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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ㆍ지방화 시대의 한국학(5)'의 구조분석의 본보기

문학연구는 역사연구, 사상연구 그리고 역사창조를 위한 지침


기본방향
구조분석이란 질서를 발견하고 기술하고 평가하는 작업이다. 문맥상의 의미와 구조는 표면과 이면, 개별과 총괄, 확산과 집약, 우연과 필연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영근, ‘텍스트이론’을 보면, 텍스트언어학은 문학작품의 구조분석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작업인 문면이해의 기초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문학작품의 구조는 음성적 질서, 시간적 질서, 공간적 질서의 세 측면의 질서에서 분석될 수 있다. 그 셋을 ‘음성적 구조’, ‘순차적 구조’, ‘병립적 구조’라고도 한다. 그래서 위에서 든 셋보다 더욱 포괄적인 ‘상황적 구조’를 밝히는 데 이르러야 한다. 한 작품과 다른 작품과의 관계, 작품을 창조하거나 전달하는 사람과 수용하는 사람의 관계, 작품의 사회적ㆍ역사적 의미나 의의가 ‘상황적 구조’에 해당한다. 그런 것들은 따로 놀지 않고 복합되어 있으므로 총체적인 분석을 필요로 한다.

둘째 본보기
‘월인석보’ 권1 詳節部의 <瞿曇氏興家記>(4-8장)이다. 고영근 위의 책에 있는 현대역을 들면 다음과 같다. (359-360면)
(가) 옛날의 아승기겁 시절에 한 보살이 왕이 되어 나라를 아우에게 맡기고 도리를 배우러 나아가시어 구담바라문을 만났다. 당신의 옷을 벗고 구담의 옷으로 갈아입으시고 깊은 산에 들어가서 과일과 물을 드시고 좌선하시다가 나라에 구걸하러 오셨는데 모두 몰라보고 소구담이라고 하였다.
(나) 보살이 성 밖 사탕수 밭에 정사를 만들고 혼자 앉아 있었는데, 도적 5백명이 관청의 재물을 훔쳐 정사 옆으로 지나가니 그 도적이 보살의 전세 원수였다.
(다) 이튿날 나라에서 도적의 발자취를 좇아 와서 그 보살을 나무에 꿰어 두었는데, 대구담이 천안으로 보고 허공에 날아 와 묻되, “자네가 자식이 없는데 무슨 죄인가?” 보살이 대답하시되, “곧 죽을 나인데 자손을 의논하겠는가?”
(라) 그 왕이 사람을 시켜 쏘아 죽었다.
(마) 대구담이 슬퍼하여 관에 넣고 피 묻은 흙을 파 가지고 정사에 돌아와 왼쪽 피는 따로 담고 오른쪽 피는 따로 담아 놓고 이르되, “이 도사가 정성이 지극할 것 같으면 하늘이 당당히 이 피를 사람이 되게 하실 것이다”
(바) 열 달만에 왼쪽 피는 남자가 되고 오른쪽 피는 여자가 되니 성을 구담씨라 하였다. 이로부터 자손이 이으셔서 구담씨가 다시 일어나셨다.

문맥상의 의미 이해
고영근은 이 자료를 분석해 “큰 텍스트는 우선 여섯 개의 작은 텍스트로 나누어지고 이들은 다시 개별문장으로 구분될 수 있다”하고, “문장에 따라서는 대화텍스트를 안는 일도 없지 않았다”고 하는 결과를 얻었다.(367면) 그것은 글의 외형을 말한 데 지나지 않는다.
해결해야 할 의문이 우선 (나)와 (다)의 관계에 있다. (나)에서 도적이 주인공 보살이 수도하는 정사 곁으로 지나가기만 했는데, (다)에서는 나라에서 주인공을 잡아 나무에 꿰어 두었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주인공 보살을 도적으로 오인했다. (나)에서 “그 도적이 보살의 전세 원수였다”고 한 말과 (다)에서 대구담이 “자네가 자식이 없는데 무슨 죄인가?”라고 한 말은 전혀 별개인 것 같지만, 주인공이 전세에 도적에게 원수질 일을 한 탓에 이생에서 목숨을 잃을 뿐만 아니라 자손이 없는 징벌까지 당하게 되어 있음을 대구담이 알고 염려했다는 것을 독자가 스스로 알아내야 전후가 연결된다.
(라)와 (마)ㆍ(바)가 연결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는 것은 더 큰 의문이다. (라)에서 죽은 보살이 후손을 두도록 하는 이적을 대구담이 스스로 행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대구담의 기원을 받아들여 ‘하늘’이 한 일이다.
(가)에서 (바)까지가 어떻게 해서 한 텍스트의 여러 부분을 이루는가, 그런 부분들이 어떤 유기적인, 논리적인 관계를 가지는가 하는 것은 ‘응집성’의 문제라고 했다. 작품구조를 분석하려면 음성적 구조, 순차적 구조, 병립적 구조, 상황적 구조를 모두 살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글은 산문이어서 음성적 구조는 문제되지 않는다.
순차적 구조
(가)에서 (바)까지의 여섯 부분, 그것들을 다시 나눈 개별 문장이 순차적 구조를 이루는 구실을 하지 않는다. 순차적 구조는 그보다 큰 단위에서 형성되어 있다. 그 단위를 ‘단락’이라고 지칭한다.
첫째 단락: (가)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주인공은 왕위를 물려주고 도를 닦아 도사로 인정되는 행운을 얻었다.
둘째 단락: (나)ㆍ(다)ㆍ(라) 부분. 주인공은 전세에 도적들에게 원수를 진 인연 때문에 도적으로 오인되어 죽고 자손을 두지 못하는 불운을 당했다.
셋째 단락: (마)ㆍ(바) 부분. 주인공은 죽었으나 대구담의 도술과 정성 덕분에, 주인공이 흘린 피가 모여 후손이 생겨나는 행운을 얻었다.
‘단락’의 내용을 서로 대립되는 관계에 따라서 간추린 ‘단락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단락소: ‘행운’ 둘째 단락소: ‘불운’, 첫째 단락소 ‘행운’의 부정인 ‘불운’ 셋째 단락소: ‘행운’, 둘째 단락소 ‘불운’의 부정이고, 첫째 단락소의 ‘행운’의 부정의 부정인 ‘행운’.
첫째 단락에서 도를 닦는 작은 행운이 둘째 단락의 불운을 넘어서서 셋째 단락의 행운을 이룩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주인공이 만약 왕위를 그대로 지키고 도를 닦지 않았다면 둘째 단락의 불운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그러나 셋째 단락의 행운이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은 순차적 구조 분석으로 밝힐 수 없으므로 병립적 구조 분석으로 나아가야 한다.

