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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0호 독자마당]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읽고

박완서 선생은 20대에 작가로 등단한 후 글을 통해 본인의 진가를 드러내셨다. 선생의 글은 따뜻함이 있고 애절함이 있다. 세대를 뛰어 넘는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먹먹하게 하기도 한다. 경험에서 흘러나오는 연륜이 글 속에 담겨있어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선생의 ‘한강 사랑’이었다. 빌딩과 자동차로 가득한 서울 도심 속에서는 한강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빌딩 숲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한강은 안쓰러워 보인다.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서울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을 느끼기 위해서는 버스와 지하철 환승을 여러 번 해야만 했다. 한강의 넓고 광대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정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두 개의 갈림 길에서 선택하지 않은 쪽에 대한 막연한 애정이 들 때가 있다.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터진 한국전쟁은 꽃다운 나이의 여대생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3년간의 전쟁터를 통해 얻게 된 건 살기 위한 몸부림과 고통의 시간뿐이었다. 박완서 선생에게 못가본 길은 학업의 길이었다. 학문을 통한 자기실현의 기회를 놓쳤다는 게 크나큰 미련으로 남아있었다. 


요즘 시대가 살기 힘들어졌다고는 하나 과거 박완서 선생이 살던 시절과 비교할 수 있으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전쟁에 대한 공포심은 그녀의 꿈과 목표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뚜렷한 목표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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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