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끝자락에 군복을 벗은 나는 얼른 복학해서 동아리(계명극예술연구회) 사람들과 연극을 하고 싶었다. 갓 전역한 내게 세상 모든 것들은 설렘 그 자체였지만, 무엇보다도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연극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아침 7시에 등교해서 밤 10시에 하교하는 매일 매일에 나는 내 성적과 치열한 입시경쟁의 현실에 절망했다. 또한 학교생활의 막연함에 종종 허망했다. 어른들은 이런 내게 공부에 ‘절실함’을 가지라고 했다. 당장은 공부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남발하는 ‘절실’이라는 단어에는 어떠한 맹목적인 노력만 있을 뿐 어떤 내적가치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차갑고 공허했다. 나는 그저 절실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을 뿐이었다.
그때 만난 것이 연극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떠밀리듯 들어간 연극동아리는 학교생활에 지쳐,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했던 내게 진정으로 큰 축복이자, 위대한 선물이었다. 작중 인물을 탐구·분석하고 그 안에 뛰어드는 과정은 흥미로웠고, 내 삶과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연기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공연이 끝났을 때 무대에서 받는 박수와 그 뿌듯함은 가슴 벅찬 일이었다.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그 여운에 힘입어 다시 다른 작품이 하고 싶었다. 나는 연기가 갈수록 좋아졌고,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곧 절실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새 내 장래희망은 배우가 되었고, 그 꿈을 위해 현재도 열심히 연극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절실함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알고 싶었고, 연기는 나에게 ‘절실함’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다른 긴말할 것 없이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연기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또한 앞으로도 배우라는 꿈을 위해 절실함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내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