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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대국에 낀 한반도, 균형외교 해법은?

정부 외교역량과 국외주재 우리국민과의 협력 필요

최근 한국외교가 전략부재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의 외교목표와 전략은 결국 대북정책과 대 주변4강 외교로 귀착된다. 대미정책에 전략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들고 대북정책과 대일정책에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추진의지와 추진력도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미·일 밀월관계와 중·러 밀월관계, 동아시아에서 미·일 대 중·러 라는 대립구도 형성을 우리의 대 4강 외교의 실패로 몰고 가는 것은 도가 지나친다. 그렇다고 당국자의 말처럼 ‘미국과 중국에게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축복받은 상황’도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어느 쪽도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여전히 원칙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주장의 요점은 미국과 중국, 중·러 와 미·일 사이에서 균형 잡힌 외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균형외교’를 해야 한다는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어떻게 균형외교를 하느냐 하는 구체적인 전략이다.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 균형자론을 꺼내 들었다가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외면당한 기억이 있다. 균형자적인 역할과 균형외교 전략을 추진할만한 국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던 것이다. 4대 강대국 틈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실천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한반도와 주변4강’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우리 한국은 한반도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세계 4대 강대국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이들 강대국의 국력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하다. 우리가 그동안의 경제발전을 통해 절대적인 국력은 대폭 증대되었지만 이들 4대 강대국들과의 상대적인 국력을 평가해 본다면 구한말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에 있다고 해서 우리의 외교역량을 과대평가하면서 정치권과 국민들이 이상주의적인 무리한 외교 전략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지만 동아시아지역에서의 발언권은 여전히 미약하다. 양자관계와 다자관계 등 다차원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대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고려한 국가이익의 정의와 추구이다. 현실적인 상황을 기반으로 국가이익으로 정의된 외교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외교 전략과 추진력은 자신의 국력이 전제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외교역량을 다른 국가도 아닌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 4대강대국과 비교하면서 ‘한국외교의 위기’, ‘외교전략 부재’ 등의 표현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우리정부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 더구나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예측이 불가능한 국가이다. 다시 말해 외교하기가 가장 힘든 국가이란 것이다. 현 정부가 비판받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통일 대박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이들 정책들의 공통점은 북한의 변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태생부터 한계를 지니고 있다. 남북한관계를 공식·비공식 채널을 동원하여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나 현 정부가 고수해온 ‘원칙’을 하루아침에 허물어버릴 수는 없다. 중·장기적으로 ‘원칙’을 버리는 것과 고수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국익과 한반도의 평화에 도움이 될 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외교정책의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정부가 중·장기적인 목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는 것이다.

최근 형성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의 중·러와 미·일의 대립구도는 이미 냉전시대부터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동아시아 역학구도이다. 우리가 4강들 간에 형성되고 있는 동북아 국제질서를 바꾸거나 조정할 힘은 없다. 단지 이러한 국제질서 하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을 어떻게 추구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또 다시 재현되고 있는 중·러, 미·일 대립구도에서 우리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4강에 있어서 한국은 분명히 냉전시대와는 차별되는 전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우리 외교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사실을 주변 4강에게 확실히 자신 있게 인식시켜줘야 한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견제가 우선이지 북핵문제가 우선이 아니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 중국은 안보에 있어서는 절대로 한국의 편에 설 수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 보다는 일본과의 동맹관계 강화를 통한 중국견제를 동북아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중국 역시 한국을 떼놓고는 자신의 경제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의 외교역량이 주변 4강과 비교할 때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로 인해서 비관적이라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역량으로 추구할 수 있는 최대의 이익과 효율적인 정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한된 우리정부의 외교역량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국민들의 주재국 국민들과의 민간차원의 협력이다. 다차원적·다원적인 민간차원의 협력을 활성화시켜 우리의 외교를 우회적으로 도와 줄 수 있는 기제를 정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6월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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