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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대중문화계에는 어떤 일이?!

대중문화 내재적 문제와 함께 국내 경기침체가 2008년 대중문화 시장 침체에 한 몫


최진실과 안재환의 자살, 욕먹는 드라마의 상승과 리얼 버라이어티의 홍수, 영화 시장의 침체, 대형 스타들의 흥행력 상실, 독설과 나쁜 남자 열풍..

2008년 한해를 수놓은 대중문화계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물론 몇 가지 사건과 현상으로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를 아우르기란 매우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2008년 대중문화의 주요한 흐름과 상황을 보여주는 단초들이다.

톱스타 최진실과 안재환의 자살은 우리 연예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안재환에 이은 톱스타 최진실의 충격적인 자살은 스타와 스타를 소비하는 환경, 스타 시스템의 현주소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연예인은 대중적 이미지와 실제와의 간극, 예술적 완성도를 위한 치열함, 인기의 부침 등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에 봉착하는 직업적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의 등장으로 네티즌과 수 많은 대중매체에 의한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시시각각 공개되는 환경과 악성루머와 악플의 대량유통은 스타를 비롯한 연예인의 어려움을 배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중문화 시장의 급팽창으로 스타 시스템의 핵으로 떠오른 일부 연예 기획사들이 스타나 연예인을 대중문화의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보기보다는 이윤을 창출하는 도구로만 전락시키는 것도 연예인의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었다.

최진실의 자살은 개인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지만 연예인의 생태적 특성과 연예인을 둘러싼 생산, 수용환경의 변화가 부른 구조적인 문제로 파악할 수 있다. 연예계의 구조적인 문제의 개선, 그리고 스타나 연예인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성을 지켜주려는 특별한 노력이 없는 한 이러한 비극적 사건은 재연될 소지가 높다.

2008년 올 한해 방송계는 드라마의 침체와 예능 프로그램의 상승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드라마 분야에선 ‘이산’,‘일지매’,‘쾌도 홍길동’등이 눈길을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극의 강세가 현저하게 약화되었다. 반면 ‘온에어’,‘종합병원2’,‘뉴하트’,‘베토벤 바이러스’등 특정직업을 소재로 내세운 전문직 드라마들이 관심을 끌었다.

사극의 저조는 지난 몇 년동안 지속돼 온 사극열풍에 대한 시청자의 피로감, 새로운 인물과 소재 발굴의 실패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고, 전문직 드라마의 상승은 무늬만 전문직 드라마이고 속내는 멜로 드라마였던 종래의 전문직 드라마의 문제를 극복하고 전문직의 리얼리티를 높여 젊은층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원동력이었다.

드라마에서 주목해야 할 현상은 일명 ‘욕먹는 드라마’로 명명된 ‘조강지처클럽’‘너는 내운명’‘흔들리지마’‘에덴의 동쪽’ 등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뻔한 선악대결, 진부한 출생의 비밀, 뻔한 권선징악적 주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설정 등으로 욕먹는 드라마들이 중장년층의 관심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에서 가장 눈에 두드러진 것은 ‘무한도전’으로 촉발된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박2일’‘패밀리가 떴다’등 리얼 버라이어티가 높은 인기를 끌었고 리얼과 가상을 혼합한 ‘우리결혼했어요’등 진화한 리얼 버라이어티와 그 아류들이 홍수를 이뤘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인기는 설정보다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외성과 리얼리티가 주는 생동감, 출연 멤버들의 눈길 끄는 캐릭터화가 날것을 욕망하는 시청자의 심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불황의 늪이 더욱 깊어졌다. ‘추격자’‘우리생애의 최고의 순간’‘놈놈놈’‘강철중’등이 선전했지만 대부분의 영화가 흥행에 참패했다. 영화시장의 침체는 수요축소와 공급증가에 따른 수요 불균형, 온라인 불법유통, 수출 부진, 투자 감소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우리 영화의 창의성 부족으로 매력도가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한국영화는 비슷한 소재, 완성도 낮은 스토리 전개 등 영화의 질적수준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추세를 보였다.

음악시장에 이어 영화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급기야 드라마 시장도 침체기운을 보여 방송사들이 단막극, 일일 드라마, 주말 드라마를 폐지하는 등 대중문화 시장의 침체가 2008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대중문화 내재적 문제와 함께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국내 경기침체도 대중문화 시장 불황에 한몫했다.

가요계에선 서태지, 비, 이효리, 신승훈, 김건모, 김종국 등 대형스타들이 컴백해 활동을 벌였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동방신기, 빅뱅과 원더걸스 등 아이돌 그룹의 선전이 눈에 띌 뿐이다.

대중스타들의 흥행력 상실은 가요계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분야에서도 나타나 올해에는 스타가 흥행보증수표가 아닌 흥행부도수표로 전락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대중문화 소비자들이 콘텐츠의 완성도를 스타보다 우선순위로 두고 소비하는 냉정한 소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올 한해 대중문화계의 떠오른 코드로는 가요, 드라마, 영화를 가로지르며 드러난 ‘나쁜 남자’와 ‘독설’이다. 나쁜 남자와 독설이 올 한해 대중문화의 코드로 부상한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현실의 고단함에 대응, 막말과 나쁜 행태마저 개성으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 원초적인 욕망을 직설적으로 배설하며 만족을 얻으려는 날것에 대한 욕망의 증가 등이 어우러져 낳은 현상일 것이다.

대중문화는 생산자의 이윤 욕구, 수용자의 기대와 욕망, 작가의 창작적 열망, 그리고 사회문화적 상황 등이 어우러져 생산되고 소비된다. 이 때문에 올 한해 눈길을 끌었던 대중문화를 보면 2008년 우리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는 우리의 또 다른 얼굴이다.
과연 2009년 대중문화의 주요한 흐름과 사건은 무엇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