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7회에 걸쳐 철학 분야에서 제기되었던 역설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역설을 소개함으로써 내가 의도했던 것은 독자들의 ‘혼돈’과 ‘사색’이었다. 역설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수용하는 전제로부터 출발하지만 결국 ‘상식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결론을 도출한다. 따라서 독자들이 일차적으로는…
“이 말은 거짓말이다” 이 문장은 참인가 또는 거짓인가? 만약 이 문장이 참이라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위 문장은 거짓말임을 주장하고 있으며, 결국 거짓말이 참임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문장이 거짓이라면, 그것은 참이다. 왜냐하면 위 문장은 거짓이며 거짓을 거짓이라고 하기 때…
영화 의 주인공 데이빗은 사람의 모습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자율적인 판단능력과 감정능력을 갖춘 로봇이다. 오락삼아 로봇을 파괴하는 사람들에게 잡혀가 쇳물에 녹여지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데이빗은 “나를 녹이지 말아요. 나를 죽이지 말아요. 나는 데이빗이에요.”라고 외친다. 그 순간 관중들은 “그는…
“테시우스는 판자로 만들어진 배(T)를 갖고 있었다. 배가 낡아가자, 그는 건선거(배의 수리 또는 검사 장소) ㉮에서 T의 낡은 판자를 새 것으로 교체하는 한편, 낡은 판자를 모아 건선거 ㉯에서 새로운 배를 건조하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마침내 ㉮의 배는 모두 새로운 판자로 대체되었고, ㉯의 배는…
우리 지식의 대부분은 과학적 지식이며, 과학적 지식은 개별적인 관찰과 실험을 반복함으로써 보편적인 법칙과 이론을 이끌어내는 귀납적인 지식이다. 소박 귀납주의자는 아래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개별적인 관찰들로부터 일반화된 결론의 도출이 정당화된다고 주장한다. 1) 일반화의 토대를 이루는 관찰의…
늦은 밤, 나는 한 친구의 전화를 받는다. 괴한들에 의해 어떤 병원으로 끌려간 아들을 구하러 같이 가달라는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여 창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몇 명의 의사들이 수술대 위에 놓인 아들의 뇌에 전선을 연결하고는 단지 속에 그 뇌를 넣는다. 한 의사와 눈이 마주친 나도 수술실로 끌려들어 간…
감각되는 ‘현상’과 사물의 ‘실재’는 동일한가? 예를 들어 강의실의 칠판은 짙은 초록색을 띠고 있으며 만져보면 매끄러운 감촉을 준다. 이러한 우리의 경험을 의심한다는 것은 어리석게만 생각된다. 그러나 칠판의 색깔은 보는 방향이나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으며, 또한 현미경을 통해 보면 칠…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서는 변화(또는 운동)의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파르메니데스는 변화란 착각에 불과하며 어떤 것도 변화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주에 빈 공간이 없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나의 전체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우리의 경험에 위배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