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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신문

대구, 문화 소비 도시를 넘어 문화 생산 도시로의 첫 걸음

대구 문화 예술 전용 극장 'The City Hall'을 찾아가다


시험이 끝난 어느 날 늦은 오후에 나가보았던 도심 한중간, 한 극장으로 발 걸음이 머물자 학생들이 삼삼오오 계단을 따라 내려가고 중년의 커플들도 눈에 띈다. 어느 새 저녁 어스름이 깔려오자 매표소의 손길은 더욱 바빠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계단을 따라 줄이 늘어섰다.

대구 지역의 토착 극장으로 한때 명성을 날렸던 제일극장,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생성바람이 불자 자취를 감추더니 이윽고 멀티아트홀 '더 시티 홀(The City Hall)'로 새롭게 태어났다.
연극, 뮤지컬 등을 위한 대구권역 공연 예술을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여 지역 공연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더 시티 홀'의 전광우 대표를 gokmu가 만나 보았다.

● 공연 예술 시장이 열악하다고 소문난 대구에 개인 투자 자본으로는 처음인 문화 예술 전용관이 생겼다. '더 시티 홀'을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제 나이 20대에 훗날 문화 꽃밭을 가꾸리라고 마음먹은 적이 있습니다. '더 시티 홀'은 저의 꿈을 이룬 것이라 할 수 있죠. 사실 제가 영남대학교 84학번인데 '천마 학단'이라는 곳에 있었거든요. 동아리 활동을 하다보니 대구의 문화 예술 시장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직장 생활을 하다가 마침 제일극장을 처분한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저의 꿈을 위해 작년 1월 부터 실천에 옮기게 되었지요.

● 주변에서 말리지는 않았는지?

처음에는 주변에서 뜯어말렸지요. 백이면 백, 다들 안 된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2000년도를 전후한 문화는 이 시대에서 더 이상 홀대만 받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국가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원해주는 정책도 생겨나고 주 5일 근무가 시작되면서 주말에는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무엇보다 날이 가면 갈수록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잠재된 관객이 늘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했죠. '좋은 작품만 만들면 살아남지 않을까?'하고 말예요.

● 설립하는데 어려움은?

아시다시피 우리 '더 시티 홀'은 대구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어요. 임대료 등 관련해서 초반에 건물주와 계약에서 잘 안 맞는 부분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한 때 떠들썩하게 유명했던 '바다이야기'가 그곳에 들어서려고 했던 것 아니겠어요? 여차여차 해서 결국은 저랑 다시 계약하게 되었어요. 넉넉하지 않은 예산으로 한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죠.

● 봉산문화회관과 문화예술회관 등 기존 관에서 운영하던 공연장과의 차별화는 어떤 점이 있는지?

시설 쪽으로는 우리가 열악한 것이 사실이예요. 시에서 지원 해 주는 것 없이 이끌어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이제껏 대구에는 개인 소유의 100석 규모 정도 소공연장 내지는 관에서 운영하는 1천석 규모의 대 공연장만 있을 뿐, 민간 자본으로 설립된 '더 시티 홀'과 같이 3백석 규모의 중간급 극장은 없었어요. 그 부분에서는 차별을 둔 점이라 해도 되겠네요.● '더 시티 홀'에서 맨 처음 공연된 것이 '만화방 미숙이'로 알고 있는데 지금 공연하고 있는 '한밤의 세레나데'는 그럼 두 번째 작품인가?

아니예요. 1월 18일 공연된 '만화방 미숙이'는 우리 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한 것이 맞긴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극장을 빌려준 정도랄까요? '한밤의 세레나데'는 서울의 '명랑씨어터 수박'과 함께 공동 투자한 작품이지요. 이 작품이야 말로 저희 극장의 첫 번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한밤의 세레나데'에 투자하신 이유는?

1월 초에 서울에서 공연을 보는데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투자했지요. 그래서 4월 13일부터 바로 공연할 수 있게 했어요.

● 보통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리기까지 적어도 6개월 이상 준비해야 한다고 알고있는데?

이게 바로 우리의 강점입니다.
기존의 공연장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조직 내 유연한 의사체계를 마련하여 좋은 기획이 있다면 순발력 있게 우리의 것으로 가져와 무대에 올리도록 하는 것이죠. 이렇게 된다면 서울과의 문화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저희가 직접 투자하는 것이라 주변의 환경 때문에 공연을 빨리 막 내려야 하는 일도 줄이게 돼요.
원래 공연이라는 것은 입소문이 성패를 좌우하거든요. '그 공연 참 재미있더라'는 소문은 하루 아침에 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3일 정도의 공연 기간은 터무니 없이 짧은 시간이예요. 때로는 장기 공연으로 가야 관객의 입장에서도 우리의 경제적 측면에서도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 '한밤의 세레나데'를 뒤이을 차기작은?

'연극의 힘'시리즈의 일환으로 행복한 가족(원제)이라는 연극입니다. 심광진 감독의 '이대근, 이댁은'이라는 영화가 바로 '행복한 가족'을 영화화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이 작품의 원작자이신 민복기 선생님이 직접 연출을 맡아요. 원작자가 연출을 맡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만큼 더욱더 기대가 됩니다.● 전광우 대표가 생각하는 한국 연극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공연은 서비스 산업이예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입장료를 낸 그 순간부터 입장료에 비해 기대를 크게 하죠. 이러한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지속적인 컨텐츠 개발 또는 그러한 개발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가장 시급한 문제예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컨텐츠를 양성하여 공급할 수 있는 기관 확충이 가장 좋은 예지요.

● '더 시티 홀'의 앞으로 운영 방향은?

'더 시티 홀'은 제가 혼자 이끌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각 대학의 관력학과와 연계해 학생들이 실무를 경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고 문화 학술 교류의 장이 되기 위해 세미나 등을 개최할 예정입니다.