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마다 눈을 떠 시 한 편을 펼쳐들면 그 날 하루 마주치게 될 새들의 속삭임과 꽃나무들과 사람들을 어제와는 다른 신선한 느낌으로 맞을 준비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때로는 시집을 예술가들이 직접 쓴 편지글로 바꾸어 읽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만나게 된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내게 네덜란드 인상파 화가이며, 서양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 세계를 향한 또 하나의 감성의 창(窓)을 열어주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무엇보다도 이 책은 고흐의 그림을 그의 진솔한 설명과 함께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화가 자신이 그의 후원자이자 동반자였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글 속에서 강렬한 빛깔로 가득 찬 자신의 그림의 유래를 설명해주고 있으니, 이 책은 화가의 설명을 바로 옆에서 들으면서 그림을 감상할 때 느끼는 만족과 동일한 기쁨을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 내 안에 어떤 힘이 있는 것을 느낀다. 난 그걸 밖으로 꺼내 풀어주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모베는 내가 ‘나는 예술가입니다.’라고 말한 것을 못마땅해 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취소할 마음이 없다. 왜냐하면 (...) 나에게는 그 말이 ‘나는 무언가를 찾고 있고 아주 열중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바다로 나가면 익사할 위험이 크다고 말하지만, 나는 부인한다. 그 말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위험의 한가운데 안전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잊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고흐의 글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과, 그가 관찰하는 자연에 대한 겸허함과, 함께 고뇌하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위험에 온 몸으로 부딪혀 보려는 그의 열정과 함께 말이다.
매일 아침 고흐의 편지들을 그림과 함께 조금씩 읽다보니 어느새 나는 주어지는 순간에 감탄하라고 말하는 인간 고흐의 뜨거운 시선이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다. 그건 일상에 묻혀 감동을 잃어버린 내 가슴을 뛰게 만들어주는, 얼마나 강렬한 독서체험이었던가!
나는 계명대 학생들이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으면서 많이 감탄하고, 불확실한 것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꾸준히 찾고, 확신이 가는 것에 대해서는 고집스럽게 온 열정을 불사르며 살았던 고흐와 대화할 수 있는 창(窓) 하나를 열어두는 것도 풍성한 대학생활을 위해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