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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공격 행보'에 비판 확산

野 "박해춘 사퇴 요구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주식 투자 비중을 대폭 늘리고 기업 인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각계 연금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연금 전문가, 학계, 정치권까지 연기금 운용 방향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는 형국이다.
특히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국회 보건복지가족위가 구성돼 전체회의가 소집되면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출석시켜 사퇴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가족부 내에서도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기금수익률 제고를 지상 과제로 내건 박 이사장이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은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비판은 대체로 증시가 침체해 기금에 적자가 생길 경우 연금제도 자체의 존속을 걱정할 정도의 위기가 올 것이란 지적과 박 이사장이 `월권'을 하고 있다는 주장 등으로 요약됐다.

포문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열었다.

유 전 장관은 이틀 전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 이사장의 `임기중 주식투자 비중 40%로 확대' 발언에 대해 "박 이사장의 권한이 아니다. 조금 조심스럽게 말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최영희 복지 담당 정책조정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열리면 박 이사장을 불러 강력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계획없이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하는 것이라면 사퇴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투자로 적자를 본 상황에서 박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저러는 게 아니라면 이명박 정부 차원에서 개미들을 증시 부양에 끌어들이려고 사기를 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핵심 관계자는 "박 이사장의 월권과 독주에 대해 부처 여론이 좋지 않다"며 "기금운용의 독립성은 보장해야 하나 연금 재정 안정의 책임과 권한이 복지부에 있다는 점을 박 이사장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국민연금이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찬성키로 하는 중요한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도 기금운용위 산하 의결권행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것도 월권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재희 장관이 임명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산하 기관장인 박 이사장이 장관을 찾아오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복지부 내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연금 정책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문형표 위원장도 "(박 이사장의 행보는) 내가 봐도 어색해 보인다"면서 "국민연금은 민간 기금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투자 전략은 기금운용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본부장 역시 "주식 비중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연금 기금 수익을 늘려 재정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더 문제"라며 "박 이사장이 기금 수익을 높이면 보험료를 안 올려도 된다는 식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이사장이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의 높은 수익률을 모델로 언급한 데 대해서도 "지역 공무원만을 한정한 캘퍼스를 공공성이 중요한 국민연금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뒤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 목표는 시장 수익률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연금 전문가인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공단 이사장이 기금운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이러한 투자가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은 모두 정부에 전가돼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국민연금은 완전히 망가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공적기금인 국민연금은 99% 투자에 성공하다가 1%만 실패해도 국가가 흔들릴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에서 연금 정책을 주도했던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장은 "박 이사장이 자신의 성취욕을 달성하기 위해 연금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증시 부양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주식시장의 거품을 만들고 연금 운용을 위탁한 가입자들의 신의도 저버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박해춘 이사장은 `우군'이 거의 없다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주식비중을 30% 이상 높인다고 결정한 것을 구체화했을뿐 월권을 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박 이사장은 "아직 개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모두 욕부터 하는 바람에 너무 외롭다"면서 "과거 국민연금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채권만 사는 바람에 기금 고갈 문제가 생긴 만큼 어떤 비판이 있어도 국민을 위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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