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주장이 옳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선뜻 그 뜻을 수용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아마도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엔트로피(Entropy)’는 일부 독자들에게 그렇게 다가갈 것이다. 급속히 변화하는 사회에서 fast 대신 slow를 주장하는 본서의 내용은 다소 극단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에는 우리 모두가 피하기 어려운 문명과 그 미래에 대한 통찰과 당위성을 발견할 수 있고, 함께 나눌 가치가 있어 본서를 소개하고자 한다.도서명은 ‘엔트로피’이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는 제1법칙과 함께 ‘엔트로피 법칙(The Entropy Law)’은 열역학 제2법칙으로 엔트로피의 총량은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엔트로피’는 일로 전환이 불가능한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이므로 그 증가는 유용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지속적으로 고갈되어 감을 의미한다. 건축설계가 전공인 내가 물리학 지식을 설명하는 것 이상으로 두려운 것은 ‘법칙’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 물리적 현상이 거역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엔트로피 법칙’은 책의 대전제임 셈이다.본서는 중, 고등학교에서 배웠을 법한 물리학
● 들어가며2000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한국인이 선정되었던 해에 나는 건축분야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의 그 해 수상자와 같은 건물에서 생활했다. 그 분은 교수로 나는 학생으로. 운 좋게도 프리츠커 수상자의 발표와 연이은 수상소감을 현장에서 듣는 기쁨도 누렸다. 이제 1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의 감명을 상기하며 프리츠커 건축상을 조명하고자 한다.● 프리츠커 건축상의 역사이 상의 공식명칭은 Pritzker Architecture Prize이다.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는 이 건축상은 걸출하고도 창조적인 작업을 수행하여 인류에게 우수한 건축물을 선사한 건축가들에게 수여된다. 노벨상의 수상부문에는 건축이 포함되지 않고 있어 프리츠커 건축상은 세계가 인정하는 건축분야의 노벨상이다. 건축이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과학, 공학 및 예술이 응집된 문화의 결정체라는 점은 고려한다면 이 상을 수상한 건축가는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 결정체를 창조한 공로가 있다.이 상은 시카고에 근거지를 둔 하이야트 재단이 후원하는 상이다. 노벨상이 다이너마이트의 발명과 제조로 부호가 된 노벨의 유산이 있어 가능했다면 프리츠커 건축상은 시카고의 부호인 제이 프리츠커(Jay
학창시절, 도서관에서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Maya Lin’이라는 제목에 'A Strong Clear Vision'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작품은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와 이를 설계한 마야 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용은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까지 계속된 베트남전쟁의 전몰용사 추모기념비를 워싱턴에 건립하기 위해 설계 경기가 펼쳐지고, 당시 대학생이었던 중국계 미국인 마야 린의 작품이 당선된다. 그녀가 설계한 작품은 학교 과제의 일부였다. 작품은 삽으로 땅을 파낸 듯 V자 형태로 검은색의 화강석 지하벽면에 수많은 이름들이 전몰 일자별로 새겨져 있다. 전쟁으로 인한 너무나 많은 생명의 손실을 전하고 생존자들에게 전쟁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는 것이 건축을 전공한 개인으로서의 평가이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상당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한 그녀의 디자인은 곧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전쟁과 관련된 기념비가 가지는 의미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주전론자들이나 참전에 영웅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생존자들이 그녀의 디자인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당선된 작품에 권력이 동원된 반대운동을 펼친 것이다. 급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