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가 있다. 서양동화라고 기억되는데 이 나무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아니 이 동화에서 나무의 이름은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동화를 생각할 때면 느티나무가 떠오른다. 동화의 내용에 따르자면 과실수라야 맞겠지만 느티나무가 떠오르는 것은 아마 내가 느티나무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이름부터가 마음에 든다. 우리말 ‘느티’라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농촌 동네 어귀에는 항상 아름드리 이 나무가 넓은 그늘을 드리우며 동네를 지키는 수호수인 당나무로 자리 잡고 있지 않는가? 또 자연스러운 나무결 무늬가 돋보이는 우리 전통가구의 재료가 아닌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나무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느티나무에 대한 첫인상은 고등학교 땐가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낭독을 잘 하던 한 친구에게 ‘젊은 느티나무’라는 단편소설을 읽혀 들려주었던 때 심어졌던 것 같다. 복잡한 관계설정 속에서도 반듯하고 깨끗한 남녀주인공과 연결된 느티나무의 건강한 이미지는 뒤에 실물을 보게 되었을 때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학교에 오고 가는 길에 심어진 이 느티나무, 그리고 우리 학교 동문 앞 길가에도, 교정 안에도 쉽게 눈에 띄는 이 나
어느 사이엔가 우리 학교의 캠퍼스가 아름답다는 찬사에 나도 중독(?)이 되었나 보다. 학교 연구실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당연히 찬사를 들으리라 기대하게 되었으니 말이다.그러나 지난 여름방학의 방문객은 이런 나의 자기중심성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연구실 건물과 호수를 가르쳐주고 정문에 막 들어섰다는 사람을 기다렸으나 한참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예상 시간보다 훨씬 지나 들어선 이에게 “이 건물 찾기가 힘드셨어요” 물으면서 “캠퍼스가 참 깨끗하고 예뻐” 라는 대답도 나오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예, 지나던 학생이 왼쪽으로 가라고 해서 오르막길로 올라가다 보니 한참 뒤에 건물이 나오던데 아니어서 다시 돌아내려 왔어요”, “저런, 기숙사까지 가셨던가 보군요”, “다른 대학처럼 갈림길에서 건물방향표지판이 없는 것 같아요”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다른 학교에 가면 으레 보게 되는 화살표모양의 나무표지판이 우리 학교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음을 그때서야 상기하였다. 가끔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 세워두는 입간판은 눈에 띄었어도 단과대학이나 건물의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그 뒤로 어느 곳에 표지판이 있나를 내부인이 아닌 외부인의 시선으로 살펴보게
얼마 전 우리 학교 맞은 편 삼성상용차 부지에 고라니와 멧돼지가 살고 있다는 뉴스가 TV의 지방뉴스시간에 올라온 것을 본 적이 있다. 오래 버려져 있던 그 땅에 새로 기업이 입주하여 개발을 하려다 보니 발견된 것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울타리 높이 쳐진 곳에 그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와서 보금자리를 틀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또 어디로 쫓겨갈지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학교의 궁산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들이 궁산에서 내려간 것은 아닐까? 저녁 무렵 궁산을 오르면서 풀숲에서 나는 소리들에 귀를 기울여본다. 뜻하지 않게 놈들을 발견하는 행운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가망 없는 기대를 안고.....근래 주로 만난 것들은 부쩍 요란스럽게 숲을 가로질러 나는 꿩들이다. 짝짓기의 계절인가? 궁산의 정상에서 높이 하늘을 선회하다 목표물을 찾아내고 내려 꽂히는 솔개(?)를 본 것도 이 봄의 일이다. 그러나 정작 궁금한 것은 벌써 몇 년 전의 일이 된 쉐턱관 앞 화단에서 만난 갈색토끼의 자취이다. 공휴일이나 토요일이었는지 캠퍼스에는 사람이 거의 없던 6월 이맘때쯤인가 보다. 비가 개고 막 햇살이 비치는 초록잔디의 싱그러움 속에 다갈색의 털
오월도 이제 중순을 넘어섰다. 벌써 한 학기가 끝나가려는 시점이다. 그래도 올해는 불순한 날씨 덕에 봄이 긴 것처럼 느껴진다. 작년의 경우 4월부터 갑자기 올라가는 기온에 한참 피어나던 철쭉꽃도 이내 타들어가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아직까지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지 않아 다소 위안이 된다. 우리학교의 봄은 한학촌 마당의 매화꽃 소식으로부터 시작해서 정문에서 들어오는 길의 모란이 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 같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모과, 아기사과, 라일락, 조팝나무, 그 밖의 이름 모를 꽃들이 피고 지는 것을 보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다. 게다가 한학촌 연못 가에는 패랭이꽃, 난초 등 갖가지 초화들도 피어 있다. 궁산에 오르면 짙은 아카시아 향기에 싸리꽃도 눈에 띈다. 우리학교 캠퍼스의 아름다움은 학교를 방문하는 이들 누구나가 입을 모아 칭찬한다. 적절히 배치된 붉은 벽돌건물과 조경의 조화 때문일 것이다. 그 속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에게는 눈으로 보는 외형의 아름다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들어가 숨쉬고 즐길 수 있는 친숙한 장소이다. 한학촌 연못가의 정자 안에 들어가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면서 담소하는 학생들을 보면, 그들이 훗날 언젠가 대학시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