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다가온다. TV 프로그램 보기가 그나마 낙인 사람들은 명절이 조금 두렵다. 명절연휴만 되면 TV는 특집의 경연장이 된다. 어느 채널을 돌려도 특집 일색이다. 그 특집이 재미있고 기다려지는 것이라면 문제는 없다. 그렇지 않다는 게 두려움의 원인이다. 명절연휴가 되면 TV가 재미없어진다. 긴긴 연휴 명절특집은 따분하기 이를 데 없다. 명절 때만 되면 의례히 나오는 기사가 있다. 예컨대 지난 설 연휴 때는 이런 기사가 나왔었다. ‘설 특집 가장한 그대 이름은 짜깁기?’ 특집을 가장한 우려먹기, 재탕삼탕 방송을 비판하는 기사다. 당시 시청자들은 온갖 명목의 베스트 및 재구성, 그리고 스페셜 방송을 설연휴 내내 봐야 했다. 심지어 하루에 오전 오후 두 번 방송되기도 했다. 도 각 코너별 베스트편을 별도로 내보냈다. 다른 예능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추석 때도 당시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이었던 은 연일 안방을 찾았다. 그때도 ‘시청자 우롱한 무늬만 추석특집 범람’이란 기사가 나왔다. 는 우려먹기는 아니었으나, ‘미남들의 수다’라는 특집을 급조해 뒷말을 들었다. 10대를 대상으로 하는 쇼프로그램에서 젊은 가수들이 어색하게 트로트를 부르기도 했
21세기, 약속의 땅은 오지 않았다. 우리에게 닥친 건 거대한 그러나 문화적으로는 가난한 소비사회였다. 출판, 영화, 대중음악, 순수예술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문화성이 퇴조하고 있다.어른들은 먹고 사느라 문화를 향유할 여유가 없고, 청소년들은 입시에 매달리느라 여유가 없다. 소비문화가 화려해질수록 문화가 고사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져만 간다. 게다가 2006년도에 닥친 한미FTA 폭탄은 여전히 그 폭발시기를 기다리며 잠복해있다. 2007년은 숨 막히는 한 해였다고 총평할 수 있다. 음반시장이 사라져가고 있다. 음악을 담은 음반이 사라지고 찰나적 소비상품이 유통되는 디지털 음원 시장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중예술의 깊이는 점점 더 얕아지고, 어차피 얕은 음악을 굳이 음반 사서 들을 필요가 없는 악순환이 심화될 것이다. 음악 진흥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대중예술인에게 수익이 충분히 분배되지 않는 디지털 음원 시장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방송사는 디지털 음원용도에나 적합할 상품이 아닌 음악을 소개하는 데 책무감을 가져야 한다. 전도연이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건 큰 경사였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한국영화가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