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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한글에 대해 자긍심 높이고, 한글날의 의의 되돌아 보는 계기 삼아야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라는 뜻으로 세종의 애민정신이 담겨있다. 학식이 높고 배움이 많은 양반이나 선비들을 위한 글이 아니라 진짜 백성을 위해 만든 글인 셈이다. 이는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훈(訓)’이란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뜻한다. 당시 임금을 ‘백성의 지아비’라고 불렀던 것을 생각하면 세종 스스로 자신을 조선의 가장(家長)이라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아버지가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만든 것이 바로 한글이다. 그렇다면 한글날은 언제부터 지정 되었을까?

한글날을 처음 제정한 것은 일제강점기에 있던 1926년의 일이다. 조선어연구회 곧 오늘의 한글학회가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이라고 하고, 그날 서울 식도원에서 처음으로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 시초이다. 이 해는 한글이 반포된 지 480년이 되던 해였다. 당시는 우리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억압에 눌려서 위축되어 있던 때라 민족정신을 되살리고 북돋우기 위하여 한글날을 재정하여 기념하기로 했던 것이다.

가갸날을 한글날로 이름을 바꾼 해는 1928년이었다. 가갸날은 1931년에는 그동안 음력으로 기념해오던 한글날을 양력으로 고치기로 하고 율리우스력으로 환산하여 10월 29일을 한글날로 정했다. 그러나 이 환산 방법에 의문이 생겨 1446년의 음력 9월 29일을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쓰던 그레고리력으로 다시 환산한 결과 10월 28일과 일치하여 이 날을 한글날로 정하고 기념식을 가졌다.

율리우스력은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율리우스력으로 환산한 것은 옳지 않고 현행의 그레고리오력을 세종 때까지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한글날을 양력 10월 9일로 확정한 것은 1945년 우리나라가 광복이 되고 나서였다. 곧 ‘정통 11년 9월 상한’의 ‘9월 상한’을 9월 상순의 끝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잡고 그것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로 정한 것이다.

1946년은 훈민정음 반포 500돌이 되는 해였다. 이 해에 군정청에서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였고, 조선어 학회가 중심이 되어 ‘한글 반포 500주년 기념사업 준비 위원회를 구성하여 기념행사를 거족적·거국적으로 마련하였다. 서울의 기념식은 덕수궁 중화전 옆의 넓은 뜰에서 각 단체의 대표자를 비롯하여 중등학생·대학생·시민 등, 2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그야말로 성대하게 거행하였다.

공휴일로 정하여 한글날 기념식을 치른 것도 최초이며, 2만을 헤아리는 국민이 마음껏 한자리에 모여 성대한 기념식을 치른 것도 처음이었다. 이로써 한글날은 국민의 정서 속에 최고의 날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뒤로도 줄곧 공휴일로 쇠기는 했지만 명문화된 규정은 없었고, 때가 되면 정부에서 임시로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법정 공휴일이 된 것은 1949년이다.

1990년이 되자 또 다른 변고의 조짐이 나타났다. 1988년 들어선 노태우 정부에서, 노는 날이 많아 경제 활동에 지장이 많다는 경제 단체의 건의가 있어 법정공휴일 축소 문제가 논의되었고, 그해 8월에 국무회의에서 한글날을 국군의 날과 더불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하기로 의결, 한글날은 단순히 기념일이 되었다.

그러나 한글 관련 단체의 꾸준한 한글날 국경일 제정 운동의 결과로 2005년 12월 29일에 국회에서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2006년부터는 한글날이 국경일로 정해졌다. 내년부터 한글날이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됐다. 행정안전부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 을 8일 입법예고 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9일 제566주년 한글날을 계기로 국회에서 한글날 공휴일 지정 촉구 결의안에 의결되는 등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넓게 형성됨에 따라 정부에서 공휴일 지정을 추진하게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실시한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83.6%의 국민이 찬성을 했고 이중 46.3% 국민이 “국민들의 한글의 가치 및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며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대한 찬성이유로 꼽았다.

또한, 정부의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 확정은 최근 K팝을 비롯해 한국드라마와 영화들이 세계 각국에서 한류 붐을 일으킴과 동시에 외국인의 한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면서 한글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문자 중에서도 세계적인 발명품과 같이 과학적이면서도 독창적인 그 특성을 인해 현존하는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글은 소리가 나는 대로 적고, 발음할 수 있는 표음문자에 해당한다. 표음문자란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기호로 나타낸 글자를 뜻하는데, 한글이나 알파벳이 대표적인 표음문자라고 할 수 있다.

표음문자의 형태를 띠는 한글의 특징은 훈민정음 창제 원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데, 훈민정음은 단순한 소리의 조합이 아닌 혀의 위치나 입술 모양, 인간이 소리를 낼 때 어떤 기관이 막히고 열리는 지까지 모두 분석하여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글은 중국어나 일본어와 같은 음절 문자가 아니라 음소 문자로 되어 있다는 것도 독특하다.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쓰는 한글의 표기 체계는 그 어떤 문자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뛰어난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검증되었다. 1997년 유네스코는 훈민정음 혜례본을 세계 기록 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켰다. 이로써 우리는 전 세계 2900여 개의 언어 가운데 가장 우수한 문자를 사용하는 민족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한글의 소중함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각종 외래어, 신조어, 은어, 비속어 등으로 아름다운 우리말이 더렵혀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글날을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월 9일이 한글날 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64.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경우 32.7%만이 한글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매년 각국의 문맹퇴치 공로자에게 ‘세종대왕 문해상’을 시상하며,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이 90개소로 늘어난 이 때 정작 국내에서 한글이 만들어진 기념일이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이번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을 계기로 한글을 더욱 발전시키고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다양한 후속조치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단순히 달력에 빨간날이 하나 더 추가 된 것이 아닌 한글에 대해 우리국민들의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여러 분야의 발전을 고루 이루고 경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이르러 일정한 국제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한글이라는 글자가 있어 동력원이 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하여 한글의 창제와 그 우수성을 기리며, 그 고마움을 마음에 새기며, 한글과 국어의 발전을 다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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