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빠른 입자 발견'에 과학자들 신중론 우세
(제네바 AP=연합뉴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무오류 신화'가 깨질 것인가.
빛보다 빠른 입자의 운동을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실험 결과가 전세계 과학계를 뒤흔들고 있다.
CERN은 3년간 스위스 제네바의 실험실에서 732㎞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 사소의 실험실까지 땅속으로 중성미자(뉴트리노)를 보내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뉴트리노들이 빛의 속도보다 60나노초(0.00000006초) 빨리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과학계의 검증을 통과할 경우 어떤 것도 빛의 속도(초당 2억9979만2천458m) 보다 빨리 움직일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부정당한다.
그런 만큼 이번 연구는 특수상대성 이론의 근간, 더 나아가 아인슈타인의 연구 위에 쌓아올린 현대 물리학의 구조물을 뒤흔드는 폭발력을 가진다는게 과학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평행우주' 저자인 뉴욕시립대의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는 "상대성 이론에 대한 100년 사이의 최대 도전"이라고 이번 연구결과를 평가하면서 "만약 이 결과가 유지된다면 모든 현대 물리학을 새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는 이번 결과에 대해 `회의론'에 가까운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AP가 접촉한 과학자 수십명 가운데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실험 조건 등과 관련된 추가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등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거나 회의론 또는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미국 시카고의 퍼미 연구소에 소속된 물리학자 롭 플런킷은 "아인슈타인에 맞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고, 하버드대의 과학사 전문가 피터 갤리슨은 "상대성 이론은 물리학의 역사에서 다른 어떤 이론보다 강한 도전을 받아왔지만 결국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과학계의 이런 반응은 한 세기 이상 수많은 과학자들이 오류를 증명하려 시도하다 실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인슈타인 이론의 견고함에 대해 갖게 된 `선입견' 때문인 측면도 있어 보인다.
심지어 아인슈타인 본인이 "최대실수"라고 불렀던 `우주상수(宇宙常數)' 개념 마저도 1990년대 후반 옳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의 정확성은 신비감까지 더했다.
우주가 붕괴하지 않도록 지탱하는 `암흑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우주상수'의 개념을 도입한 아인슈타인은 1929년 에드윈 허블의 `허블법칙' 발표를 계기로 우주상수 개념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1998년 `암흑 에너지'가 실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과학계는 아인슈타인이 옳았던 것으로 판정한 바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질의응답이 있었던 23일(현지시간) 연구진은 전세계에서 운집한 과학자들의 질문 공세뿐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전설'과도 싸워야 했다.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국경 사이에 있는 CERN의 강당을 가득 메운 과학자 수백명 앞에서 연구진 대표로 2시간 동안 질문에 답한 안토니오 에레디타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기초물리학센터(베른 소재)' 소장은 이번 연구결과가 아인슈타인의 성역을 건드리는 것이냐는 물음에 웃음을 띤 채 "그렇다"며 "그것이 내가 걱정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에레디타토 소장은 연구결과가 공식 인정되더라도 아인슈타인이 틀렸다고 단정하는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견해에 동조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이 그의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을 때 아이작 뉴턴이 이룬 업적을 파괴한 것은 아니었다"며 "뉴턴은 우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의 99.9%를 설명했지만 일부 특별한 조건 아래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