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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학술] 뮤직비디오를 보면 기호학을 알 수 있다?

다이나믹 듀오의 '불면증'은 우리사회에 주요문제인 실업과 가난을 기호화한 작품


현대인은 미디어를 통해 구성된 ‘기호’로서 여러 가지 정보들을 받아들인다. 청각만을 통한 1차적 감상에 그치지 않고, 영상과 복합적으로 구성된 뮤직비디오를 통해 접하는 경향이 높아졌으며 뮤직비디오는 점차 독자적인 장르로서도 인정받고 있다. 뮤직비디오가 생겨난 초기에는 노래가사에 맞추어 장면구성을 하는 경우가 다수였고, 서사구조를 가지기보다는 노래와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최근 뮤직비디오 영상은 노래가사에 종속되어 있다기보다 메타적으로 의미를 구성해 나가는 독립적인 요소로서 가사와 대등한 위치에 서 있다. 결국 뮤직비디오는 텍스트와 영상이 종속관계에 있는 영화와는 또 다른 하나의 영상물로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글은 소쉬르의 기호학적 전통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이는 그의 이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다양한 미디어텍스트를 읽는데 유효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곡에 뮤직 비디오가 제작됐을 때 음반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적 기능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그 뮤직 비디오를 감상하는 수용자에게 뮤직 비디오와 노래의 관계는 기표와 기의의 관계로 받아들여진다. 뮤직 비디오의 존재 없이도 노래 이전의 아이디어와 그 가사가 기의와 기표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고, 문자적 측면과 음악적 측면을 기의와 기표로 파악할 수도 있다. 여기에 뮤직비디오가 개입되면 아이디어, 노랫말, 음악이 기의의 그룹을 이루면서 그 위에 뮤직 비디오가 또 하나의 기표로 형성된다고 파악되기도 한다.

실제 대부분의 뮤직비디오는 탈의미적 비주얼로 구성되어 그 자체로 내러티브를 생성하지 않고, 노래 가사와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지 않는 자의성 기표의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1) 기표(signifiant) vs 기의(signifie)

기호의 가장 큰 특성은 기표와 기의 간의 ‘자의성’이다. 즉 소리나 글자는 그것이 지시하는 관념과 아무런 유사성이나 연관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둘이 결합될 자연적 동기나 필연성은 없지만, 사회적 관습에 의해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되어 있다. 여기서 ‘기표’와 ‘기의’ 구분은 개념적 이해를 위한 인위적인 도식일 뿐, 그 자체로 구분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기표와 기의의 상호작용(표현과 내용을 일치시키는 인식 작용)을 ‘의미작용’이라고 하며 의미작용은 기호가 의미를 발생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이다. 소쉬르의 기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호가 ‘현실’의 외부대상을 지칭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로, 하나의 기호는 다른 기호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낳는 것이지, 결코 언어 밖의 물리적 현실을 지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택된 기호의 의미는 선택되지 않은 다른 기호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소쉬르는 기호의 이러한 특성을 ‘가치’라고 부르고 있다. ‘의미작용’이 기표와 기의의 상호작용이라면, ‘가치’는 기호들 간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2) 계열체(paradigme) vs 통합체(syntagme)

의미는 기호표현 간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기호표현의 차이들은 통합체(선형적 관계, 즉 ‘위치’ 요소)와 계열체(선택적 관계, 즉 ‘치환’ 요소)를 고려한다. 통합적 관계는 결합의 가능성이고, 계열적 관계들은 기능적인 대비며 차별성을 포함한다. 통합적 관계는 텍스트 안에 공존하는 다른 기호를 내포적으로 나타내며, 계열적 관계들은 텍스트에 부재한 기호들을 콘텍스트적으로 나타낸다. 기호의 ‘가치’는 기호의 계열적 관계들과 통합적 관계, 둘 다에 의해 결정된다.

통합체와 계열체는 의미를 만드는 기호들 내의 구조적 맥락을 규정한다. 또한 그것들은 코드로 조직화된 기호들에 의한 구조적인 형식들이다. 계열체는 말의 방식에만 한정되지 않고 영화나 텔레비전 등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지는 문화텍스트들에도 적용된다. 또한 계열체는 쇼트변화의 방식(컷, 페이드, 디졸브, 와이프 등)을 포함, 미디어나 장르도 역시 계열체이다. 통합체는 상호 작용하는 기표들의 규칙적인 결합이며, 텍스트 안에서 의미 있는 전체를 형성한다.

