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실패의 기회’
평범한 청년에게도 ‘패자부활전’을 제공하라
대구FC가 9경기 무패행진(6월 2일 기준)을 달리고 있다. 2002년 창단 이래 1부 리그 최고 성적을 거둘 기세다. 2018년 FA컵 우승 이후 대구FC에 대구시 예산 지원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사그라졌다. 시민들은 문을 연 축구전용구장과 좋은 성적에 열광했고, ‘우리 구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대구FC는 애물단지였다. 대구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지원금이 많다’, ‘지속된 적자에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는 질타를 발견할 수 있다. 2013년 구단주였던 김범일 시장의 구단 운영 개입으로 단장이 사표를 던진 일도 있었다. 2014년 ‘축빠’로 알려진 권영진 시장 취임 이후 조광래 단장 체제가 들어섰다. 성적은 상승했고, 예산도 늘었다. 2017~18년 대구시 지원금은 69억 원이었으나, 2019년 약 96억 원, 2020년 91억 원이었다. 올해 본 예산은 70억 원으로 줄었으나,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고 추경 예산 가능성을 생각하면 적은 액수는 아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후보 바람도 거세다. 이준석 후보는 1985년생, 우리 나이로 37이다. 정치인 이준석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제1야당의 30대 대표 배출 가능성은 놀라운 변화다. 이준석 후보의 정치 경력이 짧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0선 중진’이라고 낙선 경력만 있는 그를 조롱하지만, 그는 10년 동안 꾸준히 정치에 도전했다.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후 서울 노원구에서만 3번 출마했다. 바른미래당,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을 지내며 정치 경험을 쌓았다. ‘썰전’과 같은 TV 프로그램 출연은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계기도 얻었다.
대구FC와 이준석의 바람은 하루아침에 불지 않았다. 풍파 속에서도 대구FC는 프로축구리그에 참여할 수 있었다. 능력 있는 단장은 기회를 잡고 싶은 젊은 축구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분명히 했고, 좋은 성적은 더 큰 무대로의 경험과 예산 지원으로 이어졌다. 2부 리그로 떨어졌다고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준석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회를 꾸준히 부여받았다. 처음 낙선한 이후에도 꾸준히 출마했고, 당직을 맡았다. 이준석의 능력 덕분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버드대 졸업이라는 학벌 덕이라고 할 수도 있다. 2~30대 청년 기초의원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출마 정보와 선거 비용’을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았다. 2020년 총선 후보 시절 공개된 이준석 후보의 재산은 3억8천만 원이었다.
대구FC와 이준석 후보는 실패할 기회가 있었다. 다시 도전할 자산이 있었다. 지방정부와 당이라는 공적기구가 기회를 줬다.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다. 보통의 10대, 20대는 실패할 기회가 없다. 학벌, 자격증처럼 자격이 있는 청년에게만 실패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공정한 일인가. 단 한 번의 경쟁 탈락으로 평생의 자산을 결정하는 일이 정의로운 일인가. 대통령선거가 9개월,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인에게 요구하자. 책임지고 나에게 실패할 기회를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