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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44의 압박, 진정한 아름다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아니, 악마는 꿈의 무게를 현실화한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66사이즈를 입는 여자주인공 앤드리아는 44사이즈를 신앙처럼 숭배하는 패션잡지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패션일러스트에게 ‘뚱뚱하다’는 소리부터 듣는다. 카메오로 등장하는 슈퍼모델 ‘지젤 번천’의 군살 없는 몸매를 보자니 앤드리아가 뚱뚱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이 세상은 앤드리아 이상의 통통녀들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수보다 소수를 선택한다. 44사이즈를 평균 치수로 인식하고, 다이어트를 거듭하며 아프리카 난민 수준의 몸매를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옆구리 살을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도록! 오늘도 우리 내면의 악마는 끊임없이 속삭인다. “마음만 곱다고 여자니~ 44사이즈를 입어야 여자지~”

이 영화에 힘을 실어주기라도 하듯 44사이즈 열풍이 지속적으로 가열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44사이즈 전문 인터넷 쇼핑몰 ‘마인스 몰’이 생겨났으며, 열광적인 호응에 의해 그 수가 현재는 20여개로 늘어났다.

사회는 몸짱이 되라고 선량한 여성들을 부추기고 있다.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66에서 44로 변신하기 위한 평범녀들의 피땀나는 노력이 때론 죽음과 맞바꿔지기도 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검색순위 1위가 ‘77’, ‘88’사이즈라고 하니, 66이상의 통통녀들은 마음에 드는 옷 하나도 못 입는 세상이 매정하기만 하다.

가장 이상적인 몸매는 신체의 각 부위가 5:8의 비율로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44사이즈는 하나의 숫자에 불과하다. 바비인형처럼 가슴과 엉덩이는 풍만하고 허리는 잘록한 몸매를 사람의 미적 기준으로 보아선 안 된다. 인형은 인형일 뿐.

사람들은 오드리헵번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녀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로마의 휴일에서 보여준 사랑스런 연인의 모습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안타까움에 눈물 흘리던 모습이었다. 우리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