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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문화계 결산

출판, 영화, 대중음악, 순수예술··· ···문화성이 퇴조하고 있다



21세기, 약속의 땅은 오지 않았다. 우리에게 닥친 건 거대한 그러나 문화적으로는 가난한 소비사회였다. 출판, 영화, 대중음악, 순수예술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문화성이 퇴조하고 있다.

어른들은 먹고 사느라 문화를 향유할 여유가 없고, 청소년들은 입시에 매달리느라 여유가 없다. 소비문화가 화려해질수록 문화가 고사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져만 간다. 게다가 2006년도에 닥친 한미FTA 폭탄은 여전히 그 폭발시기를 기다리며 잠복해있다. 2007년은 숨 막히는 한 해였다고 총평할 수 있다.

음반시장이 사라져가고 있다. 음악을 담은 음반이 사라지고 찰나적 소비상품이 유통되는 디지털 음원 시장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중예술의 깊이는 점점 더 얕아지고, 어차피 얕은 음악을 굳이 음반 사서 들을 필요가 없는 악순환이 심화될 것이다.

음악 진흥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대중예술인에게 수익이 충분히 분배되지 않는 디지털 음원 시장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방송사는 디지털 음원용도에나 적합할 상품이 아닌 음악을 소개하는 데 책무감을 가져야 한다.

전도연이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건 큰 경사였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한국영화가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글쎄. 서양 사람들한테 동양 여자는 이국적인 꽃이다. 상 주기 좋다. 한국 영화가 상을 받을 때가 됐는데 막상 나오는 작품들이 2% 부족해서 부담없는 여자연기상을 주고 있다고 나는 해석한다. 그러므로 내가 느끼기에 여우주연상의 약진은 우리 영화계에 가해진 채찍질이다. 우리 영화계는 아직 일본이나 중국이 받았던 것만큼의 주목을 못 받고 있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올해 국내에서 최고의 주목을 받았던 영화는 화려한 휴가와 디워다. 화려한 휴가는 대선을 맞아 한나라당 반대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디워는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논란을 야기했다.

디워 사태에선 일단 타자를 용납하지 못하는 네티즌 대중의 공격성의 문제가 드러났다. 그리고 1차원적인 상품 완성도 평가에 안주하는 지식인들의 근시안도 문제가 됐다. 디워 흥행에 애국심 요소는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을 애국주의라고 굳이 조소한 것은 너무했고, 애국주의 요소가 없다고 받아친 쪽은 기이했다. 애국심을 개탄하는 쪽에서 디워가 미국에서 나라망신을 시켰다고 부끄러워하는 웃지 못할 일도 연출됐다. 디워를 지지하던 사람들 중 일부는 디워가 미국흥행에 실패하자 좌절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에서 지금 당장 인정받는 것이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한국사회의 미숙성을 여러모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예술품 경매가 올해 우리나라에서 본격화 되었다. 미술시장의 과열이 연일 보도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갑자기 예술애호가가 된 것일까? 아니다. 재테크 종목이 하나 더 늘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미술시장이 커지면 마치 미술계가 부흥하고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경매시장의 휘황찬란한 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국가는 예술진흥에 나서야 한다.

신정아 사태는 한국 순수미술계의 부실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교수, 감독, 큐레이터, 미술관들이 움직였다. 그 안에 예술은 없었다. 예술은 없는데 경매시장은 과열됐다. 급기야는 한국 최고 유명화가의 위조작품이 경매시장에 흘러나오기도 했다. 사람과 작품에 모두 위조의 그림자가 얼룩진 한 해였다.

드라마 쪽엔 두 가지 특기할 만한 흐름이 있었다. 바로 미국 드라마 열풍과 사극 열풍이다. 과거 드라마 시장은 우리의 철옹성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드의 공세가 무섭다.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적절한 우리 드라마 육성·보호책이 강구돼야 한다. 우리 드라마 산업을 보호하되 선진 문화가 들어오는 창구는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최근에 유독 고구려 사극이 많았다. IMF 이후의 열패감을 국가적 자부심에서 찾으려는 우경화의 징후인 측면이 일부분 있다. 태왕사신기는 우리 드라마역사상 초유의 규모로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었다고 할 만하다. 완성도면에서도 비교적 성공을 거뒀다.

사극 열풍에 끼어 남북합작 사극 ‘사육신’이 KBS를 통해 방영됐지만 국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서로 간의 문화적 차이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하루빨리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문화적 분리를 막아야 한다.

공중파 중간광고 허용 논란도 있었다. 이번 중간광고 사태 때 방송사들이 보여준 태도는 광고 수익에만 혈안이 된 수익자의 자세 그 자체였다.

방송사가 이렇게 광고에 매달리게 되면 방송이 점점 상업적으로 변해간다. 추세상 중간 광고를 막을 수 없다면 방송내용의 공공성을 사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제기되는 ‘광고를 하니 수신료를 받지 말라’는 주장은 잘못된 생각이다. 수신료는 공공성의 보루다. 수신료를 방송사를 압박할 근거로 유지해야 한다.

디카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똑딱이 디카와 함께 DSLR 열풍이 함께 불어 전 국민의 사진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DSLR 애호가들의 여성도촬 행각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대중의 손에 표현할 문화매체가 쥐어졌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대중에게 생긴 매체는 또 있다. 바로 UCC 열풍과 블로그 활성화다. UCC는 이제 인터넷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블로그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블로거기자라는 말까지 탄생시키며 1인 매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다. 각 정당은 블로거들을 상대로 취재요청을 하거나 기자출입증을 발급하는 등 시대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한국사회 시장화가 급진전하고 있다. 문화적 전망은 어둡다. 객관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희망은 의지로 갖는 것이다. 의지로 낙관하며 2008년을 기다려본다.




[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