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눈송이를 대신하여 따사로운 햇살에 흩날리는 봄꽃들의 계절이 돌아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아도 눈부신 햇살이 천지의 생명을 일깨우느라 아낌없이 사방을 비추는 모습에서, 자연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겨우내 잠을 자던 모든 생명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펴고 부흥을 알리는 모습이다. 역사 속에서도 문예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부흥의 시기가 있었고, 우리는 이를 르네상스시대라고 일컫는다. 5세기 로마 제국의 몰락과 함께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찬란했던 문화들은 말살되었고, 동시에 중세가 시작되었다. 야만시대, 인간성이 말살된 시대의 막이 열린 것이다. 그 후 10세기에 걸친 암흑기의 종말을 고한 르네상스는 인간성의 해방과 인간의 재발견, 그리고 합리적인 사유와 생활태도의 길을 열어준 근대문화의 선구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르네상스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의 문을 연 필사가 포조 브라촐리니의 발자취를 추적하면서, 르네상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고하는 논픽션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포조는 중세시대 절대자에 가까웠던 교황의 최고 비서인 세크레투스였다. 교황의 최측근으로서 사적이고 은밀한 일을 행하는 세크레투스 자리는 황금사
중국 북경의 이화원에 가게 되면 두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된다. 하나는 인공호수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규모의 곤명호(쿤밍호:昆明湖)이고, 다른 하나는 728미터에 이르는 장랑(長廊)으로 중국 고전 문학에 나오는 장면들을 묘사한 1만 4천여 점의 회화로 정교하게 장식된 산책로이다. 전자는 거대한 호수를 파서 산을 만들었다고 할 만큼 노동의 혹독함이 그대로 전해져서 안타깝지만, 반대로 후자는 그 많은 회화들이 단 하나도 같지 않으면서 중국 고전문학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기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다만, 중국의 고전문학을 충분히 섭렵하지 못한 문외한으로서는 그것들은 다만 서로 다른 아름다운 그림처럼 보일 뿐이라서 미안하기까지 하다. 사실 우리가 알 수 있는 중국 고전이란 삼국지, 수호전, 금병매, 서유기, 홍루몽 등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인 것은 삼국지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화원의 장랑을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들고 걷다 보면,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하나의 그림이 있다. 삼고초려. 삼국시절의 유비가 와룡강에 숨어 사는 제갈공명을 불러내기 위해 세 번이나 그를 찾아가 있는 정성을 다해 보임으로써 마침내 공명의 마음을 감동시켜 그를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