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6.1℃
  • 구름많음강릉 23.6℃
  • 흐림서울 18.2℃
  • 흐림대전 21.4℃
  • 구름많음대구 25.2℃
  • 맑음울산 22.4℃
  • 구름많음광주 22.9℃
  • 맑음부산 20.7℃
  • 흐림고창 22.3℃
  • 구름많음제주 22.7℃
  • 흐림강화 16.3℃
  • 흐림보은 20.9℃
  • 흐림금산 21.2℃
  • 구름많음강진군 21.4℃
  • 맑음경주시 23.7℃
  • 맑음거제 19.9℃
기상청 제공

창녕 술정리 3층 석탑과 혜일스님


창녕 읍내 시장 통 끝자락에 너무도 잘생긴 탑이 한 기 외롭게 서 있다. 상륜부가 사라지고 없는데도 높이가 약 6m에 이르는 매우 큰 탑으로서 장대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수작이다. 이 탑은 형태나 석재의 조합방식이 석가탑과 너무나 닮아 석가탑을 본받아 만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면에서 석가탑보다 더 옛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석가탑에 비해 더 크고 당당한 2중기단, 더 높고 무게감 있는 1층 몸돌, 상승감이 더 있어 보이는 지붕돌 등에서 더 장대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석가탑은 2층 몸돌에 사리공이 있는데 이 탑은 감은사나 고선사탑 등 8세기에 만들어진 탑들처럼 3층 몸돌에 사리공이 있다. 이런 요소들이 이 탑이 석가탑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보는 근거이다. 이 탑은 크기나 세련미는 석가탑에 조금 떨어지나 훤칠하고 잘 생긴 대장부다운 당당함이나 기품은 석가탑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아마도 한 사람의 솜씨가 아닌지 모르겠다.

이 탑은 근년에 수호신이라 불릴 만큼 이 탑의 보호에 전심전력하는 혜일(慧日)스님 덕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혜일스님은 10여 년 전부터 탑의 관리를 위해 자신이 몸담고 있던 관음정사를 탑이 바라보이는 장소로 옮기고, 탑 주변을 정화하는 한편, 매일 예불을 올리고 있다. 또한 탑을 보존, 관리하는데 필요한 예산확보를 위해 문화관광부와 창녕군에 지원 요청을 하는 한편, 사비로 탑 주변의 민가를 사들여 정화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스님의 노력 덕분에 군청에서도 관심을 보여 탑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민가를 사들이고 주차장을 마련하는 등 관리에 힘을 보태고 있어 예전보다 많이 정돈되고 깨끗해진 모습이다.

혜일스님은 탑의 수리 복원 당시 발견된 사리장엄구는 모두 국립박물관이 가져가고, 사리는 스테인리스 그릇에 넣어 탑에 다시 봉안하였다고 분개한다. 그리고 이를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탑은 혜일스님의 공덕 때문에 더 정화되고 더 온전하게 보존될 것이다. 할 수 있다면 탑의 상륜부도 복원하여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