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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반 다이내믹(Anti - Dynamic)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명: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허진오

주연: 심은하, 한석규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라는 단어를 모두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다이내믹의 사전적인 의미는 ‘역동적인’ 혹은 ‘정력적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를 많이 내포하고 있지만 지나친 동적인 이미지로 인해 차분하고 정적인 부분이 미흡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다이내믹’ 한 단어에 우리의 일상생활 대부분이 투영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들 동의하듯이 우린 지금 무한 경쟁 시대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이내믹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한번쯤은 조용히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우리 모습들을 그려나가는 것도 너무나도 무미건조해진 우리의 삶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북돋을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느 사람처럼 필자도 한번씩은 쳇바퀴 같은 일상생활 속에서 탈출을 꿈꾸곤 한다. 또한 어딘가 한구석이 비워 있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이런 경우 필자만의 독특한 해결책은 영화를 보는 것이다. 영화에서 제공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점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또한 경험할 수 없었던 부분을 충족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속에서의 다른 삶을 통해서 내 삶도 한번 되돌아 볼 수도 있고, 앞으로의 내 삶의 방향도 스스로 제시해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가 있다.

지금까지 보았던 영화 중에서 잔잔하면서도 기억에 진하게 남는 영화 한편이 있다. 한석규, 심은하가 주연을 맡은 ‘8월의 크리스마스’이다. 사진사 정원과 주차단속원 다림이의 사랑에 대한 멜로(melo) 영화이다. 일반적으로 멜로 영화라고 하면 주로 눈물샘을 많이 자극한다. 주인공도 꼭 죽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정원은 죽는다. 하지만 여느 멜로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잔잔하면서 가슴 저린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학교 연구실에 있으면 한번씩 창밖 저 쪽에서 펼쳐지는 젊음을 느끼곤 한다. 젊음이라는 단어는 정말이지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고 끝없는 열정을 발산할 것만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되지 않는 것도 있고 식어가는 것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모습이 영원할 것만 같지만 그 모습은 곧 또 다른 시점의 나의 과거가 될 것이다. 물론 현재의 이 모습도 아마 과거 어느 시점의 나의 미래였을 것이다. 진취적인 사고로 적극적인 삶을 영위하는 게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한번쯤은 앞서 언급된 절대 불변의 사실들을 떠올리면서 우리가 간과하고 지나온 삶뿐만 아니라 남겨진 삶에 대해 한번쯤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 한편의 영화가 그런 기회를 다른 이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