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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타이밍이 예술인 정권의 국민길들이기

-올림픽으로 눈과 귀를 가리다


모든 것은 보름동안에 신속히 진행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은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먼저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소문이 돌았던 ‘언니 게이트’를 올림픽 직전 언론에 흘리고, 올림픽 기간 중에 유야무야 묻어버렸다.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가 청와대로 건 수많은 ‘로비 혐의’ 전화는 모두 ‘청와대 가정부’가 받은 것으로 처리됐다.

대통령 부인과는 의절이라도 한 사이처럼 대대적으로 알렸다. 대통령 부인과도 그러니 ‘제부’인 대통령과는 말 할 것도 없다. 대통령 부부는 주책인 ‘언니’ 때문에 공연히 누명 쓴 고결한 ‘어린 양’ 이미지를 강화했다. 폐막식 직전 한나라당 당직자들과의 만찬에서 오죽하면 대통령은 “요즘 살 맛이 난다. 엔돌핀이 돈다”는 고백까지 하셨을까.

연이은 금메달 소식에, 그 환호와 열광 속에 엉터리 수사보고서는 종결돼 버렸다. ‘이후’는 없다. 사건은 물 건너갔다. KBS 장악은 더 빨랐다. 정연주 전 사장 해임에서 구속, 새 사장 임명까지 초(超)스피드다. 빛의 속도다. 게다가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초정밀성을 자랑한다. 때맞춰 터뜨린 연예기획사의 방송사 PD 금품로비 수사는 방송과 연예계가 비리의 온상이며 따라서 ‘정화’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상을 심기에 충분했다. 현직도 아닌 ‘전직’ KBS 예능PD부터 즉각 구속했다. 수사는 방송계 전반으로 확대됐다.

새로운 ‘사장 후보들’의 각종 ‘회의’가 맹비난을 받자 애초에는 염두에도 없던 31년 KBS맨 이병순 씨가 낙하산을 탔다. 대통령의 신속한 임명동의로 KBS 새 사장은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근을 강행했다. 취임사는 역시 ‘청부 사장’ 다웠다. ‘논란’이 된 시사 프로그램 폐지를 예고했고, 시장주의 강화와 ‘수신료 인상’을 내세웠다. 무엇보다 “사전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게이트키핑”을 약속했다. 머릿속에 자물쇠를 채우고 아이디어 하나까지 검열하겠다는, 18세기 야경국가(夜警國家) 어용방송의 선언이었다.

이 정부의 일처리는 한 번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게다가 철저히 ‘공약대로’다. 모든 것을 ‘시장’과 ‘기업’에 맡기고 ‘하나님’께 바치고, 민영화만이 갈 길이며 ‘토건국가’로 만들겠다는 애초의 신조는 모든 장벽을 뛰어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선전하는 통에 대통령 지지율까지 ‘생각대로’ 맞출 수 있었다. 게다가 성대한 선수단 귀국 행사는, 장애인 올림픽에 대한 관심 자체를 소멸시켰다. 후보 시절부터 이어진 장애인 무시 · 폄하는 여전한 셈이다. 국민이 이제 정신을 차리고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찰라, 신출귀몰한 타이밍이 또 발동됐다. 불교계가 1700년 만에 처음 있는 불교 탄압이라며 정부를 규탄하는 범불교대회를 연 27일, 귀신같이 ‘간첩 사건’이 터졌다. 이미 3년간 내사 끝에 7월10일에 구속한 여간첩 하나로 성난 불교도 20만의 목소리를 ‘도로아미타불’로 만든다는 전략, 이거야말로 통치 6개월의 확실한 ‘금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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