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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화살은 정지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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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서는 변화(또는 운동)의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파르메니데스는 변화란 착각에 불과하며 어떤 것도 변화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주에 빈 공간이 없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나의 전체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우리의 경험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물체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며, 따라서 공간이 없으므로 장소운동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우리는 장소운동이 ‘모든’ 변화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주장을 반박할 수도 있다.

한편, 그의 제자인 제논의 역설들을 반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 “아킬레스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한다. 거북이의 속도가 아주 늦기 때문에, 거북이를 먼저 출발시킨다.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있던 지점 A에 도착할 때 거북이는 다른 지점 B로 이동하고, 그가 B에 도착할 때 거북이는 또 다른 지점 C로 이동하는 식으로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그는 끝까지 거북이를 앞지를 수가 없다” (2) “운동 중인 화살은 공간의 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정지해있는 것이다. 따라서 날아가는 화살은 정지해있다” (3) “겨울밤에 내리는 눈송이들은 소리가 없다. 눈송이 두세 개를 모아 떨어뜨려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눈송이가 뭉친 우박이나 집채만한 눈덩이가 떨어질 때도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다”

철학자들은 상식을 벗어나는 이런 역설들을 어떤 식으로 반박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상식을 벗어난다고 해서 단순하게 “그건 말도 안 돼!”라는 식으로 거부할 수는 없으며, 어떤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절한 이유를 제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제논에게 어떤 반론을 제시할 수 있는가?
역설(paradox)의 어원적인 의미는 ‘상식을 벗어나는 견해’이며 그것은 ‘모순되어 보이지만 옳은 견해’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역설은 종종 세련된 논리를 포함하고 있는 옳은 주장으로 판명되며 다양하고도 체계적인 사고의 기폭제가 되기 때문에, 그것은 단순히 허황된 이야기로만 치부될 수 없는 가치를 담고 있다. 8회로 기획된 <재미있는 철학이야기>는 역설적이면서도 생각해볼만한 의미를 지닌 철학적 논의로 구성된다.




[1178호 사설] 중독을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소설 제목을 패러디해 여러분께 던진다. 코로나19와 더불어 살기 시작한 지난 1년이 지나고 새롭게 맞이한 신학기에 이렇게 묻는 것이 뜬금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번씩 세상을 약간만 삐딱하게 바라보면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가 보이진 않을까? 노자의 도경 1장에 道可道 非常道라는 문구가 있다. “도가 말해질 수 있으면 진정한 도가 아니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참 많은 사람이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치가, 기업가, 의료인, 학자들은 마치 자신만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주장하고 반 시민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이 마치 전문가인 양 주장하면서 다른 이의 견해를 무시하곤 한다. 고용인은 자신이 부리는 사람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근로자를 선호하고, 피고용인은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는 의미로 노동자를 선호한다. 같은 사람인데 마치 다른 사람인 양 근로자와 노동자를 외친다.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바라보면서. 존재 자체가 의문시되기도 하는 노자가 우리 시대에 나타난다면 앞서 주장하는 사람들이 도를 따르고 있다고 인정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