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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의 10년

북한의 경제가 약간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주로 광물자원 개발과 채굴에 외국기업이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내막을 소상히 알 수 없으나 우선 불안감이 앞선다.

1990년, 소비에트러시아가 무너졌을 때 사회주의 체제에서 시장 경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났었다. 구소련의 관료들이 매국노로 표변하여 외국의 범죄조직과 결탁, 나라를 거덜냈다.

“한 사회의 토대를 무너뜨림에 있어 그 화폐가치를 파괴하는 것보다 더 은밀하고도 확실한 방법은 없다.” 이것은 케인즈의 경고다. 보이지 않는 경제의 파괴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은 백만 명에 한 사람도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구소련의 화폐가 망가져 가는 과정을 서방의 정보기관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물론 그들이 파괴를 주도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증거가 없으니까. 그러나 이들이 일절 모르는 채 함구하고 방치했던 사연은 연구할 가치가 있다. 러시아가 위협 세력으로 다시 일어날 수 없기를 바라는 서방세계가 그 해체를 묵과로써 방조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파국의 발단은 1991년 1천4백억 루블을 단돈 78억 불로 바꾸려는 공작에서 비롯했다. 서방의 범죄조직들이 출처 불명의 검은 돈을 루블로 바꾸어 러시아의 은행에 맡겨 놓고 러시아정부의 허가를 받아 원유와 희금속 등 원자재를 헐값에 사서 세금을 물지 않고 수출하는 것이 그 내막이다.

이렇게 시작된 대낮의 도둑질은 재정파탄 및 초인플레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러시아는 걷잡을 수 없는 출혈상태로 빠져 들어갔다. 갑자기 아무 준비도 없이 정부가 물가통제를 방기한 때문이다. 말보로 담배 한 갑 값이 원유 1배럴 가격과 같아졌다.

전 세계 범죄조직이 틀어쥐고 있는 1조 5천억 불의 검은 돈 중 큰 뭉치들이 대규모 세탁을 위해 러시아로 흘러들어 왔으나, 악성인플레로 1불이 28루블로 거래되는 상태까지 통화가치가 내려갔다.

옐친 대통령은 국민을 먹여 살리려면 이렇게 해서라도 외화를 들여와야 한다며 범죄적 돈 세탁을 묵인했다.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맡은 그는 러시아가 사실상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을 방치했다. 자유화, 민영화만하면 선진자본주의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워싱턴의 소리를 믿는 멍청이들이 도하에 낭자한 틈을 타서, 사특한 무리들이 신문과 방송을 사물화 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세운 민간은행들이 국영기업체에 돈을 꿔 준다. 부패한 기업체의 지도부는 의도적으로 기업을 망쳐놓는다. 빚을 갚지 못하는 업체는 허울만의 엉터리 경매에서 헐값으로 처분된다. 암거래의 주인공들은 후환이 두려워 세계적 규모의 기업들을 깨트려 고철처럼 외국자본에 팔아넘긴다. 그 대금은 물론 해외은행에 도피시킨다. 큰 상처를 입고 물에 빠진 백곰을 피라냐 떼가 몰려들어 살을 뜯어먹는 형국이 러시아 전역에서 벌어졌다.

복잡한 사안의 전모를 여기서 밝힐 수 없으니 하나의 에피소드만 짚어 보자. 마크 리치는 미국역사 최대의 사기꾼이다. 거액의 탈세를 비롯한 51건의 범죄로 기소되어, 1985년에 325년 징역형을 언도받은 그는 미국과 범인인도 협정이 되어 있지 않은 스위스로 도망쳤다. 스위스국적을 취득한 그는 러시아로 가서 곡물을 들여오고 막대한 양의 원유와 수출량 80%의 알미늄, 90%의 아연 등을 헐값에 사서 엄청난 폭리를 남겼다.

FBI와 인터폴의 손이 미치지 않는 스위스의 전원도시 추크에서 희희낙락 살고 있는 그를 빌 클린턴이 백악관을 떠나기 세 시간 전에 사면했다. 그의 체포에 75만 불의 현상금을 걸어 놓고 있었던 FBI의 반응이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그러나 그 도덕성에 대한 항의는 우리 모두의 권한이다.

알고 보니 리치는 이스라엘과 스페인의 여권도 가지고 있고, 그의 사면을 위해 이스라엘정부와 로비그룹들이 엄청 힘을 썼다. 그 대가가 클린턴 부인의 상원행 지원이고 대통령후보 지원인가? 클린턴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적어도 4년, 아니면 8년 동안 팔레스타인에 햇볕 드는 날은 없을 것이라 나는 절망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무능과 무책이 그리워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리치를 비롯하여 러시아를 결딴낸 자들 가운데 처벌받은 자가 별로 없다.

1841년 아편전쟁의 참패를 시발점으로 중국은 굴욕의 백년을 견뎌야 했다. 소련의 붕괴로 러시아는 90년대에 굴욕의 십 년을 삼켰다. 중국이 외세를 등에 업은 매판 자본가들에게 피를 빨렸듯이, 러시아는 엄청난 규모의 나라의 보배를 매국노들에게 도둑맞았다. 러시아가 한 달에 15불 밖에 안 되는 연금을 지급할 재력조차 없어졌을 때 그 나라 사람의 참담한 절망과 분노는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

옐친은 형편없는 부패와 무능의 화신이었지만, 좋은 후계자에게 바통을 넘겨 죄의 일부를 속죄했다. 당차고 강한 푸틴이 한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압도적 다수의 러시아인이 그의 장기집권을 지지하는 것을 누가 비난할 것인가. 로마노프왕조와 소비에트러시아의 영광을 회복하는 것이 푸틴의 야망이고 그를 지지하는 러시아국민의 비원이다. 일본 중국 다음으로 많은 외화 4천억 불을 비축하고 군사적으로 초강국의 지위를 회복하려고 용트림하는 러시아를 주목해야 한다.

한편 북한은 개방화, 민영화보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90년대 러시아의 굴욕에서 배웠으리라 믿고 싶다. 러시아를 십년이나 망쳤던 것은 구 소비에트지도부와 그 잔당인 새 지도부의 도덕적 파산이었다. 북한의 지도부는 어떠한가? 한국은 대 민족화해의 차원에서 북한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케인즈의 경고를 다시 명심할 때다.




[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