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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신문

[퇴임사] 어쨌든 신문은 나온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갈릴레이는 말했다. 우리도 말한다. 어쨌든 신문은 나온다. 더 많은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선배 따라 들어왔던 계명대신문사는 곧 내 대학 생활의 전부가 되었다. 좋은 기삿거리가 없는지 머리를 싸매는 일도, 바쁜 교직원과 학생들을 붙잡고 취재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일도 모두 일상이었다. 매 순간이 사건·사고였고 위기였지만 당연하였다. 어쨌든 신문은 나와야 하니까.

 

그렇게 일에 젖어갈 때쯤, 누군가 물었다. “너 그거 왜 하는 거야?” 우습게도 답하지 못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이유는 잠깐의 설렘으로 지나쳐버린 채, 자신도 이유를 모르고 그저 기사를 쓰고 있는 나를 보며 멍하니 있었다. 답을 찾지 못한 채, 입대 시기가 다가와 휴학했고 복학한 후에는 다시 학생기자를 시작해 제1석인 편집국장이 되었다.

 

여전히 “그걸 왜 해요?”라고 물으면 그때마다 멋쩍게 웃으면서 ‘하다 보면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인터뷰이를 만나고, 교수님들과의 통화를 붙잡고 뱉는 아쉬운 소리의 반복에서 답을 찾게 된 것은 임기 마지막 기사를 쓴 날이었다. 홀로 기숙사에 돌아가던 중 깨달았다. 마지막임에도 쉽사리 신문을 놓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나는 이 일을 퍽 사랑하였음을 느꼈다. 아이디어를 내고 기사를 쓰는, 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기사 잘 읽었다는 한마디를 듣는 그 모든 순간을 내가 사랑해서 이렇게 버거운 마지막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학생기자로서의 3년은 단순한 일상이 아닌 질문을 곱씹고 답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좋아했던 이 일을 이제 무거운 마음으로 놓을 때가 왔다. 별달리 해준 것도 없고 위기투성이인 배턴을 넘겨받아야 할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표하면서도 그네들이 나처럼 방황하지 않고 자신만의 답을 찾길 바란다. 동시에 늘 많은 도움을 받았던 교직원분들과 총학생회, 총동아리연합회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것과 지금의 이 글을 읽어주시는 당신께도. 칸이 부족해 모두의 이름을 말할 수는 없으나 지난 1년 반 동안 계명대신문을 유지해온 것은 내가 아닌 여러분이었다. 내가 떠나지만 뒤이어 나올 신문들도 계속 읽어주길 당부드린다. 어쨌든 나는 떠나도 신문은 나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