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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50주년 기념 특집 학술 기획[1] - 대학언론이 미디에 미치는 영향

대학신문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열쇠는 독자들과의 소통을 복원하는 것


대학신문은 위기인가. 대학신문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데 있어 필연적으로 부닥치는 질문이다. 학문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속에서 진리의 상아탑, 비판적 지성의 산실로서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퇴색하고 있는 지금, 대학신문이 처해 있는 환경도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날로 줄어드는 기자 수, 줄어드는 발행부수, 떨어지는 구독률. 오늘날 대학신문의 현황을 단면으로 잘라보면 ‘위기’라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로 갑갑한 현실이 대학언론 환경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대학신문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대학사회 정론지, 대학여론을 생성하고 주도하는 선도지로서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 21세기 대학신문의 현 주소
대학신문의 주요 독자들인 대학생 대중은 오늘날 대학신문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지난 2004년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전대기련)이 실시한 ‘대학신문에 관한 대학생 의식조사’ 결과는 대학신문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요 설문 결과를 인용하면 이렇다.

우선, ‘평소 대학신문을 읽는 데 이용하는 시간’을 묻는 질문에 대해 51.2%의 학생들이 ‘5분 미만’이라고 답했고 ‘5분~10분’이라고 답한 학생은 24%였다. 또한 ‘대학신문의 구독 현황’과 관련해서는 51.5%가 ‘지나다니다가 눈에 띌 때 가끔 본다’고 답했고, ‘거의 구독하지 않는다’는 대답도 28.5%에 달했다. 즉, 80% 가량의 압도적인 학생들이 대학신문을 보지 않거나, 보더라도 ‘우연한’ 기회에 접하지 못할 경우 거의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신문의 내용에 대해서도 70%에 달하는 학생들이 ‘일간지보다 재미없다’라고 답했고, ‘대학신문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30%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대학신문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대학과 사회에 모두 영향이 높다’는 의견이 3.6%에 불과했다. 이 같은 설문 결과에 대해 전대기련은 “전반적인 결과는 대학신문 기자들에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대학신문이 대학사회에서 여론의 거점이 되지 못하고 여론을 형성시키거나 주도해나가는데 미흡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대학사회에서 영향력이 없는 대학신문은 사회에서도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대기련 설문조사 결과는 대학신문의 현황을 냉정히 평가하는 데 있어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첫째, 학생들은 더 이상 대학신문으로부터 정보를 획득하지 않는다. 턱없이 낮은 구독률과 독자들의 외면이 이를 반증한다. 대학신문은 정보제공과 소통의 중요한 수단이 되지 못하면서, ‘의제설정’과 ‘여론형성’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마저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초고속 인터넷 망을 통해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 소통되는 인터넷 시대에 와서는 대학 내 여론형성에서 점유해왔던 대학신문의 독점적 지위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

둘째, 대학신문의 위기가 대학신문사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 ‘재미없는 신문’ ‘읽을거리가 없는 신문’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신문’이라는 평가는 대학신문의 ‘질’에 대한 독자대중의 냉엄한 질책이기도 하다. ‘읽히는’ 신문에서 ‘접히는’ 신문으로의 퇴보는 대학사회 정론지로서 대학신문 위상의 추락을 가져왔다. 대학신문의 위상 하락은 해마다 대학신문사의 문을 두드리는 수습기자 수의 축소를 불러왔다. 80년대 15대1, 20대1의 경쟁률을 거쳐 수습을 선발했다는 이야기는 ‘전설’로만 남아있을 뿐, 현실은 몇 차례 모집공고를 내도 기자가 쉽사리 충원되지 않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대학신문의 위기는 대학신문사의 위기를 부르고, 대학신문사의 위기는 대학신문의 위기를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 대학신문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의 변화
미디어의 영향력은 ‘의제설정력’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제설정력이란 언론이 보도한 기사가 사회 전체에 걸쳐 파급력을 갖게 되어 여론이 형성되고 나아가 해결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구조를 말한다.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대학신문은 대학사회 의제설정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 투옥, 죽임을 당했던 시절 언론은 군사독재정권에 대해 ‘용비어천가’를 바치기에 급급할 뿐, 민중의 요구를 대변하지 못했다. 언론은 1980년 광주항쟁을 폭도들의 소요사태로 매도하는 데 앞장섰고 군사독재정권의 보도지침을 ‘받아쓰기’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민중은 권력에 종속되지 않은 진정한 언론,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을 원했다. 그 요구를 정면으로 받아 안았던 것이 대학신문이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성’에 기반해 학생기자들의 진취성과 패기로 만들어지는 대학신문은 군사독재정권의 본질을 폭로하고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앞당기기 위한 진실 보도와 선동을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신문은 발행 때마다 날개 돋친 듯이 독자들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고 강의실과 동아리방에서는 대학신문에 실린 텍스트를 기반으로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기 일쑤였다.

1987년 민주화는 미디어 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제한적이나마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고 금서로 묶여 있던 출판물들이 해금되면서, 세상에는 합법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인쇄 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론직필’에 목말라했던 민중들은 국민주 모금방식을 통해 최초로 ‘한겨레신문’을 창간했다. 더 이상 대학신문은 대중의 진보적 열망을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이 될 수 없었다. 그것은 역사의 진보이면서 동시에 대학신문의 위기를 잉태하고 있었다.

‘민주화의 봄’이 대학사회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이끌어 낸 첫 번째 요인이라면, 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등장한 ‘인터넷’은 그 두 번째 요인이라 할 만하다. 더구나 인터넷은 민주화와는 견주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변화를 몰고 왔다. 그것은 소통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 인터넷 시대, 대학신문의 제자리 찾기
인터넷은 기성 언론을 지배해왔던 ‘공식’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기존 언론은 ‘독자대중의 언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면서도 정보제공방식은 철저히 하향식이었다. 즉 편집국에서 선별한 뉴스와 정보를 언론의 수용자인 독자들에게 수직적으로 내려보내는 ‘공급자 위주’의 의제설정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의 등장은 언론의 의제설정 구조에 있어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언론의 수용자가 주체가 되어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며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만들어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인터넷 언론의 등장이었다. 오마이뉴스를 필두로 한 인터넷 매체들은 독자 스스로 기자가 되는 새로운 매커니즘을 제공하며 기성언론을 대체하는 ‘대안언론’으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대학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은 대학신문을 통해 수동적인 위치에서 정보를 획득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어나갔다. 인터넷을 통해서다. 카페와 커뮤니티, 블로그 등이 기존의 대학언론 매체가 해왔던 역할을 대신해 나갔다. 독자들 스스로 ‘언론행위’의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언론 환경과 소통 구조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광장’이라는 말이다. 2002년 월드컵과 촛불시위는 온라인 광장에서 오프라인 광장으로의 진출을 보여준 대중적 역동성의 발현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통의 방식 변화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요구에 걸맞게 대학신문이 대중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는 단순히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대중이 스스로 모이는 것이 아닌 것처럼, 대학신문의 수용자인 대학생 독자들이 대학신문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할 방도는 없는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의 대학신문은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

인터넷이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은 시대, 이를 기반으로 각종 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 대학신문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한 열쇠는 ‘독자들과의 소통’을 복원하는데 있을 것이다. 대학사회 ‘공기’와도 같은 대학신문의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내는 지혜와 대안적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대학신문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진리의 상아탑’으로서 대학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자, 나아가 우리 사회 미래를 올바로 설계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