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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리오층석탑과 사리신앙


사찰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는 형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법당의 뒤쪽에 부도형의 사리탑을 만드는 형식으로 이곳을 계단으로 삼아 신성시한다. 다른 하나는 불탑에 사리를 봉안하여 법당 앞에 세우는데 대부분의 사찰들이 이 형식을 따지만 경배의 중심은 불상이고 탑은 이차적이다.

경주의 나원리에는 8세기초에 만들어진 10미터 높이의 장대한 탑이 언덕위에 우뚝 솟아 있다(국보 39호). 동시대 신라의 탑들이 3층인데 비해 이 탑은 5층이다. 상륜부는 사라졌지만 기단부와 탑신부가 매우 온전하게 남아있다. 1,300년이 지난 지금도 하얀 피부를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나원 백탑’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탑은 거대한 몸집에 비해 매우 단정한 모습이고, 낮은 2중기단 위에 비례감이 뛰어난 구조와 안정감을 갖고 있는 당대의 수작이다. 탑을 보고 있으면 훤칠하고 잘생긴 대장부의 기상을 느낀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탑이 서 있는 장소가 높은 언덕 위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불탑은 법당의 앞에 위치하는데 이 탑은 법당의 뒤쪽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탑이 언덕배기 위에 세워져 그 뒤로 법당이 설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덕 아래 법당을 세우고 법당에서 탑을 우러러 보도록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다.

불탑을 법당 뒤에 두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정암사의 수마노탑이 또 다른 유일한 예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일은 그 형식이 중요하지는 않다. 사리는 부처님의 몸이기 때문에 불상 이전부터 사리를 봉안한 탑이 불교신앙의 중심이 되었던 것이다. 탑이 법당의 뒤쪽에 위치하면 법당에서는 부처님을 모시지 않고 탑이 있는 곳으로 큰 창을 내어 탑을 보며 직접 경배토록 한다. 적멸보궁이 있는 사찰은 모두 이 형식을 따른다. 불교의 상징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