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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지역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지역 고유의 역사를 담고 있는 서점은 그 지역 출판·문화의 역사


오늘날 문화의 발전이나 정보의 교환에 있어 책만큼 크게 기여한 것이 또 있을까. 대구의 크고 작은 서점들은 오늘도 많은 독자들의 머릿속 지식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일 매일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신간 서적과 그 책들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 그러나 대구의 서점은 사라지고 있다.

현재 대구 서점가는
“온라인 서점 3,4개와 대형서점 3개 정도가 서점 시장을 계속 독점할 것이고 지역 소규모 서점은 계속해서 문을 닫을 것이다” 출판평론가 한기호(한국마케팅연구소·소장)소장은 이런 현상이 비단 대구뿐만이 아니라 전국 중소서점들이 불황을 겪을 것이라 진단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2005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조사한 전국 서점 수는 총 2천 1백 3개(순수 서점 기준)였다. 이 중 대구에 위치한 서점은 총 1백 98개로 서울의 3백 27개에 비해 모자라는 숫자였으나, 광역시 중 가장 많은 서점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구와 함께 자란 서점가의 역사
·대구 최초의 서점은 ‘연문사 서점’
대구 최초의 서점에 대한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매일신문에 나온 당시 정보에 의하면 해방 전 일본인이 경영하던 ‘연문사(硏文社)서점’이 그 시초라 한다. 연문사 서점의 규모는 상당했으며 우리나라 서적은 물론 일본서적까지 고루 갖추어 놓았다. 그리고 한국인이 경영하던 서점도 있었다.

지금의 중부경찰서 건너편에 있었던 ‘신구(新舊)’를 비롯한 두 군데에서는 서적뿐만 아니라 윷이나 부채 등 우리 고유의 잡화까지 같이 팔았다.

·국내경기와 따로 노는 1980년대
“학원서림은 전공도서와 교재 중심의 서점이었고, 본영당은 국정교과서, 청운서림은 컴퓨터 서적, 대구서적이 대구 최초의 일반 소매서점 성격을 지녔었지” 1980년대 호황을 누린 학원서림 홍일석 대표에게 그 때의 얘기를 해달라고 부탁하자 사람들이 서점을 찾아 책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던 풍경을 회상하며 웃음을 지었다. 1980년대에는 경기가 호황을 이루어 전국적으로 서점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대구는 서점 수가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겪는다. 과외수업 폐지에 따른 학생들의 참고서구입이 줄어든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대구의 서점 수는 2백 35개였으며 이러한 불황 속에 1980년대 후반, 대구서점들은 교보문고의 지방 진출에 대비하여 매장확장에 주력한다. 제일서적은 기존 1층 서점 외에 2층에 50평 규모의 문화 시설을 설치하고 대구서적은 3층에도 매장을 설치했다. 이때 서점의 대형화는 그 당시 대구 지역에서 자생하여 서점의 규모 기준이 곧 대형서점의 기준이 되었고, 지금의 대형서점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대형서점의 본격적 등장, 잇단 지역 서점들의 폐업이 계속된 1990년대
1990년에는 사람들이 서점을 잘 찾지 않았다. 홍 대표는 “지하철 공사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오지 않아 난항을 겪었다.

이 때 지금의 시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이전을 한 제일서적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케이스다”고 말했다. 지역 대형서점들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전산화 작업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중고 서적상들의 휴·폐업이 속출했다. 한 해 최대 약 40개의 서점이 문을 닫았다고 하니 그 파급효과는 컸으리라 예상된다. 이 때 대구시내 서점 개수는 2백 개 남짓, 문구 사업 등을 겸하는 겸업서점까지 더해서는 5~6백 개에 달했다.

·명맥을 이어오던 서점들... 끝내 견디지 못하고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후반 IMF 위기를 비롯해 작년까지 많은 서점들이 폐업에 들어갔다. 1981년 중앙로에 문을 열어 지역 간판 서점의 명맥을 이어왔던 제일서적이 작년 11월, 25년의 역사를 접고 문을 닫아야 했다. 서울의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및 인터넷 서점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이 원인이다. 현재 규모를 축소해 도심에 자리하고 있는 학원서림은 1988년 연 매출 약 40억에 달하던 것에 비해 지금은 연 매출이 3~4억으로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대형서점이란 거대한 자본과 유통망을 가진 기업서점을 정의하는 것으로 지금의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를 예로 들 수 있다.

서점계의 대형마트,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로 인한 일반소매서점의 위축
교보문고 대구점은 2000년 9월 개점해 지금까지 대구를 대표하는 서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평일 2만 명, 주말엔 4만 명이며 하루 평균 4~5천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교보문고 전길채 고객센터파트장은 “핫 트랙스와 스타벅스 등의 시설을 함께 둠으로써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하며 서점업계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추구함을 밝혔다.

시내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는 영풍문고 삼성금융프라자점은 하루에 7백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으며 하루 평균 1천~2천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영풍문고 최재영 매장관리팀장은 “최근들어 문화공간과 서점의 결합은 당연하고 오히려 이런 공간이 없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는 중소서점과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으로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고 이로 인해 지역의 중소서점들은 경영난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해 12월, 서울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전국 서점 피해사례 간담회에는 1999년 교보문고가 대구에 진출한 이후 제일서적·청운서림 등 교보문고 주변 20~30개 중대형 서점이 폐업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중소서점의 피해는 전국에서 대구가 가장 심하다.

대구 서점 시장, 이대로 붕괴되는가?
우리대학 김종성(문헌정보학·조교수)교수는 최근 출판·인쇄업의 유통구조에 대해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독점 체제가 형성되어 있고 특히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오프라인의 대형 서점들이 베스트셀러를 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세력이 크다”고 말했다.

김종성 교수는 중소서점이 학교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 등 안정적인 수요층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출판 경향은 책이 잘 판매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대중성과 흥행성이 보장된 문학책 등의 번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 또한 영양가 있는 책이 출판되지 않는 이유로 앞서 말한 것처럼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들의 관심이다. 대구 서점 문화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모두 지금은 없어진 서점들을 그리워하며 한탄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생적인 우리의 문화는 우리가 지켜야 할, 그 누구도 지켜주지 못하는 우리의 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