병립적 구조
병립적 구조를 분석한 결과를 먼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갑) (을) (병)
현세의 경험 ↔ 전세와 연결된 인연 ↔ 영원히 이어지는 재생
민담 전설 신화

(갑) “현세의 경험”은 주인공이 왕위를 아우에게 물려주고 도를 닦아 도사로 인정된 영역이다. 세계와의 대결을 자아의 우위에 입각해서 벌여, 자아의 민담적 가능성을 확인했다. 생략된 부분이 없고, 풀어야 할 의문이 남아 있지도 않은 것이 민담의 특징이다.
(을) “전세와 연결된 인연”에서는 뜻하지 않던 불운이 닥쳐와 주인공이 처참한 패배를 했다. 도적에게 원수진 전세의 인연 때문에 도적으로 오인되어 피살되고, 그것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자손이 없는 징벌까지 당하는 뜻밖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은 전설의 전개이다.
(병) “영원히 이어지는 재생”은 앞의 것들과 별개의 차원이어서 서술의 방식도 아주 다르다. “열 달만에 왼쪽 피는 남자가 되고 오른쪽 피는 여자가 되니”라고 한 말은 셋으로 나누어야 한다. “잉태한지 열 달만에 사람이 태어난다”, “왼쪽의 남자와 오른쪽의 여자가 합쳐야 생명을 잉태한다”, “남자의 피와 여자의 피가 결합되어 자식을 이룬다.” 그런 명제들을 응결성을 무시하고 응집성도 버려 말이 되지 않게 섞어 놓아 사고의 비약을 촉구하는 것이 신화의 특징이다.
생명뿐만 아니라 천지만물 모든 것이 서로 대립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영원히 이어지는 근본원리를 말했다. 신화는 그처럼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다.

상황적 구조
인도에서 불교문학이 이루어질 때 “현세의 경험”, “전세와 연결된 인연”, “영원히 이어지는 재생”에 관한 가르침이 모두 필요해서 기존의 소재를 모아 이야기를 구성했다. 교리불교를 대중불교로 바꾸어놓기 위해 개방적인 자세를 가졌다.
‘월인석보’를 편찬할 때에는 불교의 대중화에 뜻을 두지 않았으며, 유교이념의 제한을 넘어서서 상상력의 폭을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망되었다.
‘월인석보’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상이한 층위가 각기 그것대로 수용되어 한국문학을 더욱 풍요롭게 했을 수 있다. 민담 층위는 異人이야기, 전설 층위는 뛰어난 영웅의 패배담, 신화 층위는 창세무가의 인류기원담과 각기 연관을 가지기도 하고, 그 셋이 합쳐져서 소설에 들어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논의의 확대
문학작품의 구조분석은 문학연구에서 항상 하는 일이다. 특별히 드러내서 별도로 거론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작업이 없었다고 속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문학작품의 구조는 어느 경우나 음성적 구조, 순차적 구조, 병립적 구조, 상황적 구조 이 넷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그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하고 어느 것은 버려야 한다.
문학작품의 구조분석이란 천지만물의 기본 원리인 질서를 무질서와 함께 발견하고, 상극과 상생이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생극을 확인하고 구현하는 작업의 하나이다.
문학작품은 그런 구조를 잘 집약해 갖추고 있어 소중하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며, 그것을 분석하는 훈련을 통해 사고를 가다듬도록 하는 교재로서도 큰 구실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연구는 역사연구이고 사상연구이며, 역사창조를 위한 지침일 수 있다.
요약·정리 : 학술부
지난 11일 있은 조동일 석좌교수의 ‘세계·지방화 시대의 한국학(5)’ 강연의 ‘구조분석의 본보기’를 요약 정리했다.
한국학에 대한 새로운 정립을 통해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고자하는 강연의 주요 대목을 요약하여 독자에게 전한다.
첫째 본보기는 이현보(李賢輔)의 시조로 지면관계상 싣지 못했으며, 이번호에서는‘월인석보’의 내용으로 문맥상의 의미 이해, 순차적·병립적·상황적 구조중심으로 한 둘째 본보기를 요약·정리했다.




[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