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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승천한 이무기 … 다음 무대는?

영구아트무비가 닦은 ‘어떤 길’


올해 한국영화계의 최대 이슈였던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국내 8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할리우드로 입성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2275개 스크린을 점유하며 미국 와이드릴리즈 개봉에 들어간 지 5주가 지난 지금, 심형래의 호언장담처럼 막대한 흥행 수익과는 거리가 있지만, 한국영화 최초로 미국 박스오피스 5위권에 진입을 하고 1천만 불이 넘는 흥행 실적을 올린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 전까지 역대 최고기록은 28주 동안 238만 불의 수익을 올린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었다. 물론 불과 74개 스크린에 올랐던 작가주의 영화 ‘봄 여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예산 규모임을 따진다면 ‘디 워’의 흥행을 낙관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디 워’는 할리우드 영화와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경쟁을 한 첫 번째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 받은 평가는 대부분 악평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영화가 보여준 기술적 성취도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들이 많았다. 단순 흥행 수치로는 실패라는 딱지가 붙는다. 하지만 ‘디 워’는 한국영화의 미국 공략과 함께 공동 제작과 투자유치라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더불어 이 영화 한 편으로 현재 한국영화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무시해왔던 특정 장르를 선호하는 관객층, 저질 언론들이 만들어낸 이상 열기 현상, 한국 민족의 특성인 떼거지 근성을 교묘하게 파고든 마케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개봉 중인 상업영화 한 편을 가지고 100분 토론까지 벌일 정도였으니 이전에도 이후로도 이런 해프닝은 반복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디 워’가 남긴 의미와 문제에 대해서 짚어보자. 한국영화계의 문제는 다양성 상실에서 비롯된다. 영화 한 편이 성공을 하면 그것이 흥행 교본인 마냥, 유사 콘셉트를 내세운 졸속 제작·기획 영화들이 판을 친다. 조폭 영화 아니면 코미디, 그도 아니면 여름철 반짝 특수를 노린 개념 상실의 공포 영화들이 앞 다투어 쏟아진다. 이들 영화가 가진 공통점은 관객층이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특정 타깃을 겨냥하고 제작을 하다 보니, 남녀노소 다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성격과는 애초 거리가 멀다.

할리우드가 노골적인 상업 영화라고 싸잡아 얘기하지만, 그들이 소화하는 영화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은 편이다. 그리고 박스오피스를 점령하는 영화 가운데 '가족 영화'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충무로에는 가족 영화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디 워’는 충무로가 가지고 있는 취약함을 여지없이 까발려 놓았다. ‘디 워’를 보러 극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가족 단위의 관객이 유난히 많았고, 또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좀처럼 마주치기 힘든 아동들이 극장을 가득 메웠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이것은 그동안 아동들이 볼 수 있는 극영화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충무로가 아동용 영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적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심형래는 그 동안 본인도 정확한 숫자를 모를 정도의 많은 영화를 찍었다. ‘영구와 땡칠이’시리즈를 함께 했던 남기남 감독과 듀엣으로 혹은 혼자 묵묵히 아동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며 외길을 걸어온 셈이다. 그리고 ‘디 워’를 통해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800만 관객 동원이 영화 완성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순 없지만, 적어도 장르 영화의 불모지에 가까운 충무로에서 거대괴수 영화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평단의 악평과는 관계없이 저연령층 관객 대부분이 만족을 표했다.

현재 거대괴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쌓은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1954년 ‘고지라’를 기점으로 반세기가 넘는 괴수 영화의 역사와 노하우를 쌓았고, 할리우드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괴수 영화를 만들었다. 단기간에 따라잡을 순 없지만, ‘디 워’가 보여준 결과물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무엇보다 ‘디 워’가 남긴 가장 큰 성과는 기술력이다. 할리우드 개봉에서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디 워’가 한국영화임을 모를 수도 있지만,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이 정도 특수효과를 보여준 데 대해서 다양한 생각들을 가질 수 있다. 연상승하는 국내 제작비 절감을 위해 지금도 해외 로케이션을 공격적으로 행하고 있으니, 기술력을 가진 회사와는 언제든지 공동 제작이나 투자유치를 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한 예로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에서 특수효과를 맡은 웨타 스튜디오는 이전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알 만큼 급성장했다. 그 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상당수가 웨타 스튜디오의 기술력을 빌리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영구아트무비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디 워’를 제작하면서 보유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다 적극적으로 갈고 닦아야 한다. 다른 한국영화나 외국 제작사들과의 합작을 통한 더 많은 현장 경험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년에 한번 영화를 만들기보다, 적은 예산으로 여러 편의 영화들을 제작하고 그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오늘날 할리우드의 메이저 제작사로 군림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기반을 다진 것은 공포 영화와 몬스터 영화들이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세계적인 장르전문 영화 제작사가 나올 수 있음을 확인시킨 영화 ‘디 워’. 논란의 열기가 식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을 확장시켜 나가는 작업일 것이다.




[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