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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지금 용기를 갖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세상이 변했다. 청명한 하늘, 푸른 나무와 꽃들은 그대로지만 액자 속의 사진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건물들과 완벽한 조경에는 무언가 빠진 것 같다.

 

사람들의 눈만 꿈뻑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스크 속에 가려진 그들의 표정이 그립다. 표정이 사라진 시대. 건조해진 일상은 마음을 무채색으로 물들이고 정신마저 뿌옇게 만들었다. 닫히고 부정돼버린 시대에 서서히 잠식되고 있는 것이다. 흑백 필름이 씌워진 시대와 더불어 지난날의 실패들은 나를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 필요한 추진력이 상실돼버렸기에 나는 한동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떠한 의미도 희망도 찾을 수 없었다. 지속되던 답답한 현실과 무력감은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렸고 하늘은 더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보내기를 한참, 우울함과 분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지켜보시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잠시 멈춰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궤도를 이탈하는 순간에는 돌이킬 수 없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랜 시간 멈춰있어 계속되는 무기력함에 점점 일상의 감각을 상실해버린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실패작이라고 생각했던 지난날들이 예전만큼 무겁게 나를 누르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이미 나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누군가의 확인을 받고 싶었을지도. 내가 선택한 모든 순간이 최고는 아니었지만 당시 최선이었다.

 

스스로한테 물었다. 내가 정말로 지금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먼 훗날 지금을 회상했을 때 하지 못해서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물음에 대해 즉시 떠오른 생각이 정답이다. 나는 부서지고 흐트러진 마음을 모아서 다시 나아갈 준비를 했다. 차근차근. 다시 한번 무너지더라도 이때를 기억하리.

 

표정 없는 사회는 앞으로 계속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난날의 상처도 잊히지 않고 계속해서 걸음을 방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래 늪에 빠졌을 때 발버둥치지 않으면 빠져나올 방법이 없듯이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가능성은 줄어든다. 한 번이 두려워서 스스로를 외면하지 말자. 단 한 번의 용기는 앞으로 남은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줄 것이다.

 

얼마 전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최근에 빠져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와 요즘 어떤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가볍게 얘기했다. 묵묵히 듣고 계시다가 한 말씀하셨다. “네가 네 자리를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나는 고맙고 기쁘다.” 그 말을 듣고 흐르는 눈물이 그토록 뜨거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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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