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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탑의 상징세계

경주 불국사 대웅전 앞에는 신라 석조미술을 대표하는 두 가지 걸작이 있다. 곧 석가탑과 다보탑(혜공왕 때 건립, 765~780)이다. 석가탑은 신라 정형석탑의 전형으로서 장식이 없고 단순하며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 왼쪽에 다양한 기교를 부려서 화려하지만 천박하지 않고 세련된 모습의 다보탑이 있다.

이 탑을 다보탑이라 한 것은 다보여래가 석가여래와 나란히 앉아 석가의 설법(석가탑)을 증명하는 뜻으로 건립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가탑 동쪽에 다보탑을 세워 불교적 상징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한편, 다보여래는 칠보탑의 형태로 나타나므로 칠보탑(七寶塔)으로도 불린다. 불국사 대웅전의 앞마당에서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가 어울려 장엄한 불국토를 이루고자 했던 신라인들의 사유세계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탑은 우리나라 석탑 가운데서 가장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신라인의 세계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석가탑은 통돌을 사용해 막힌 구조를 하고 있지만 다보탑은 다양한 석재로 기둥을 세우고 짜 맞춰 열린 공간구조를 보여준다. 아울러 탑의 설계는 기하학적인 비례인 8:4:2:1의 등비급수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탑의 형태는 기단부가 4각형이며, 1·2·3층은 8각형 그리고 상륜부는 대체로 원형이다. 4각의 기단은 4성제(苦集滅道), 8각의 탑신은 열반으로 향하는 8정도(正道), 원형의 상륜은 깨달음의 세계(圓覺)를 표현한다. 석가가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보리수 아래에서 오랜 수행 끝에 얻은 진리는 연기(緣起)이다. 모든 현상은 원인과 조건에 의해 발생하며 원인과 조건이 소멸되면 현상 또한 소멸한다. 괴로움도 원인에 의해 생긴 것이므로 원인을 제거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난다. 깨달음도 곧 이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다보탑은 석가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전체 과정을 상징화한 것이다.

다보탑은 형태적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불교적 상징세계를 조형물로서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최선인가를 보여주는 우리 문화유산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