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4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1) - 가을, 거울, 겨울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4-05-20 19:34:05

 

 

●제34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1)

 

 

가을, 거울, 겨울

유현성(건국대학교·국어국문학·2학년)

 

기록되지 않는 바람에 무임승차한 낙엽은 이 거리의 마침표가 되었다.
마침표가 찍힌 거리를 우린 비문처럼 부끄럽게 헤매었다.

맹인의 그림을 추상화라 믿듯이 우리의 가을은 그러했다.
이 계절만큼은 사랑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고
시들은 낙엽의 역사만큼이나 찬란하고 짧았다.
우린 늙은이들보다 먼저 청춘을 종언했고
죽겠다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낡은 눈물을 닦아주며
잉태한 슬픔의 탯줄을 잘라주지 않았다.
저출산의 시대라며 부족한 양수를 소주로 채워갔다.
취준생이자 醉中生이 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
Window의 언덕에서 벌어진 Explo‘war’의 패잔병임을 자각했다.

아버진 재떨이 위에 담배처럼 침대에 찌그러져 계셨다.
패배한 아버지의 재기는 I'm failure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우린 I'm fine 이라고만 했다. 사실 I'm falling 이었지만
떨어진 곳은 한 여자의 자궁이었다. 그곳에 우리의 우주와
공무원문제집과 학점을 숨겼다. 불 꺼진 방안에서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 위에 첫사랑의 얼굴을 씌우고 헉헉 댔다.
어둠은 검은 것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으면 다 어둠이었다.
 
바람이 무임승차한 낙엽을 이빨 삼아 길어진 밤을 씹는다.
마침표는 점자가 되어 우리는 거리를 더듬었다.
벌써 크리스마스였다. 고깔모자만 쓴 예수를 축하해주며
희망에 눈을 던졌다. 점자들이 메워진다.

 

●제34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1) - 수상소감

가난하면 시를 쓴다는 말과 시를 쓰면 가난해진다는 말 사이에 제가 있습니다. 가난하여 시를 썼고 쓸수록 가난해집니다. 아직 아버지가 겪은 가난이 무엇인지 몰라 나는 배가 고파봅니다. 어색한 허기가 가라앉지 않습니다. 시집을 읽고 밥을 먹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있어도 하루에 한 끼만 먹습니다. 이제 가난하지 않은데 나는 가난해지고 싶습니다. 시 한편을 쓰면 그 시 한편이 내가 써오던 날의 전부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다음 날이 전부가 됩니다. 그렇게 참 철없이, 쓰는 것은 항상 가난하게 써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밥상은 찬이 많습니다.
그래서 나누어 먹고 싶은 분이 많습니다. 조하연 선생님, 김산 선생님, 항상 감사합니다. 세인, 희수, 민수형,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더 열심히 쓸게요. 그리고 우리 가족, 못난 아들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윤아야, 항상 응원해줘서 고마워. 어색하게 가난한 티를 낸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시에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티즌 의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