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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려거든, 각오 단단히 하자

부쩍 상승한 영화관람료 체감률, 그 너머


바야흐로 풍요로운 소비의 시대다. 육체를 배불리고 난 뒤 마음에도 양식을 나눠주기 위해 문화 소비 활동에 나선 우리들 가장 가까운 곳에, 극장이 있다.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극장 문화는 단순히 영화 티켓 한 장을 구입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상영관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고급 식당가, 심심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눈길을 잡아끄는 각종 쇼핑몰과 오락 시설이 당신을 반긴다.

영화표 7천원(서울의 주말 황금 시간대에는 물론 8천원을 지불해야 한다), 상영시간까지 기다리는 동안 들어가는 식사 값 혹은 커피 값 5천원(물론 이 가격 이상 드는 경우가 더 많다), 즐거운 영화 관람을 위한 준비물, 팝콘과 콜라 5천원(극장마다 다르겠지만)을 더해 총 1만7천원이 흔히 “영화나 보자”로 출발했던 약속의 대가로 지불된다.

1천만 관객 시대, 영화를 보는 것이 단순히 문화 생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요 소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영화 표 값이 오른다”는 말은 그래서 민감한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5월 21일, 인터넷 뉴스에는 ‘영화관람료, 최고 9천원까지 인상’이라는 소식이 청천벽력처럼 네티즌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갑작스럽게 발표한 내용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관람료 인상에 관한 세 가지 가설을 문화관광부에 자료를 제출했으며, 이 내용이 현재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뉴스를 접한 네티즌들은 목 놓아 “결사 반대!”를 외치며 영화 관람료 그 자체뿐 아니라, 영화 관람이라는 행위 전체를 아우르는 물가의 인상에 대해서도 뜨겁게 성토했다. 더불어 그 중심에는 ‘이동통신사의 영화 관람료 할인제도도 없어진 마당에 또 관람료가 인상되는 것이냐’는 비난의 시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 내용은 현재 영화진흥위원회가 ‘사실무근’이라며 ‘영화 관람료 인상 문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아닌 개별 극장이 판단할 문제’라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근거 없는 해프닝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에 비해 약 1천원 가량 낮은 가격을 받고 있던 지방 멀티플렉스에서 알게 모르게 수도권 기준으로 가격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나, 관객들이 우려했던 바는 현실로 나타났다. 현재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기본가 7천원, 금토일 2시부터 9시까지는 8천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첫 회는 4천원(업체에 따라 6천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1시 이후의 심야상영은 6천원대의 가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CGV, 롯데 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체인 본사에서는 “기본가 7천원에 대한 정책은 당분간 변하지 않겠지만, 지방 극장에서 수도권 기준으로 가격 정책을 변경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지방 소도시의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영화 관람료가 인상된 것이다. 이는 영화진흥위원회나 서울시 극장협회, 멀티플렉스 본사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프라임 타임 가격 확대, 지방 극장 가격 인상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엄밀히 따져 매년 물가가 인상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영화관람료가 상승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관람료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공은 지난해 7월 폐지된 이동통신사 영화관람료 할인제도가 세웠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소지하고 다니며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을 안방만큼이나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줬던 이동통신사 할인카드는 영화산업의 기본적인 룰을 깨트렸다. 쉽게 말해 여기 7천원짜리 물건이 있다고 치자. 누군가는 발품을 팔아 할인 쿠폰을 얻어서 5천원에도 사고, 심지어 운이 좋으면 3천원에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할인 쿠폰이 몇 백장, 몇 만장을 넘어서 물건 양만큼 길거리에 뿌려졌다. 결국 물건의 정가는 7천원이지만, 아무도 제 값을 치르지 않았고 혹여 그 돈을 온전히 다 낸 사람은 스스로 바보가 됐다고 생각한다.

극장업계는 이동통신사가 만들어 놓은 이러한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이동통신사들이 자사 할인 서비스의 부담 금액을 극장 측에 더 많이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 주요 원인이었지만, 이러한 불합리한 행태가 그대로 제작사들에게 넘어가고, 결국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동통신사 할인제도는 영화계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의 하나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동통신사 할인 카드가 교란시킨 영화 관람료 기준가에 대한 관객들의 인식은 쉽게 변화하지 않았다. 마침 한국영화의 전성기가 여전히 관객들을 유혹했고, 활발해진 마케팅은 자체적으로 할인 쿠폰을 발부했다.

극장들도 관객들의 외면을 우려해 신용카드 할인 제도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올해 4월, 한국영화산업 위기설이 영화계를 강타한 가운데 서울시 극장협회가 신용카드 할인 제도마저 문제 삼으면서 관객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오랜 시간 동안 이동통신사 할인제도에 길들여진 관객들은 산업의 성장과 비례해 대부분 ‘상품’으로 포장된 영화의 ‘제값‘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지 못했고, 극장과 영화계 역시 관객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당분간 관객들은 에누리 없는 영화 티켓에 대한 원망에 치를 떨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 산업의 균형을 위해서, 관람료가 적정가로 인식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볼 일이다. 전국 수많은 사람들이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컨텐츠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인터넷 최강대국에서 누구나 UCC를 즐기며 컨텐츠를 생산하고 향유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문화 산업의 중심에 선 영화산업의 기본적인 규칙이 회복되는 것은 문화계 전반에 큰 상징성을 갖게 될 것이다. ‘창의력‘을 강조하되 그에 대한 가치는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려 드는 산업의 흐름은 결국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독이 될 것이다. 지금, 관객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영화관람료 할인 금액의 대부분이 애초 창작자들의 주머니에 들어갈 것을 누군가 대신 생색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