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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과학의 역할 : 창의적 과학

창조적인 연구능력과 지속적인 기술혁신능력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

우리나라는 천연 부존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이다. 반세기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에 우리가 이룬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은, 어느 민족보다도 유교적 문화 배경에 기인한 교육의 중요성과 이러한 바탕으로부터 우수한 인적자원의 확보가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지난 경제 성장기 동안 우리의 과학기술은 자체 기술개발보다는 선진 외국의 기술을 직접 도입하고 이를 모방하여 왔으며, 동시에 상대적으로 값싸며 질적으로 우수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음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가 돼 왔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기술보호 정책과 높아진 무역장벽을 대비해, 이제는 우리도 스스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에서 각국의 경제 경쟁력은 자본의 축적, 우수한 기술력, 훈련된 노동력 및 원자재의 수급능력이라고 볼 수가 있다. 반면 21세기 정보화 시대에서 경제의 원동력은 새로운 지식과 과학기술 개혁이 될 것이며, 우수한 응용기술 개발은 탄탄한 기초 과학기술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슘페터(Joseph A. Schumpeter)의 지적대로, 건강한 경제는 정적 평형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에 의하여 동적으로 끊임없이 붕괴되고 재생되는 것이며, 여기에서 과학기술은 혁신을 위한 프론티어 역할을 하여야 된다. 이러한 이유로 21세기의 선진국들은 지식과 정보의 확보를 통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국제화/세계화 및 과학의 역할


21세기의 중심어인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와 세계화(Globalization)가 어떻게 다른가를 엄밀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실제적으로 양자간의 개념은 차별되어 사용된다. 국제화는 국가와 국가, 국가 내의 기업과 기업, 또는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가 양자적 관계로 전개되는 경향을 말한다. 이에 비해 세계화는 모든 관계가 다자적 관계의 확대로 진전되는 추세에서 보다 포괄적인 용어라고 볼 수 있다.


21세기에서는 지리적 의미의 국경은 점차 사라지고 이송 수단 및 정보 통신을 포함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지구상 거리의 소멸(Death of Distance)이란 초공간적 현상이 도래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서 사회적 이해 관심은 단지 내가 속한 사회나 국가에 머물지 않고 보다 다변화된 시각이 요구된다. 세계적 관심을 지향하는 접근법의 특징은 모든 인류에 기여하고 그 안에서 제 위치를 확보하는 협력과 경쟁의 구도가 새롭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에서의 세계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 중에서도 그 변화가 광범위하고 파급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의 변동성(Volatility)이라는 특성이 과학의 가속적인 발전과 국제적 확산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이념과 체제를 초월하여 국제적 관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국제 경쟁에서 사회의 활력과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과학기술의 변동성을 증가시키는 창조적인 연구능력과 지속적인 기술혁신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하여야 할 점은, 과학기술을 통한 국제 경쟁은 폐쇄 속에서 서로를 파괴시키는 경쟁이 아니라 개방된 상태에서 협력을 통한 선의의 경쟁이라는 점이다.


선진 국가들은 국가 간의 협력관계를 보다 강화하고 있으며,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체들은 국제적 연계를 재촉하고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 문제와 같은 인류 공동체가 당면한 중요한 과학기술 과제를 해결하는데 연구개발의 국제화에 따르는 공동개발과 협력체제의 필요성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창의적 과학의 중요성


