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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예산 증액에 볼모가 된 의무병 복무기간


국방부가 의무병 복무기간을 6개월 단축하기로 한 2년 전의 결정을 뒤집고 2~3개월만 단축하자는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의 병역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검토의견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를 육군에 적용하면 2016년도까지 18개월로 줄이기로 했던 의무병 복무기간이 21~22개월로 늘어난다.

국방부는 ‘의무병 복무기간의 단축’ 축소의 근거로 2010년 국방예산이 자신들의 요구(7.9%)와는 달리 소폭 증가(3.8%)에 그쳐 전력증강, 장기복무가 가능한 간부비율 증가, 유급지원병 및 대체복무 정착 등 국방개혁에 차질이 생겨 이럴 경우 6만 3천명의 병역자원 소요가 추가로 발생하는데, 출산율 저하로 병역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의무병 복무기간을 애초 계획보다 연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가 2년 전의 입장을 바꾸어 복무기간 단축 축소를 들고 나온 이유는 자신들이 요구했던 국방예산의 증액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특히 전력증강을 위해 편성했던 전력유지비 2415억 방위력개선비 3678억 원의 삭감되자 전력증강 부족 예산을 병력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선(先)전력화, 후(後)감축’이란 기본 명제에 따라 병력감축이 이뤄져야 하는데 전력화가 일부 늦어져 병력 감축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국방부 관계자의 11월 24일 연합뉴스 인터뷰 내용이 이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결국 18개월로 결정된 의무병 복무기간을 늘리던지 자신들이 요구하는 만큼 국방예산을 확보해 주던지 양자택일을 할 것을 정치권과 국민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의무병 복무기간의 단축 축소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전력증강 지연은 국방예산의 대폭 증가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과감한 병력감축을 동반한 진정한 국방개혁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병력 및 장교대비 장성비율이 세계최고이며 (병력 1만명당 장성수 미국 5명, 프랑스 4명, 한국 7명) 장성급 및 영관급 장교에 대하여 정원 외 초과로 운영하고 있어 고급 장교의 인건비는 국방예산의 효율성 측면에 있어 항상 문제가 되어왔다. 결국 국방부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장성급 장교와 영관급 장교의 정원 외 인원을 감축하고 병 감축비율(36%)과 동일하게 장교인력도 감축해야한다. 2010년에 정원 외 장교 인건비를 전액 삭감하고 병 감축 비율(2%)에 따라 장교인력을 감축하면 최소 869억을 절감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일본, 대만 등 주요 군사대국들이 냉전해체를 계기로 국방개혁을 단행하여 일반적으로 병력을 40~50% 감축했던 것처럼 우리 군의 병력규모 또한 30만명 안팎으로 대폭 감축해야한다. 그래야만 국방예산의 40.8%를 차지하고 있는 병력유지비를 대폭 줄임으로써 우리 군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인 비대한 군 구조를 개혁하여 작고 첨단화된 효율적인 군대로 전력을 증강할 수 있다.

또한 국방부는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전력증강사업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51만7천명으로 줄이기로 했던 병력 수 감축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방부가 당초 예상했던 2020년 현역소요 18만5천명보다 훨씬 많은 6만3천명을 추가적인 소요로 제시한 것도 병력수를 계획대로 줄이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방관련 정부 지출 비율은 OECD 나라 중 3위인 반면 복지관련 지출 비율은 꼴지다. 또,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2010년 전체 정부 본예산 증가율은 2.6%인데도 국방예산은 3.8%나 증액된다. 그런데도 국방부가 국방예산이 적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그들의 주된 관심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국방부는 병역자원이 부족하여 의무병 복무기간의 단축이 축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2년 전 복무기간 6개월 단축 방안을 발표할 때 “현역소요 대비 연평균 6만5천명의 잉여자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병역 형평성 및 국민부담 경감차원에서 잉여자원의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2005년에는 “현 병력규모(68만명)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2020년에는 병역가용 자원인 20대 남자가 29만명에 달해 현역 소요 27.4만명은 충당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역 소요가 모자라다는 국방부 주장이 허구임을 국방부 자료가 밝히고 있는 것이다. 2021년 이후 자원부족 문제도 부사관이나 유급지원병 증원, 현역 판정율 조정, 상근예비역이나 대체복무자원(전·의경, 의무소방원, 공익근무요원 등)의 현역 전환 등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국방부는 의무병 복무기간을 6개월 단축하면 병사들의 전투·기술 및 장비 숙련도가 떨어져 전투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병무청이 2005년 발간한 세계주요국가의 병영제도에 따르면 징병제를 시행하는 76개 나라 중에서 평균 복무기간이 4~18개월인 나라가 독일(9개월) 덴마크(4~12개월) 이탈리아(10개월) 등 36개국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복무기간이 18개월 이상인 국가보다 오히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통계는 복무기간이 길어야만 병사들의 전투 숙련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통하여 충분히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국방부도 이미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부사관을 늘리는 중이고 유급지원병제도를 신설해서 2020년까지 4만명을 복무시킬 계획이다. 따라서 국방부는 무책임하게 병 복무기간 연장을 꾀할 것이 아니라 군 구조 개편과 장교인력 감축을 통해 이런 제도를 정착시키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국방연구원의 2007년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56%가 복무기간 6개월 단축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표시했고, 16.6%는 줄어든 복무기간도 길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반해 줄어든 복무기간(육군의 경우 18개월)이 짧다는 의견은 25.1%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는 국방부의 복무기간 단축 축소 입장이 국민의 뜻에도 어긋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생들은 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고 학자금대출 이자 때문에 졸업후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급 장교의 정원 외 운영을 전면 폐지하고 세계 제1의 병력 및 장교 대비 장성 비율을 대폭 줄여 병 감축 비율과 동일한 비율로 장교인력을 감축한다면 최소 1조2천억 원 이상의 국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 예산이면 전체 1/4에 해당하는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절반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금액이다.

오랜 대립상태를 해소하고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를 마감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한반도 안팎의 기운이 그 어느 때보다 숙성되고 있는 지금 남북 간에 병력을 축소하고 군비를 감축하는 일이 가장 절실히 필요할 때다.

이제 국방부는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반개혁적이고 시대역행적인 행태를 그만두고, 의무병 복무기간 단축 축소 입장과 병력감축 후퇴의 입장을 철회하고 대폭적으로 병력을 감축하고 예산을 삭감하는 진정한 국방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