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학생들이 친환경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교수들로부터 보고서 겉장을 받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아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웃음이 새어나온다. ‘보고서 겉장 꾸미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부 학생들은 이제 어쩌지’ 하는 생각과, 이어 ‘이런 정도의 노력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올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이다. 대학사회에서 종이를 아끼는 데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학교는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바로 교수학습지원시스템이다. 교수자는 얼마든지 원하는 게시판을 만들 수 있고 학습자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교수자와는 물론 동료 학생들과도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종이 한 장, 프린터 토너 한 바퀴 돌아가기도 필요하지 않다. 보고서 겉장을 아끼자는 허접한 노력에 비하면 전혀 차원이 다르다.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쓰고 읽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인가 이다. 아무리 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더라도 인터넷에서 굴러다니는 글들을 긁어와 적당히 짜집기한 것이라면 어디에 올리던 아무 의미가 없다. 학습자의 머리는 그저 지식이 지나가는 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학습활동이 생길 리가 없다. 그래서 어떤 교수님들은 보고서
시간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무대는 시드니의 달링 하버. 식전 행사로 배들이 퍼레이드를 벌이는 퍼몬트 다리 위도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화려한 식전 행사가 끝나고 마침내 기념식이 시작된다. 총리의 연설, 이 날의 유래 설명에 이어 세계 각국에서 호주로 이민 와 성공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다문화 시대에 어떻게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어울려 사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인데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다. 영어 실력이 모자라서? 그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크다. 바로 뒤, 어깨를 맞닿다시피 한 두 그룹의 수다 때문이다. 왼쪽은 중국, 오른쪽은 한국 젊은이들이다. 어학연수의 천국이라는 호주에 영어를 공부하러 온 학생들이다. 다 들을 수밖에 없었던 한국 학생들의 대화 내용은 “O반에 있는 XX는 누구누구와 사귀고....” “00이는 몇 년을 어디에 있었는데 조금만 더 버티면 영주권을...” 표정으로 보아 중국 젊은이들의 대화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분위기와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낄낄댐은 폭죽이 터질 때야 비로소 멈춘다. 역시 어학연수 관련 일로 출장 나온 나는 비감한 느낌이 든다. 이 나라의 기원과 역사를 이해하고, 다문화 정책이 어떻게 실현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