과학사회적인 측면에서 20세기와 21세기의 대표적인 차이점은, 기술적인 차원에서 20세기가 전자화 시대, Mega/Giga 용량 및 Micro의 시대이었다면 21세기는 광자화 시대, Tera 용량 및 Nano의 시대로 표현된다. 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 20세기에는 기술력, 자본, 조직화가 중요하였다면, 21세기에는 창의력, 정보, 그리고 자율성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20세기가 획일성과 거대 장치산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다양성과 서비스업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OECD 참여국의 경우 이미 서비스 업종이 국가 GDP의 75% 및 고용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은 이와 같은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21세기에서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개인의 지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이 기업의 획일적 조직화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제 제조업자가 아닌 유통업자가 지배하는 시장경제를 목격하고 있으며,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 등 창의성을 위주로 하는 Microsoft사가 IBM, GE, GM 등을 누르고 미국 제일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는 창의적 연구 활동이다. 이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과학기술 정책의 근간을 제공하였으며 동시에 미국과학재단 설립의 기초를 마련하였던 부쉬(Vannevar Bush)의 ‘Science: The Endless Frontier’란 제목의 정책보고서에서는, 특히 기반 지식을 빌려오는 국가는 미래의 기술혁신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기초지식과 원천기술의 창조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998년 미하원 과학위원회 보고서에서 사회적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창의적 및 개척적 연구개발을 강조한 부시의 정책보고서를 계속 계승해야 함을 권고함으로써, 반세기 전 부시가 제안한 과학적 창의성의 중요성이 여전히 미국 과학정책의 전통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운 지식의 발견과 창조에 의해 구축되는 지식기반 시대에서, 기술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기초와 과학적 원리를 발견하는 연구는 창의적 과학기술이 담당해야 하는 가장 핵심적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누구일까?


21세기에 들어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창의성 및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지닌 과학 인재들의 육성이 가장 절실한 문제로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창의성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창의성의 정의에 대하여는 여러 의견을 종합해 보면, ‘문제 상황에 적절한 새롭고 독창적이며 유용한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창의적 성취를 이룬 대표적인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분석한 하우(Michael Howe)의 저서 ‘천재성의 설명(Genius Explained)’에 의하면, 창의적인 사람의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가 제시된다.


첫째, 창의적인 사람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거인의 경우가 많다. 즉, 과거의 전통과 선행 연구자의 연구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을 모방의 대가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모방이란 단계 없이 선진 기술을 따라잡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방은 곧 지식과 자원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창의적인 사람은 최근의 발전을 토대로 하여 자신의 업적을 구축한다. 즉, 현재 진행 중인 연구의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무엇이 새롭고 의미 있는 것인가를 알려면, 우선은 이미 되어 있는 것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셋째, 창의적인 사람은 다른 창의적인 사람들과 협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협동은 눈에 보이는 협동일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일 수도 있다. 자신의 연구를 놓고 벌이는 타 과학자들과의 교류나 자신의 창의적인 연구를 평가하고 수용하는 집단, 또는 창의성에 유익하고 이를 격려하는 사회문화적인 분위기가 없이는 개인의 창의성도 없다.


넷째, 창의적인 사람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싸움에 지치지 않는다. 창의적인 결과는 내부에서 숙성과정을 거치고 서서히 성장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득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소위 ‘생각의 혁명’이란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앞에 두고 간절히 원하고 치열하게 생각할 때 나온다.


모방의 단계에서는 기존 지식의 습득 능력과 이미 주어진 문제의 해결 능력이 필요하지만, 반면 창의적 혁신을 위해서는 스스로 의미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20세기의 우리 교육은 모방 능력을 극대화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왔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21세기의 지식기반의 혁신 단계에서는 창의성이 높은 인력을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국가적 관건이다. 위에서 제시한 하우의 설명에 의하면, ‘왜 창의적인 스승 또는 사회에서 창의적인 제자 또는 사회가 나올 수 있는가?’란 물음에 대한 답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유명 기업 및 대학이 ‘인재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우수한 교수와 학생의 확보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국가, 개인 및 인류에서의 21세기 과학


세계화로 대변되는 21세기의 사회는 지리적 국경이 배제된 정보화된 가상공간에서 창의력과 지식을 토대로 하는 지식기반 사회가 될 것이며, 이에 따른 과학과 기술은 끝없는 미래의 기회와 도전이 함께 강조가 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과학은 자연 질서의 탐구와 지식의 함양이라는 학문적 추구 외에도,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제품과 기업의 창출 등 경제적 활동에서도 주된 기여를 할 것이다. 동시에 연구와 교육을 통한 창의적인 우수 인력의 양성이야말로 국가간 대외적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될 것이다. 국가적 관점에서 과학기술의 진보와 전문 인력의 양성은 정부가 전력을 기울여야할 주된 정책이 되어야하며, 개인적 관점에서 민족적 장점을 살린 창의적 연구의 중요성은 우리 과학인에게 주어진 사명이 될 것이다.


또한, 인류 공동체가 당면한 중요한 과학기술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상호 호혜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협력 연구체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