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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빗나간 예언

"인간에게 사고 본성이 있는 한, 종이책은 계속된다"


●종이 없는 세상-빗나간 예언


10년 전, 가르치던 학생들을 인솔하여 국립중앙도서관을 견학한 일이 있다. 국가 도서관의 규모와 시스템을 흥미 있게 둘러본 경험 속에 특별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한 가지 기억이 있다. ‘멀티미디어 도서관’이라는 간판을 단 공간으로 안내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곳을 담당하고 있던 사서는 무척 호기롭게 멀티미디어 도서관을 자랑하였다.

주로 CD-ROM 형태로 만들어진 백과사전이나 영상자료 등을 다양하게 갖추어 두고 열람하도록 해 둔 시설로서, 지금은 웬만한 도서관에는 다 갖추어져 있지만 당시로서는 보기 힘든 첨단 시스템이었다.

담당 사서는 특히 CD라는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전자책이 가진 탁월한 정보저장능력과 정보검색능력 등에 대해 침을 튀겨가며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는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며 5년 정도 지나면 도서관에서도 더 이상 종이책을 수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었다. 사서의 친절한 시연을 통해 수십 권짜리 백과사전을 CD 한 장에 담은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의 화려한 위용을 목격한 학생들은 책의 종말을 예고하는 전언에 내심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5년이 두 번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책은 팔리고 있으며 출판업은 발전하고 있다. 도서관은 더 늘어나고 도서관마다 장서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종이 없는 사회(paperless society)’에 대한 전언이 인구에 회자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종이책은 진화하면서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자매체의 유혹과 한계


브리태니카(Britannica) 백과사전을 CD나 온라인으로 보는 것은 거의 황홀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케네디(John F. Kennedy)의 암살장면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의 대학시절 경기장면도, 한국 전쟁의 전투장면도 동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CD나 온라인 형태로 전자화된 한글 번역본 조선왕조실록은 어떤가. 검색어를 입력하고 키를 누르면 눈 깜짝할 사이에 관련 항목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지 않는가. 덕분에 도서관 한 구석에서 돋보기를 들고 수십 권에 달하는 종이책을 일일이 뒤적이며 자료를 찾던 연구자들의 고행은 다시 보기 어려운 전설이 되어버렸다.

종이책 수백 권을 담은 손바닥 만한 전자책 단말기를 입학 선물로 받은 아이들에게 독서계를 주름잡던 경구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는 이제 독해불명의 주문 같은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자책은 정보저장과 검색의 효율성에서 종이책을 능가하며 시각과 청각은 물론이며 오감을 자극하는 멀티소스를 활용하여 독자를 유혹한다. 그리고 많은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하여 사용(multi use)할 수 있고 먼 거리에서 온라인으로 접속(remote access)하여 볼 수도 있어 그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이런 특성과 장점으로 인해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낳게 했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예기치 못한 변수가 있는 법.

이 강력하고 화려한 매체들은 안타깝게도 일정한 장비와 작동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운명 지워져 있다. 때로 그 장비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도 하고 복잡한 사용 방법을 숙지해야 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비난 받기도 하니 전자책으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전자책의 번득거리는 화면은 인류가 정보를 읽는 수단인 눈에는 본질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이런 사소한(?) 약점 때문에 인간의 눈이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의 눈처럼 퉁방울 눈이 되지 않는 한 전자책의 절망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결국 전자책은 종이책을 온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장점을 살려 일정한 영역에서 입지를 굳히게 된다. 특정 데이터를 찾기 위해 보는 책, 다량의 정보를 담아야 하는 책, 신속한 정보 갱신과 전달을 생명으로 하는 매체의 경우에는 전자 형태가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도서관의 사전류와 통계자료를 비롯한 다양한 참고정보원과 서지정보원들은 전자형태로 전환되었다.

결국 전자책은 종이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매체로서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화된 매체, 종이책


앞의 논의에서 어느 정도 눈치를 챘겠지만, 첨단 기술로 무장한 전자책에 비하면 구닥다리 같은 종이책이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인간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종이책이 오랜 세월동안 인간과 더불어 진화해 오면서 인간성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의 신체적 특성을 반영하여 수백 년간 진화해 오면서 인간의 몸과 생활에 친숙한 매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책이 존속하는 세 가지 이유는 침대(bed), 욕실(bath), 해변(beach) 때문’이라고 한 로마노(Frank J. Romano)의 이야기나 ‘책은 낙타 위에서, 배 위에서, 사막에서, 그리고 화장실에서, 심지어는 성행위를 하면서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지식의 전달 수단’ 이기 때문에 소멸하지 않는다고 한 에코(Umberto Eco)의 이야기는 이런 원리를 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종이책이 인간의 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생각한다’는 인간의 존재적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책은 단편적인 정보를 탐색하고 전달하는 데는 유리하다.

하지만 인간의 사고를 자극하고 고양하는 데는 종이책을 따를 수 없다. 선형적(linear) 독서 형태를 요구하는 종이책은 끊임없이 독자의 사고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종이책을 읽는 행위는 추리하고, 분석하고, 종합하고, 예측하고, 비판하고, 상상하는 지적 활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간이 사고하는 본성에 대한 가치를 버리지 않는 한 종이책을 선호하는 성향은 지속되고 종이책은 계속될 것이다.







[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