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은 여름·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여러 가지 목적으로 교수세미나를 가진다. 대개는 학교를 떠나 가까이는 경주나 부산, 멀리는 강원도나 제주도까지 2-3일 정도의 일정을 잡는다. 주로 두 세개 주제를 발표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일정이 짜진다. 물론 회의는 첫날 끝나고 이튿날은 아침 식사 후에 대구로 돌아오는 것이 상례였다. 그렇다면 왜 먼 곳까지 가서 회의를 할까? 이것이 궁금하다.나는 학교의 부서장이나 바깥의 학술 및 사회단체장을 맡아 하루 밤을 보내는 회의 일정을 짜면 꼭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강연과 답사프로그램을 넣는다. 연속되는 회의로 짜증지수가 높아질 무렵 이런 강연을 하나 들으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회의 둘째 날엔 강연과 연관된 답사를 한다면 금상첨화다. 이런 형식은 회의를 ‘해볼 만한 것’으로 만들고 오랫동안 기억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문화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몇 년 전 내가 소속된 사회과학연구소의 경주 세미나에 연구소장의 부탁을 받고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을 짜준 일이 있다. 참여한 교수들이 무지하게 좋아했었다. 덕분에 나는 연속해서 세 번이나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이번 학기 들어 우리대학엔 3C 운동 즉, 캠퍼스소통문화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우선 사무공간을 개방화하고 건물 내·외의 공간을 의사소통이 원활하도록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진행돼 왔다. 이 작업은 우선 눈에 보이는 공간이 밝고 아름답게 꾸며지고 대화가 가능한 모습으로 바뀌어져 구성원, 특히 학생들로부터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캠퍼스 내의 의사소통이라면 교수-학생-직원의 소통, 이들 구성원과 행정단위 간의 소통, 이러한 소통을 가능케 하는 공간의 재구성 등이 될 것이다. 사실 교수, 학생, 직원의 세 요소는 매우 개성적이어서 그룹간의 소통은 잘 이어지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교수는 너무 개성적이어서 그룹 내부의 소통마저도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나는 오래전부터 차를 즐겼고, 찻그릇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을 큰 낙으로 삼고 있다. 또 차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즐긴다. 내가 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차가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며, 세상사 절차와 기다림의 철학을 깨우쳐주고, 차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상대의 사유세계를 엿보고 그의 가치관과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으며, 찻그릇의 아름다움을 감상함으로써 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머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