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 강의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챙겨 부리나케 달려나가는 자네 뒷모습을 보며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네. 원래 이 지면은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쉽게 지나치게 되는 학교의 이모저모를 엿보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네. 대개 유형의 사물이 대상이 되어 왔지. 하지만 오늘은 성격을 달리하여 이야기를…
얼마 전 늦은 밤 연구실에 앉아 있다가 강물소리를 들었다. 성서 캠퍼스에 웬 강물소리라니? 그렇다. 캠퍼스 뒷산을 넘으면 바로 금호강이다. 지척에 있으면서도 눈앞에 보이지 않아 그 존재를 크게 의식하지 못한 탓이다. 조감도를 보면 금호강이 우리 캠퍼스를 바싹 감싸 안고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금…
얼마 전 우리 학교 맞은 편 삼성상용차 부지에 고라니와 멧돼지가 살고 있다는 뉴스가 TV의 지방뉴스시간에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다. 오래 버려져 있던 그 땅에 새로 기업이 입주하여 개발을 하려다 보니 발견된 것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울타리 높이 쳐진 곳에 그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와서 보…
오월도 이제 중순을 넘어섰다. 벌써 한 학기가 끝나가려는 시점이다. 그래도 올해는 불순한 날씨 덕에 봄이 긴 것처럼 느껴진다. 작년의 경우 4월부터 갑자기 올라가는 기온에 한참 피어나던 철쭉꽃도 이내 타들어가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아직까지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지 않아 다소 위안이 된다. 우리학교…
초기의 동산병원은 병원 이름조차 불교식 용어인 제중원으로, 또 그전에는 미국약방으로 불리고 있었다. 초대 동산병원장인 존슨 의사(Dr. Woodbrige O. Johnson)가 대구에 오기전에 선교사 부해리(Mr. Bruen)는 미리 대구에 1899년 10월 26일 도착하여 대구시 남성로 구 제일교회 자리에 있…
우리대학의 이름은 미 북장로교 선교사들이 세운 계성학교의 계(啓)자와 신명학교의 명(明)자를 합쳐 만든 합성어다. 오늘날 우리대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게 된 원동력이랄까 창학정신은 이미 1백여년전에 씨 뿌려졌던 것이다. 1978년 계명기독학원과 동산병원 유지 재단은 이러한 태생적 역사적 사명을 재확…
안나푸르나에서 엉뚱하게 모교 생각을 했다. 안나푸르나의 4월은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로 황홀하다. 히말라야가 있는 나라 네팔의 국화(國花)인 라리구라스 군락은 멀리서 보면 마치 동백 숲을 보는 것 같다. 만년설을 배경으로 핏빛으로 하강하는 라리구라스의 낙화. 이 봄, 백련사 뒤편 동백 숲을 가 보았는…
추억에 대해 그대는 몇 개의 아이콘을 가지고 있는가? 영상, 음악, 소리, 빛깔, 후각, 미각..... 그대는 무엇을 클릭해 추억을 퍼오는가? ‘음악은 부드러운 음성 사라질 때 추억 속에 진동한다’ 이건 셀리인지 누구인지 이름깨나 날린 한 영미시인의 시 구절일 게다. 그대 또한 음악을 통해 무엇인가를 추억해 본…
산수유, 개나리 꽃눈이 트는 교정에는 지금 봄빛이 한창이다. 목련, 참꽃이 연달아 피고지면 본관 앞 능수벚나무도 어사화 닮은 꽃가지를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릴 것이다. 봄꽃은 땅에만 피는 것이 아니어서, 그 즈음 학교 뒤편 궁산에서는 새소리가 유난히 요란스러울 터이다. 쫓고 쫓기며 빈 하늘을 쑤셔대는…
라일락의 우리말 이름은 수수꽃다리이다. 30여 년 전 대명동 캠퍼스에는 봄이 되면 수수꽃다리 향기가 온 교정을 뒤덮었다. 입학한 해 사월 어느 날, 서울 출신 영문과 여학생이 친구 두어 명과 함께 지나가는 나를 불러 세웠다. 수수꽃다리 잎을 씹으면 그 이빨 자국으로 사랑의 점을 쳐 주겠다는 것이다. 순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