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고유선 기자 = 신용카드를 발급받고서 1년 이상 쓰지 않은 휴면 카드(일명 장롱 카드)가 2천313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면 카드가 해지된다고 고객에게 알리면서 신규 카드 가입을 유도하는 상술이 활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휴면카드가 새로운 휴면카드를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2일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휴면 카드는 2천313만장으로 지난 4월 말의 2천343만장보다 30여만장 줄어드는데 그쳤다.
올해 1월 말의 2천355만장과 비교해도 크게 변동이 없는 수치다.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 1명당 여전히 평균 1장의 휴면 카드를 가진 셈이다.
감독당국은 지난 3월부터 고객이 휴면 카드 해지 요청을 하지 않아도 별다른 의사 표시가 없으면 1개월간 사용을 정지하고 3개월 후에 자동 해지하도록 카드사에 지시했다.
감독당국의 압박에도 오히려 휴면카드 비중을 늘린 카드사들이 적지 않았다.
비씨카드는 지난 4월말 전체 신용카드 중 휴면 카드 비중이 14.36%였지만 7월 말에는 17.13%로 증가했다.
하나SK카드도 휴면카드 비중이 지난 4월 말 28.03%에서 7월말 29.02%, 현대카드는 21.77%에서 22.0%로 각각 늘었다.
휴면카드 보유 규모로 보면 신한카드가 476만장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카드(289만장), 국민카드(263만장), 삼성카드[029780](261만장), 롯데카드(213만장) 순이었다.
이처럼 휴면카드가 크게 줄지 않는 것은 카드사들의 편법 영업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고객에 휴면카드 해지를 전화로 알리면서 연회비 면제나 부가혜택, 사은품 제공 등으로 신규 카드 가입을 유혹하는 상황이다.
카드사로서는 휴면 카드도 잠재 고객이므로 신규 카드 가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그동안 유지비용을 감내하면서 휴면카드를 살려 둔 것은 이들이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라면서 "자동 해지시키기보다 적극적인 영업으로 새로운 카드를 만들도록 권유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오는 3분기까지 휴면카드 정리 현황을 살펴본 뒤 불성실한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휴면카드 축소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휴면카드 해지를 통보하면서 신규 카드 가입을 유도하는 행위는 단속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