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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다고 놀리지 말아요!

‘어른이’들의 당당한 일탈

- 키덜트란?
키덜트란 아이라는 뜻의 키드(kid)와 어른의 어덜트(adult)를 합친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을 지칭한다. 다시 말해, 키덜트는 유년시절 때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의복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성인계층을 말한다. 키덜트의 특징은 진지하고 무거운 것 대신 과거에 자신이 느꼈던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감정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 대표적인 키덜트 장난감의 종류

1. 레고
레고는 덴마크 완구기업인 레고그룹의 대표 브랜드로 1932년에 덴마크의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조립식 블럭 완구를 내놓은 것이 그 시초이다. ‘재미있게 놀다’라는 뜻을 가진 덴마크어 ‘LEGODT’를 줄여 현재 ‘레고’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1937년부터 80여 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레고그룹은 다양한 연령대를 겨냥한 수많은 상품을 출시했다. 유아를 위한 ‘듀플로’부터 성인을 위한 ‘테크닉’까지 미국 레고 페이지 기준으로 34개 제품군으로 분류되며, 각각의 제품군에는 수많은 상품이 존재한다. 어른들을 위한 대표적인 레고 상품인 ‘테크닉’은 정적인 구조물이 아닌 움직이는 구조물을 만들고자 탄생했다. 테크닉 제품들은 레고 팬들도 만들기 어려운 시리즈로 치밀한 설계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만들어야 한다. 레고는 구매자가 직접 조립해 ‘손맛’을 느낄 수 있으며, 작은 블록을 끼워 맞춰 어떤 형태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2. 피규어
피규어는 관절이 움직일 수 있도록 다양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 또는 동물 형상을 한 모형 장난감을 뜻한다. 인기를 끌고 있는 피규어는 주로 영화나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 형상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피규어의 가격을 책정할 때 중요한 요소는 가동여부, 재질, 사이즈 등 다양하다. 저렴한 제품은 몇 만 원대로 구매가 가능하지만, 한정판으로 출시된 제품이나 좋은 퀄리티의 제품들은 몇 백, 몇 천만 원을 호가한다. 이처럼 피규어는 다른 키덜트 장난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있어 경제력이 없는 어린이나 학생들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성인들이 주로 구매하는 장난감이다.

3. 피젯스피너 & 피젯큐브
표창같은 모양으로 생긴 피젯스피너는 올해 떠오른 키덜트 장난감 중 하나다. 손가락으로 중앙 부분을 잡고 가볍게 돌려주면 빠르게 회전하는 원리로 작동하는 피젯스피너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유튜브· SNS 등을 통해 국내에 알려지게 되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피젯스피너를 돌리면 마치 팽이를 돌리는 것처럼 멈추지 않게 하고 싶은 심리가 생겨 중독성이 강하다. 피젯스피너는 단순히 돌리는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집중력 향상 및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 안정 등에 도움이 된다. 피젯큐브는 피젯스피너와 함께 인기가 많은 키덜트 장난감이다. 피젯큐브는 정육면체의 주사위 크기 장난감으로 각각의 면에 다른 스위치나 버튼이 있어 손으로 누르고 돌리고 문지르는 등 반복적인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4. 슬라임
일명 ‘액체괴물’ 또는 ‘액괴’라고 불리는 슬라임은 물풀과 물, 색소 등을 넣어 만든 장난감으로 끈적끈적한 반고체 형태의 장난감을 말한다. 슬라임은 해외에서 먼저 유행하다가 2015년 국내의 인기 유튜버의 유튜브 채널에서 처음 소개되었으며,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SNS을 통해 슬라임동영상을 올리면서 더 화제가 되었다. 놀이 방법은 그저 ‘만지작’대는 것 뿐이지만, 쫀득쫀득한 중독성 있는 촉감과 편안함을 주는 특유의 소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최근에는 슬라임을 구매하기 보다 직접 재료를 사서 만드는 것이 유행하고 있는 추세다. 슬라임의 재료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원하는 재료를 원하는 만큼 넣어 다양한 소리와 촉감을 느낄 수 있다.

