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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전원드라마 <산 넘어 남촌에는>의 딜레마


KBS <산 넘어 남촌에는>은 현재 지상파 중 유일하게 농촌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다만 포맷에서부터 ’전원드라마’를 표방했다. 처음부터 한국 농촌 드라마의 전범인 <전원일기>,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식의 설정을 따르지 않았다. 도시와 유리된 독립적이고 자생적인 세계가 아니고, 도시와 깊은 연관성을 갖는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그 마을에 뿌리박고 산 사람들이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어쩌다 보니’ 공동체가 된 이들의 이야기다. 배경 또한 농촌이지만 벼농사가 아니라 과수원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 아니다.

타지에서 모여들었지만 서로 이웃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여느 도시 이웃들과 비슷하다. <전원일기>의 김회장 댁처럼 마을 전체의 ‘어른’ 대접 받는 집안도 없다. 이제 실제의 농촌은 이슈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하다. <전원일기>가 농촌에 대한 한국인의 향수를 재생산했다면,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입장을 달리했다. 아예 환상 자체를 설정의 근간으로 삼았다. ‘우리는 과거에 이렇게 살았다’가 아니고, ‘농촌이 이렇다면 나도 가서 살고 싶을 텐데’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귀농한 나진석(이진우 분)네가 중심에 놓이는 구도 자체가 ‘농촌도 살 만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극 중 웬만한 인물들은 다 ‘반농반샐러리’ 형태로 살아간다. 농사만으로는 수입이 부족할 것이라는 시청자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완충장치다.

‘전원’이라는 개념부터가 사실 우리나라 농촌이 아니고, 서구 문물 유입의 결과다. 분재처럼 인공 적이고 인위적인 개념이다. 도시인들이 꿈에 그리는 ‘휴양지’에 가깝다. <산 넘어 남촌에는>은 그런 식의 ‘전원’ 개념에는 잘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21세기에도 가능한 농촌 드라마의 틀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어차피 현실에 존재할 법한 마을이 아니며, ‘전원’에 대해 도시 시청자가 기대하는 상상과 부합하면 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포맷 자체가 딜레마다. 향수에도 현실에도 기울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기존 농촌드라마보다도 훨씬 현실 문제를 많이 다루려 하지만 그럴수록 관점은 도덕 교과서를 벗어나지 못한다. 순호와 하이옌 부부만 해도 리얼리티로 따지자면 <러브 인 아시아>만도 못하다. 지나치게 현실감을 부여해도 윤리와 도덕을 강조해도 극은 기우뚱한다.

<산 너머 남촌에는>은, 이제는 농촌에 살거나 농촌에 전혀 기반을 두지 않으면서도 농촌적인 정서를 가끔 맛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을 위한 ‘판타지’ 드라마다. 김동환의 시와 박재란의 노래 ‘산 너머 남촌에는’을 접하며 자란 세대를 위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농촌에 대한 ‘이데아’를 표현하고 있기에 사실 여기 나오는 사랑(남녀, 가족)도 사랑의 이데아인 순애보에 가깝다.

따라서 시청률에 크게 연연하기 보다는 애초의 의도를 잘 살리고 있는가에 더 주안점을 두었으면 한다. 어차피 ‘전원’ 자체가 환상이고, 이 드라마의 마을 또한 환상이며, “나도 농사나 지을까?”하는 도시인의 푸념 자체가 환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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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