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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마야 린

Maya Lin - A Strong Clear Vision


학창시절, 도서관에서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Maya Lin’이라는 제목에 'A Strong Clear Vision'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작품은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와 이를 설계한 마야 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용은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까지 계속된 베트남전쟁의 전몰용사 추모기념비를 워싱턴에 건립하기 위해 설계 경기가 펼쳐지고, 당시 대학생이었던 중국계 미국인 마야 린의 작품이 당선된다. 그녀가 설계한 작품은 학교 과제의 일부였다. 작품은 삽으로 땅을 파낸 듯 V자 형태로 검은색의 화강석 지하벽면에 수많은 이름들이 전몰 일자별로 새겨져 있다. 전쟁으로 인한 너무나 많은 생명의 손실을 전하고 생존자들에게 전쟁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는 것이 건축을 전공한 개인으로서의 평가이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상당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한 그녀의 디자인은 곧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전쟁과 관련된 기념비가 가지는 의미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주전론자들이나 참전에 영웅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생존자들이 그녀의 디자인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당선된 작품에 권력이 동원된 반대운동을 펼친 것이다. 급기야 여론의 쟁점화로 연결되어 절충안이 제시되는데 그것은 당선작품에 영웅적인 모습의 참전용사 동상과 국기를 추가하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추모의 순수성을 흐리고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기념비의 의미를 억압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강압적인 제안을 거부한다.

마야 린은 이후 자신의 작품 의도가 관철되기까지 아시아계 혈통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는 오랜 기간의 압박과 고통을 받게 되지만, 기념비는 결국 21세의 앳된 대학생이 보인 용기와 의지에 따라 건립된다. 다큐멘터리의 후반부에는 정부 관계자, 참전용사그룹, 시민들이 12년이 지나 개최된 한 참전용사의 날 행사에서 마야 린에게 보내는 감사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용기 있는 통찰력이 이끌어낸 진실한 장면이다. 아마도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큰 용기를 요구한다면, 강력하고도 확고한 통찰력에 의해 마음으로부터 이끌어낸 순수한 의도가 부당하게 억압당할 때 굴복하지 않고 이와 맞서는 것 또한 용기 있는 모습이 아닐까?

원작으로만 공개되어 언어적인 이해의 한계를 알면서도 이 작품을 추천하는 것은 강력하고도 확고한 통찰력으로 준비하는 순수한 노력은 빛을 발한다는 진리를 우리 학생들이 맞이하는 도전적인 현실에서 다시 한 번 전하고 싶어서이다. 아마도 시간은 걸릴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판단을 위해 준비하고 미래를 위해 보이는 용기에는 응답이 있을 것이라 감히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