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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을 받는 올림픽의 그림자, 패럴림픽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배려 필요”


패럴림픽(Paralympics)에 대해 들어봤는가? 패럴림픽은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올림픽 개최국에서 열리는 장애인올림픽을 말한다. 하계 혹은 동계올림픽 종료 후 2주일 내에 10일간 개최된다. Paralympic 이라는 단어는 ‘옆의, 나란히’를 뜻하는 그리스어 전치사 ‘para’와 ‘Olympics’의 합성어라고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는 밝히고 있다. 즉 육체가 건강한 사람들의 올림픽에 대응할만한 장애인들의 올림픽이라는 말이다.

‘패럴림픽’은 또한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Paraplegia와 올림픽(Olympics)의 합성어라는 설도 있으며 64년 제2회 도쿄 장애인올림픽 이후 공식용어가 되었다. 패럴림픽은 영국 루드비히 구트만 박사가 2차 세계대전에서 척수장애를 당한 전역군인들의 재활 수단의 하나로 운동 요법을 도입한 것을 계기로 시작되어, 1948년 하반신마비자 26명을 모아 경기를 가진 것이 시초이다. 한국은 68년 제3회 텔아비브대회부터 선수단을 파견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올림픽 기간이면 밤을 새워서라도 선수들의 경기를 시청한다. 그에 부응하듯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5위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패럴림픽의 경우 사람들은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일까? 2004 아테네 패럴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은 금11 은11 동6개로 종합순위 16위를 기록했고 2008 베이징에서는 금10 은8 동13개로 종합순위 13위를 기록했다. 이번 런던 패럴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참가한 25개국 중 종합순위 12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메달은 금9 은9 동9를 따냈다.

금메달 숫자는 조금 줄었지만 종합순위를 고려하면 올림픽에 버금가는 대단한 성적이다. 그럼에도 공중파 방송에서는 패럴림픽을 생중계하지 않고 하이라이트를 편집한 방송을 내보냈다. 올림픽 중계에 많은 투자를 했으니 시청률이 안 나올 것 같은 패럴림픽에는 굳이 투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까? 물론 런던과 우리나라 사이에 시차가 크고, 방송사마다 사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패럴림픽 중계 같은 것은 경제적인 이유로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되는 종류의 사안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겠다며 공익광고를 내보내는 것보다, 우리가 장애인이라 말하는 그들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외국의 경우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외국에서는 ‘보치아’와 ‘골볼’같은 패럴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종목들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보치아는 표적구를 향해 공을 던져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산해 승패를 겨루는 경기이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만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인데, 공식경기가 아닌 곳에서는 비장애인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경기라서 생활체육으로도 널리 보급되어 사랑 받는 스포츠이다.

‘골볼’은 1946년 실명한 퇴역 군인들의 재활을 위하여 고안된 스포츠로, 소리가 발생되는 공을 이용하여 상대팀 골대에 공을 넣는 경기이다. 선수는 촉각을 이용하여 경기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데 경기장 라인에는 실이 들어 있어 촉각으로 이를 감지할 수 있다. 계속되는 공수전환으로 강인한 체력을 요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장애인들에게 가장 비중 있는 엘리트 스포츠일 뿐만 아니라 재활의 목적, 생활스포츠로도 매우 중요한 종목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외국에서는 ‘보치아’나 ‘골볼’ 같은 경기를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저변에 넓게 깔려있다는 것이다.

사실 장애인에 대한 문제는 개인의 무관심보다 사회적 무관심이 더 크다는 것이 심각하다. 작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것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우리 개개인이 장애인 문제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문제를 알 수 있는 사회문화적 창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장애인의 사회적 고용문제도 심각하다. 아직까지 장애인 고용은 단순노무나 생산직에 치중되어 있고 전체 장애인 비율 중 경제활동을 인구는 채 반을 넘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사항은 장애인과 일반인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나, 정치적 공약으로써가 아니라 실제로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물론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이나 신호등과 같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시설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 같은 환경 때문에 장애인들이 외출이라도 한번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사실 장애인과 일반인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일반인과 다름없이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의 기본시설이 우선되어야 한다. 즉 장애인들이 일반인과 다름없는 수준의 사회문화적인 복지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행정이 아니라 장애인 또한 일반인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인이 마음껏 돌아다니기에는 위험한 요소가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외출을 꺼리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기까지 하다. 그들에게 있어 우리사회는 일반인들이 자신을 보는 시각의 문제에 앞서 물리적으로 안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기본적인 제반시설이 갖춰진 이후에 장애인예술회관처럼 장애인들이 일반인과 같은 수준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이 따라야 한다. 실례로 우리나라 장애인 문화예술 예산은 장애인 체육 예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2013년 장애인예술회관 건립과 관련된 예산은 전혀 책정되지 않았다. 장애인과 일반인이 다를 것 없다는 공익광고를 아무리 해봐도 실제 장애인을 위한 물리적인 요건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그들이 일반인과 같이 거리를 돌아다니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장애인과 일반인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줄임과 동시에 심리적인 거리 또한 함께 줄여야 한다. 우리는 보통 지적장애인을 보면 무서워한다. 그들의 모습이 조금 다르고 행동이 다르다고 해서 싫어하는 것을 넘어 무서워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적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장애인의 10분의 1밖에 안된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지적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것은 일종의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장애인을 보면 일반인의 도움이 없으면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등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장애인은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있어 큰 무리가 없다. 일반인보다 조금 속도가 느리거나 불편할 뿐이다.

장애인은 우리의 ‘옆에’ 있는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이다. 이제는 그들을 대함에 있어 관심을 가지라고만 얘기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으로 장애인과 일반인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줄여줄 제대로 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는 등 심리적인 거리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패럴림픽을 통해 장애가 더 이상 신체적 한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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