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댐 부근에 황매산이라고 하는 매우 아름다운 산이 있다. 이 산은 붉은 매화 빛을 띠고 있는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으로서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다. 산의 남쪽 자락에 통일신라시대 때 지어진 절로 보이는 영암사라는 옛 절터가 있고, 여기에 아름답기 그지 없는 쌍사자 석등과 3층석탑이 있다.
이 두 개의 조각품은 목탑으로 만들어진 대웅전 앞에 일직선상으로 놓여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절들이 법당의 전면에 탑을 배치하여 주된 건축물로 삼았는데 이 절에서는 쌍사자 석등이 중심 건축물로 보인다. 석등의 위치를 탑이 있는 곳보다 높게, 돌출되게 석축을 쌓아 석등이 돋보이게 설계했다. 석등으로 오르는 석축의 좌우에 무지개 모양의 통돌 계단을 만들어 빼어난 미감을 자랑하고 있다. 석등을 이런 방법으로 설계한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
석등의 아래쪽에는 붉은 빛의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3층석탑이 한 기 외롭게 서있다. 무너져 있던 탑을 1969년에 복원하였는데 상륜부만 없어졌고 나머지는 온전하다. 이 탑은 2중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얹고, 갓기둥과 안기둥을 새겼다. 탑신은 지붕돌과 몸돌이 하나의 통돌로 되어 있고, 지붕돌의 층급이 4단으로 돼있어 신라 석탑의 전성기가 조금 지난 뒤인 9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탑은 아무런 장식도 없고, 부조기법도 쓰지 않았다. 그래서 매우 단순하고 소박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쌍사자 석등이나 대웅전터의 다양한 조각과 그 빼어난 기법을 생각하면 뜻밖이다. 그런데 우리 문화나 미의 근본이 단순, 소박, 자연스러움이 아닌가?
이 탑은 이런 우리 문화의 본질을 잘 표현하고 있다. 토실토실한, 그래서 손길이 절로 가는 쌍사자 석등의 다리 사이로 보는 탑이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