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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