일정한 텍스트나 문화적 실제의 구조는 통합적이고 계열적인 축을 모두 가진다. 바르트는 ‘모드의 체계’를 통해서 의복체계의 계열체적, 통합체적 요소들을 기술하기도 했다. 계열적 요소들은 신체의 동일 부분에 동시에 입혀질 수 없는 것들(예: 모자, 바지, 신발)이며, 통합적 요소들은 모자에서 신발까지 동시에 완벽하게 조화로운 다른 요소들의 병치이다. 장르 내에서, 통합적 차원이 텍스트의 구조인 반면에, 계열적 차원은 주제의 선택만큼이나 넓어질 수 있다. 텍스트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은 전체로서의 체계에 부딪혀야하며, 통합적 및 계열적인 두 가지 차원은 분리해서 생각될 수 없다는 점은 강조되어야 한다. 어떤 기호 체계의 기술은 모든 적절한 계열적 세트들의 요소와 잘 형성된 통합체에서 한 집합과 다른 집합의 결합 가능성 양쪽 모두의 조건화를 수반한다. 롤랑 바르트(Barthes 1967, 48)는 ‘기호학적 작업의 중요한 부분’은 텍스트를 ‘최소의 의미 있는 단위들’로 쪼개는 것이며, 그 후 이 (계열적) 단위들을 통합적 등급으로 묶어서 마침내 이 단위들과 연결된 통합적 관계들을 분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어정보인 노랫말의 의미는 반 디익(van Dijk)의 거시구조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거시구조는 텍스트가 입체적인 의미구조를 지닌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반 디익의 거시구조는 거시규칙(생략, 선택, 일반화, 통합화)의 적용으로 도출되는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정보의 생략과 대표되는 정보의 선택 그리고 상위개념에 의한 일반화의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통합개념(명제)을 도출하게 된다.

3) 비주얼 이미지 의미 분석

뮤직비디오 ‘불면증’의 또 다른 의미정보인 비주얼 이미지의 분석을 위해 이 글은 소쉬르의 ‘기표 vs 기의’ 개념을 확장하여 이미지 분석 도구로 응용한 바르트의 신화읽기를 적용하고자 한다. 위의 표들은 뮤직비디오의 주요 이미지인 ‘볼 마우스’와 ‘광 마우스’ 그리고 ‘병원’의 이미지가 창출하는 의미를 정리한 것이다. 결국 뮤직비디오의 주요 대립 이미지인 볼 마우스와 광 마우스의 통합적 의미 가치는 ‘불행 vs 행복’의 대립 가치로 추론될 수 있다.

이 뮤직비디오는 현재 우리사회의 주요 문제인 실업과 가난을 심층구조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비판적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행복과의 이접상태에서 출발해서 더욱 더 분리된 상태로 결말을 맺는다는 특이한 서사구조는 이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골자이자 개성이다.● 뮤직비디오 ‘불면증’의 텍스트적 특징

이 글은 소쉬르의 이론적 전통이 오늘날의 미디어 텍스트를 분석하는데 여전히 유의미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소쉬르의 기호이론 자체가 그대로 미디어 분석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소쉬르의 이론은 프랑스 구조주의 기호학자들에 의해 계승되면서 다양한 문화현상의 기호학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이들 중 ‘기표와 기의’의 개념은 바르트의 신화읽기로 확장되고, ‘계열체와 통합체’의 개념은 그레마스의 서사구조 방법론으로 확장되어 이 글에 적용되었다.

이제 이러한 분석을 기반으로 분석 대상인 뮤직비디오 ‘불면증’의 텍스트 기호학적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음반 마케팅 목적의 호소적 기능을 지닌 뮤직비디오

2) 사회의식적 테마를 지닌 뮤직비디오

3) 노랫말과 비주얼 이미지가 일정부분 관련성을 지닌 개념위주의 뮤직비디오

4) 가난과 실업에 대한 남성적 응시의 뮤직비디오

5) ‘직설적’, ‘비관적’, ‘가난한’, ‘고통의’, ‘극적’ 등의 우화적 텍스트 구성을 지닌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