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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마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영어마을을 통해 공부에서 놀이로

박신환(경기도문화정책과ㆍ과장)


지난 4월 3일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가 문을 열자 대한민국이 영어마을을 놓고 시끄럽다. 이 소란(?)은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영어마을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영어마을 반대론자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영어마을은 비싼 모델이니 더 짓지 말고 학교에 체험시설과 원어민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단기과정 위주여서 비효과적이다.’는 것이다. 비싼 모델인지 아닌지 검증해 보자.


‘영어마을 반대’의 주장대로 경기도 내 초·중·고 1천8백21개 교에 원어민교사를 1명씩 배치해 보자. 연간 9백10억 원이 필요하다. 경기도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의 학급 수는 총 3만5백83개이다. 원어민교사는 평균 17개 학급을 담당하게 된다. 원어민교사 1명이 일주일에 20시간 수업한다고 하자. 일주일에 학급당 원어민 접촉 시간은 1.17시간이다.


즉, 경기도내 한 학급 학생 35명이 일주일에 1.17시간 원어민 교사와 수업하기 위해서 9백10억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경기도는 파주캠프를 준공하는데 9백97억원의 건축비가 들었다. 연간 운영비로 1백50억 원을 책정하였다. 영어마을의 5일 과정을 통해 일 년에 4만2천명의 중2학생이 영어마을을 다녀간다. 경기도내 중 2학생의 20%를 수용하는 정도이다.


수용능력으로 볼 때 자치단체의 영어마을 건립계획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단기위주의 과정이라 그 효과성에 의문이 있다는 주장이 ‘참’인지 검증해 보자.


5일 과정의 경우, 학생들은 10시에 취침하여 다음날 오전8시에 아침식사를 한다. 즉, 하루에 14시간은 영어환경에서 생활하게 된다. 급식을 할 때나, 문방구에 갈 때나, 아파서 병원에 갈 때도 영어를 해야 한다. 노는 시간에도 영어를 해야 한다. 불과 5일 과정이지만, 영어환경 노출시간은 70시간에 이른다. 일년에 120시간 수업하는 학교와 비교해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입소학생의 97%는 5일 과정이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고, 98%는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답했다. 주관적 만족도지만, 그 효과가 작지 않다.


영어마을식 체험교육은 학교교육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이다. 그렇기에 입소대상 학교와 학생 선발은 경기도교육청이 전담하는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상생모델로 추진하고 있다. 학교 내의 영어교육 환경이 영어마을의 체험식 환경으로 바뀌어지길 희망한다. 그러나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국가재정이 풍요로워질 때까지는 영어마을이 담당하고 있는 영어교육의 보완재적 성격을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조기유학과 해외연수가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는 현실에서 언감생심 먹고 살기에도 바쁜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을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영어연수를 받을 수 있는 영어마을은 필요한 것이다.



영어마을 보다는 학교 영어교육 확충이 더 시급
김천홍(교육인적자원부영어교육혁신팀ㆍ팀장)

경기도 영어마을이 모델이 되어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영어마을은 순기능이 있지만, 매우 비싼 모델이라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 개원한 파주영어마을의 경우도 토지매입비 및 시설비로 9백97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들었고, 연간 운영비로 1백5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비록 해외어학연수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2주 프로그램에 60만원은 꽤 비싸다. 영어마을이 많이 있는 경기도의 경우에도 전체 4% 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혜택은 제한적이다.


영어마을이 영어능력 향상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영어교육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영어마을은 단기 프로그램 위주이고, 효과가 일시적이며, 초기 투자비용 과다 등 고비용 저효율로 지속적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실, 5박6일 정도 영어사용에 노출되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한 흥미를 일시적으로 갖게 하지만 영어능력 향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영어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며,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영어마을과 같은 일회성 체험보다는 매일 다니는 학교에서의 영어체험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최근 일부 초등학교에서 잉여교실을 활용하여 학교 내 영어체험교실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영어마을에서 운영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매일 다니는 학교에서 연중 상시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영어실력 향상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비도 매우 낮아 학교당 시설비로 2~3천만원이면 충분하다. 이러한 초등학교는 전국적으로 62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중에는 지자체가 투자하여 영어체험교실을 설치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구가 예산을 지원하여 강남교육청 관내 6개 초등학교에 설치한 영어체험교실이 그 좋은 사례이다. 이러한 영어교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도 설치되어야 한다.


일부 대학의 경우 영어학습프로그램을 학내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여대가 운영하고 있는 SWELL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수강료는 6주간 2백20만원으로 동기간 동안의 해외연수비용의 2분의 1 수준이지만 엄격한 학사관리로 프로그램의 질은 해외연수보다 나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여대의 사례와 같이 대학교 구내에 합숙형 영어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은 총 17개 대학으로 연간 참여인원은 3천5백여명으로 조사된다. 대학생들의 영어연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의 영어교실, 대학의 영어연수프로그램, 그리고 영어마을. 우리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시급히 투자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자명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