- 키덜트 장난감에 빠져있는 ‘어른이’들

대학생 H 씨: 저는 건담을 모으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일본에서 살아서 건담을 더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그 영향을 받아 고등학생 때부터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건담을 직접 조립해서 완성된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요. 건담은 직접 조립하는 과정이 조금 어렵고 힘들긴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건담을 모으면서 쌓여 가는 박스를 보면 힘들었던 과정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요. 또한 제 손으로 완성한 작품을 보면 희열을 느껴요.

대학생 S 씨: SNS에서 슬라임 동영상을 보고 난 후 구매하고 직접 만들어보게도 되었답니다. 저는 여러 종류의 슬라임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슬라임은 ‘진주슬라임’이에요. ‘진주슬라임’은 안에 진주가 들어가 있어서 일반 슬라임보다 소리도 좋고 만졌을 때 손이 지압되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아요. 잡생각을 떨쳐낼 수 있게 되는 것이 슬라임의 가장 큰 매력 같아요. 평소에 생각할 일도 고민할 일도 많은데, 슬라임을 만지고 있을 때만큼은 다른 생각들을 하지 않고 촉감이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돼요. 그렇지만 슬라임을 만들 때 쓰이는 재료인 물풀이나 붕사가 피부에 좋지 않기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 만지는 것보다는 머리를 식히는 용도로 잠깐 만지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생 P 씨: 인터넷을 통해 피젯큐브를 알게 되었어요. 평소에 집중을 할 때,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어서 한번 사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젯큐브는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여서 휴대하기 편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직접 만져보기 전에는 만지느라 집중이 더 안 될 것 같았는데, 공부할 때나 집중할 때 피젯큐브를 만지면 오히려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 생각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쉬운 동작을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할 수 있어서, 만지면서도 다른 곳에 더 잘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전문가가 바라보는 키덜트
손영화(심리학) 교수

Q. 키덜트 문화의 확산 원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어린 시절 감성으로 돌아가 정서 안정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에요. 뿐만 아니라, 디지털 문화의 발달로 인해 복잡한 세상보다는 단순한 것들을 추구하려 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와 기업이 소비자를 타겟으로 과거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마케팅도 키덜트 문화 확산의 요인입니다.

Q. 키덜트 장난감의 효과는?
키덜트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각박한 세상과 스트레스는 잠시 잊고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어릴 때만 느낄 수 있던 순수한 감정이 인간적으로 성장하게 해주는 자극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망각하고 옛 추억에만 잠겨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요. 물론 과거에 대한 추억을 어느 정도는 떠올려 볼 수 있지만 그 추억을 맹목적으로 탐닉해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키덜트 장난감을 올바르게 즐기기 위해서는 너무 맹목적으로 빠져있기보다는 스스로 조절해 적당히 즐기는 것을 권장합니다.


과거에는 어른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고 하면 철들지 않았다고 타박을 받기 일쑤였지만 이제는키덜트 자체가 중요한 소비트렌드로 자리매김하였다. 더 이상 장난감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업들이 키덜트에 주목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구매력 때문이다.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키덜트족은 주요 돌파구인 셈이다. 이제 그 누구도 감히 ‘유치하다, 철들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 좋은 소리 들을까봐 두려워 망설이지 말고 키덜트 문화를 당당하게 즐겨보자.
대학생 A 씨는 평소 자신이 즐겨보는 만화 ‘원피스’의 피규어를 모으는데 푹 빠져있다. 피규어란 관절이 있어 다양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 동물 형상의 모형 장난감을 의미한다. A씨는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등장인물의 모형을 모으는 데에서 행복을 느낀다. 한편 대학생 B 씨는 쫀득쫀득하고 부드러운 슬라임을 만지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액체괴물’, 또는 ‘액괴’라고 불리는 슬라임은 물과 물풀, 색소, 다양한 파츠 등을 넣어 만든 장난감으로, 끈적끈적한 반고체 형태의 장난감이다. 과거에는 레고, 프라모델, 건담, 피규어 등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슬라임, 피젯스피너, 피젯큐브 등 키덜트 상품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졌다.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장난감을 어른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이러한 장난감들이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발자취에서는 그 답을 탐구해보려 한다. - 엮은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