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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생리공결제' 운영하는 대학 증가

제도뿐만 아니라 문화적 성숙도 함께 이루어져야

a지난 5월 26일 중앙대학교가 ‘생리공결(公缺)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해 대학가에 여학생 생리통으로 인한 수업 공결처리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생리공결제’는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가 여학생이 생리로 인해 결석하거나 수업을 받지 못할 경우 병결이나 병조퇴로 처리되는 것을 시정해 달라고 교육인적자원부에 권고했고 이에 올해 3월부터 초ㆍ중ㆍ고교 여학생이 생리통으로 등교하지 못하더라도 출석한 것으로 인정하는 ‘생리공결제’가 도입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이 생리로 인해 결석하는 경우 여성의 건강권 및 모성보호 측면에서 적절한 사회적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등을 보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흐름에 맞춰 전국 대학가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성차별·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과 여성만이 겪어야 하는 고통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이 제도를 시행 중인 학교는 동아대학교, 영남대학교, 경희대학교 등이 있고, 중앙대학교는 다음 학기에 시범운영해 2007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동아대학교는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학교측에 생리공결제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여 지난 2004학년도 2학기부터 운영되고 있다. 한달에 하루, 한 학기에 총 4번 가능하며 총여학생회실이나 각 단대 학생회실에서 신청서를 받아 해당 교수님께 제출하면 된다. 동아대학교는 현재 한달에 8백여명의 여학생들이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동아대학교 김선아 총여회장은 “지금까지 생리로 인해 여학생들이 수업권을 보장받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리고 생리공결제라는 것은 단순히 수업을 보장해주는 것 뿐 만 아니라 여성의 성에 대한 당당함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해 주는 의미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 생리공결제가 학칙이 아니라 내부지침 사항이므로 앞으로 이것이 학칙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근 지역 영남대학교의 경우도 총여에서 2004년도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학기에 시범 도입했고 지난 5월 15일부터 생리공결제를 전면 실시 중이다. 영남대학교 학생복지처 이광수 씨는 “충분히 학생들과 논의한 후 시행됐기에 내부적인 논쟁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40여명의 여학생이 이용했고 지금까지는 총여 홈페이지와 자보를 통해 홍보했지만 앞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영남대학교 임송이(심리학·3) 총여회장은 “생리를 당연한 고통으로 치부하지 않아야 하며 이것으로 인해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앞으로도 절대 발생하지 않아야 된다”라며 생리공결제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리고 중앙대학교의 경우 생리공결제를 다음 학기 시범운영한 후 2007학년도부터 전국대학 최초로 내부적인 지침이 아닌 학칙으로 인정할 예정이다. 생리공결을 월 1회씩 학기당 4회까지 인정하기로 했으며, 생리 때문에 수업에 빠지는 것은 인정하되 시험을 치르지 않는 것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중앙대학교 현경(법학·4) 총여회장은 생리공결제는 진정한 수업권을 보장해 주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동영상 강의 등의 방법을 통해 진정한 수업권과 건강권을 보장 받고 여성의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리공결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여론들도 적지않다. 대학에서 출석이 성적에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과 또한 생리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 그리고 역차별 등이 그 이유다. 이에 대해 중앙대학교 수업팀 담당자는 “어떤 제도라도 한계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소수에 의해 다수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제도는 단순히 여학생들의 수업권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둡고 습한 곳에 감춰졌던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해 당당해지고 음험한 상상력에 갇혔던 성을 서서히 양지로 끄집어 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도명숙(미국학·3)씨는 “회사에서도 생리휴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도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문화도 함께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대학에서는 생리공결제를 시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보름(식품영양학·3)총여회장은 앞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생리공결제를 시행할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앞으로 우리대학에서도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제도를 사용하는 여학생들의 의식일 것이다. 몇몇의 잘못된 생각으로 악용되어 이 제도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여성이 피해를 받아서는 안된다. 생리공결제는 제도적 정비, 문화적 성숙, 구성원의 합의라는 3박자를 잘 맞춰 시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